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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당굿
1만8000신들의 고향 제주서 '힐링'을 만끽하다
[신년특집/제주당굿 기록](1)프롤로그
김명선 기자 nonamewind@ihalla.com
입력 : 2013. 01.01. 00:00:00
제주칠머리당 영등굿 세계무형문화유산 등재
사람들 마음의 병 치유하는 '힐링' 역할 수행

제주 문화 알리는 관광자원으로 본격 '기록'

1만8000신들이 살아 숨쉬는 고장 제주. 제주칠머리당 영등굿(중요무형문화재 제71호)이 지난 2009년 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될 정도로 제주굿은 ▷인류 문화 다양성의 원천을 보여 주었고 ▷인류의 창의성을 증명하는데 기여 했으며 ▷해당 유산을 보호하고 증진할 수 있는 보호조치, 즉 정부의 적극적인 보존지원 정책 부문을 충족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주칠머리당 영등굿을 보존·전승하기 위한 후속조치나, 제주큰굿의 추가적인 세계무형문화유산 등재 노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본보는 오래전부터 도민의 삶 속 깊은 곳에서부터 토속신앙으로 자리매김을 해온 제주의 굿 중 가장 깊숙한 곳에 위치한 마을당굿을 취재·보도할 계획이다. 당굿이 가진 역사적 배경과 마을의 유래, 당굿을 지켜온 제주여성의 삶 그 안에 담긴 다양한 제주의 다양한 문화 등을 기록하고 알리는데 중점을 둘 방침이다. 이를 통해 제주굿을 관광상품으로까지 발전시켜, 제주를 찾는 국내외 관광객들이 독특한 섬 문화를 간직하고 있고, 원형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는 제주 굿의 참 의미를 이해할 수 있도록 관련 전문가들과 탐사에 나선다.

▶'단골'이 사라져가는 굿판=1970년대 새마을운동이 시작되면서 미신을 타파한다는 미명하에 정부에서는 강력하게 단속을 벌였고, 이에 따라 제주 전역에서 행해지던 제주굿이 조금씩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다. 당시 토속신앙에 대한 일반인의 인식마져 바꿔놓음으로써 굿판을 찾는 단골이 현격하게 줄어들었고, 이제는 제주굿이 사라질 위기에 처해지고 있는 실정이다. 굿을 벌이기 위해서는 단골이 있어야하기 때문에 이들이 사라진다는 것은 곧 제주굿이 없어진다 것을 의미한다. 현재는 굿판을 찾는 단골 대부분이 60~70대 노인들이 20~30대는 찾아보기 힘들다.

▶제주굿을 지키기 위한 노력=2004년 제주신화의 본향(本鄕)이자 고대 탐라국의 신시(神市) 역할을 했던 제주시 구좌읍 송당마을에서는 '1만8000신들의 본향, 불휘공 송당마을 신화축제'가 열렸다. 문화·역사마을만들기 사업의 일환을 진행된 당시 신화축제는 제주신화를 콘텐츠로 현대의 마을축제모델을 만들기 위한 첫 시도였다.

2009년에는 제주칠머리당 영등굿이 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되는 쾌거를 이뤄냈다. 갖은 설움 속에 당을 여러 차례 옮기면서 힘든시기도 있었지만, 심방과 단골 그리고 제주굿을 보존하려는 많은 사람들의 노력으로 세계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됐다. 또 주변에 무형문화 전수관까지 설립해 제주굿을 보존하기 위한 노력도 병행하고 있다.

지난해 서귀포시 성읍민속마을에서는 제주큰굿이 재연됐다. 제주 큰굿은 '두이레 열나흘 굿' 혹은 '차례차례 제 차례 굿'으로 굿을 하는 기간, 규모면에서 가장 큰 종합적인 연희이다. 이는 무당집에서 하는 '신굿'과 일반적인 가정에서 행하는 '큰굿'을 모두 포함하는 것으로 우리나라 굿의 원형을 잘 간직하고 있고, 제주 사람들의 인생관, 우주관, 자연관을 비롯한 삶의 지혜가 담겨 있다. 올해는 마을에서 행하는 형태의 큰굿이 재연되기도 했다.

제주민족예술인총연합회는 매년 4·3 추모일을 맞아 해원상생굿을 진행해 오고 있다. 제주굿을 통해 4·3 당시 억울하게 목숨을 잃은 사람들의 영혼을 달래고, 살아남은 채 고통의 세월을 인내해야 했던 가족들의 슬픔을 위로하기 위해 10년 넘게 진행해 오고 있다. 이들이 그동안 행해왔던 해원상생굿은 4·3유가족에게는 '힐링' 역할을 해왔을 것이다.

▶'힐링'으로 새롭게 탄생하는 제주굿 기록=제주칠머리당 영등굿이 세계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되면서 영등송별대제일에는 많은 수의 도민과 관광객이 칠머리당을 찾아 심방들이 행하는 굿을 관람한다. 또 일제 강점기 '문화말살정책'으로 그 전승이 중단되었던 것을 1999년 복원해 현재까지도 새철이 드는 시기에 개최하는 '입춘굿'도 빼놓을 수 없는 구경거리가 됐다. 특히 이때 굿판을 찾는 사람에게 제공되는 '입춘 국수'는 매년 그 인기가 더해가고 있다. 제주 큰굿이 열렸던 성읍민속마을 마방터에서 굿이 개최될때마다 많은 이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굿판을 찾는 이들 대부분은 단골이다. 단골들은 당을 찾아 굿을 행하면서 한해동안 가족의 무사안위, 풍농과 풍어 등을 기원한다. 더러는 마음의 병을 치유하기 위해 당을 찾기도 한다. 스트레스와 각종사고 등으로 인해 마음의 병을 얻은 사람들에게 제주굿은 치료가 아닌 치유의 길을 안내하고 있다. 오래전부터 도민에게 '힐링'의 역할을 해오던 것을 이제는 마음의 병을 치유하기 위해 제주를 찾는 관광객과 제주문화를 이해하고, 제주인의 삶 속으로 들어오고 싶은 이주민들에게 제주굿은 새로운 콘텐츠로 다가갈 것이으로 예상된다. 이 과정을 본보가 관련 전문가와 함께 기록하게 된다.

문무병 제주전통문화연구소 이사장은 "제주신화를 콘텐츠로 현대의 마을축제모델을 만들어 보려했던 '1만8000신들의 본향, 불휘공 송당마을 신화축제' 당시 ▷'신의 길을 따라 신화의 마을로' ▷'송당본향당 백중 마불림제' ▷한라산신제와 신당기행 ▷테우리코사(백중날 자정에 목자들이 방목장에 가서 마소의 무병과 안녕을 기원하는 제사) ▷ '거리도청제' 등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할 수 있었다"며 "이제는 원형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는 제주굿을 통해 독특한 섬 문화를 알리는데 그치지 않고, 현대인의 지친 마음을 달래줄 수 있을 정도로 발전하고 있다. 제주의 문화를 모태로 관광과 연계된다면 그야말로 세계어디에 내놓아도 훌륭한 관광상품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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