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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건강보고서 3H
[생로병사]신생아 치료비 유감
입력 : 2013. 01.04. 00:00:00
어느날 당직을 서고 있는데 응급실에서 신생아가 왔다는 연락이 와서 가 보니 항문이 없이 태어나는 쇄항이었다. 그 아이는 쇄항 중에서 가장 심한 형태였다. 치료가 힘들기도 하거니와 다른 선천성 기형이 동반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 아이의 경우도 진찰결과 심장의 기형이 의심됐다.

애기 아버지한테 병에 대해 설명을 하고 일단은 배로 항문(장루)을 내는 수술을 급히 해야 한다고 하니 난감해 하며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경제적으로 어려워 당장의 치료비도 감당이 안되는 데다가 이후의 치료비는 더더욱 엄두를 내지 못했다. 배로 구멍을 내서 대변을 봐야 한다는 것도 너무 끔찍해 했다. 한두 시간이 지나니 할머니가 와서 다짜고짜 애기를 안고 가버렸다. 자기가 알아서 하겠노라 했다. 그냥 가면 죽는다고 말려 봤지만 소용 없었다.

아마도 그 아이는 며칠을 못 넘겼을 것이다. 제대로 치료했으면 어찌 됐을까.

일단은 장루를 만드는 응급 수술을 하고, 심장병이나 또 다른 선천성 질환이 있는지 검사하고, 발견이 되면 그 병들에 대해서 치료하고, 나중에 항문에 대해 수술을 받았을 것이다.

하지만 제대로 대변을 가리기는 어려웠을 테고, 부모는 부모대로 아이는 아이대로 고생을 하고, 집안은 치료비를 대느라, 병원을 드나드느라 아주 많이 힘이 들었을 것이라고 짐작이 간다. 할머니가 악역을 자처한 셈이다.

대부분의 젊은 부부들은 아이를 기르는 것만으로도 버겁다. 아직 벌어 놓은 돈이 얼마 안 되는데, 몇백 몇천만 원이 들어가는 질병은 삶의 의욕을 완전히 꺾어 버리곤 한다. 치료비는 어찌어찌 감당을 한다고 해도, 그 아이가 이 사회에서 잘 살 수 있을지가 또 다른 걱정이다. 장애인에 대한 배려보다는 멸시와 배척이 많아 제대로 살 수 있을지 걱정이다.

'장애'로 살기 힘든 사회다. 심한 기형이 있는 아이의 경우, 때론 부모가 친권을 포기하기도 한다. 그런 경우 해외로 입양이 되는데, 포기하는 부모를 욕하기엔 우리 상황이 너무 열악하다.

한편으론 입양해 가는 나라는, 또 그 부모는 어떤 상황이기에 그런 것이 가능한가. 참으로 부러운 일이다. 내가 아는 사람 하나는 아이가 맹인이라는 게 확인이 되자 이민을 갔다. 그 나라는 장애인에 대해 많은 배려가 있는 모양이다. 그런 일로 나라를 버렸다고 탓할 수가 없는 현실이다. 지적 장애가 있는 아이를 가진 부모 중 많은 사람이, 아이보다 더 늦게 죽기를 간절히 원하는 곳이 한국이다.

병원에서 근무하면서 안 좋은 일을 많이 겪는다. 하지만 최선의 치료를 받다가 어쩔수 없이 사망하는 경우는 좀 낫다. 돈이 없어서 치료를 중단하는 일은 참으로 마음이 아프다. 하물며 자식을 포기하는 일은 말할 것도 없다.

선천성 질환의 경우 치료와 양육을 그 부모에게 전가하는 것은 너무 잔인한 일이다. 그들이 무슨 죄를 지은 것도 아닌데 일생동안 최고 형벌보다 더 힘든 멍에를 지고 살아야 한단 말인가. 아이들 양육은 사회가 같이 책임을 져야 옳다. <김광식 외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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