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n라이프
마을 공동목장은 전통목축문화의 원형
강만익의 '일제시기 목장조합 연구'
표성준 기자 sjpyo@ihalla.com
입력 : 2013. 01.18. 00:00:00
조선시대 제주도는 '목축의 고향'이었다. 그러나 갑오개혁(1894~1896)을 통해 국영목장을 유지시켰던 마정제도와 공마제도, 점마제도가 폐지되면서 국영목장지대는 '무주공야' 상태로 방치되다시피 했다. 이후 일제가 식민지 축산정책 일환으로 목야지 정비 사업을 펼치면서 마을단위로 공동목장조합을 설립하도록 명령한 결과 조선시대 중산간 지역 국영목장 터는 마을공동목장 지대로 재탄생했다.

일제는 제주도가 목축에 유리한 자연환경을 갖추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제주지역 중산간 지대에 공동목장을 조성했다. 이 조합은 현재도 제주도 일부 지역에서 존재해 당시 제주도 목축민들의 공동목장 초지이용 모습과 함께 마을단위 목장조합 조직과 운영을 둘러싼 촌락 사회상을 알려주고 있다. 그러나 최근까지 제주지역에서는 마을 공동목장이 매각되면서 목장조합이 해산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목장조합의 해산은 곧 축산업의 포기인 동시에 전통적 목축문화의 소멸과 함께 체계적인 초지관리시스템의 붕괴를 의미한다.

책은 제1장 일제의 축산정책과 농축산 조직의 축산사업, 제2장 일제시기 목장조합의 설립과정, 제3장 목장조합의 목장용지 확보실태, 제4장 목장조합의 유형과 운영체계, 제5장 목장조합의 변동과 재정실태로 구성됐다. 보론으로 제주도의 목축문화와 함께 부록으로 마을공동목조합 규약(1934)과 읍면별 마을공동목장조합 국공유지·사유지 확보실태(1943) 등도 수록했다.

특히 보론에서는 사료를 근거로 다양한 목축생활사를 한 눈에 살펴볼 수 있게 했다. 조선시대 제주도에서는 사람뿐만 아니라 말도 출륙금지령이 적용됐던 사실도 눈여겨 볼 만하다. 말의 사육·생산·유통 과정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사마(私馬)라 할지라도 품질이 우수한 종마는 관할청이 '부(父)자' 낙인을 찍어 출륙을 금지했던 것이다.

그동안 한국 근대사에서 조합에 대한 연구는 금융조합과 수리조합, 어업조합, 삼림조합을 중심으로 이뤄졌을 뿐 축산조합과 축산동업조합, 마을공동목장조합에 대한 연구 결과는 거의 없다. 저자 강만익은 "이 책이 마을공동목장조합의 설립과정과 역사적 가치를 지역사회에 알려 더 이상의 목장조합 해산을 막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책이 완성되기까지는 중산간 마을에서 실제로 마을공동목장조합 운영에 참여한 목축민들의 생생한 증언이 있었다. 제주도청이 축정과 문서고에 보관 중인 '제주도공동목장관계철(1943)'을 전량 복사해 제공해준 것도 큰 도움이 됐다고 한다. 경인문화사. 2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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