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n라이프
돌섬과 돌밭에 사는 우리들의 이야기
서귀포문화원, 김유정 저 '제주의 돌문화' 펴내
표성준 기자 sjpyo@ihalla.com
입력 : 2013. 01.25. 00:00:00
제주의 향토문화 유산을 찾아 이를 발굴하고 보존하기 위한 사업으로 '향토사연구총서'를 발간 중인 서귀포문화원이 '제주의 돌문화'를 펴냈다.

제주를 일러 '석상의 보물섬'이라고 했던 저자 김유정은 세월이 흐른 지금 제주는 석상만의 보물섬이 아니라 그 범위를 더욱 넓혀 '돌의 보물섬'이라는 생각을 갖게 됐다. 과거 제주의 돌은 고난의 상징이면서 신앙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사람과 동물의 보금자리와 일터가 되기도 했던 그 돌이 지금은 제주를 해석할 때 꼭 필요한 문화적 요소가 됐다는 것이다.

저자는 또 지난 세월의 제주를 이해할 때 '돌·바람·여자·말·가뭄(물)이 많다'는 5다(多)로 해석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5다론은 제주 풍토를 이해할 때 핵심 개념이고, 진정 제주의 가치를 제대로 알 수 있는 논리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5다의 상관성을 중시 여긴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책은 1장 제주 돌문화의 이해와 해석, 2장 제주의 동자석, 부록 제주돌문화용어로 구성됐다. 1장은 제주인의 삶 속에 돌문화가 어떻게 녹아들어 갔는지 살펴보고 있다. 돌담, 석성, 봉수, 돗통, 산담, 원당사지5층석탑, 도대, 복신미륵, 칠성, 무덤의 석물 등을 주제로 보다 대중적이면서도 새로운 정보의 가치를 담아내려고 했다. '불탑사5층석탑'은 '원당사지5층석탑'으로 바꿔야 하고, 제주의 복신미륵이 석상의 양식으로 볼 때 고려시대가 아닌 조선후기 영정조 시기의 양식이라는 주장도 펼친다. 좀처럼 알려지지 않았던 '칠성 석함'을 찾아낸 성과와 오늘날 보기 드문 의례인 칠성눌 '철갈이'하는 의례에도 동석한 경험을 알려준다.

2장은 저자가 30대 후반부터 관심을 가져온 제주도 동자석에 대한 연구 논문이다. 무덤 앞에 세워지는 유교의 동자석은 16세기에 등장했으며, 제주의 동자석은 육지보다 늦은 17세기부터 세워졌다. 저자에 따르면 현존하는 제주 최초의 동자석은 1632년에 세워진 헌마공신 김만일의 동자석이다. 선조 때 말을 바치기 위해 육지 출타가 잦은 아버지를 따라 다녀왔던 김만일의 아들이 육지에서 보고 온 무덤의 석상을 제주도 석공에게 증언해 만들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오기찬 서귀포문화원장은 발간사에서 "'제주의 돌문화'는 화산섬이라는 돌섬과 그 돌밭에 살던 우리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며 "삶을 위해 쌓는 돌담 등을 살펴보고 제주도 동자석에 대한 연구자료를 통해 우리 사회의 학문풍토를 돌아볼 수 있는 기회로 삼고자 했다"고 말했다. 비매품. 문의 733-37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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