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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논단]화장실의 품격
입력 : 2013. 01.28. 00:00:00
여행 중에 만난 스님 셋이서 각자 저희 절이 크다고 자랑을 한다.

한 스님이 "우리 절은 집은 작지만 가마솥이 어떻게 큰지 죽을 쑤면 배를 띄우고 노질을 해들어 가서야 그 죽을 휘휘 젓습니다." 그러자 다른 스님이 허허 웃으면서 "우리 절에는 모두 보잘 것 없어도 다만 방 하나가 어떻게 크고 넓은지, 방안에 있는 스님들과 인사하는 데만도 하루 종일 걸린다오 하하하" 그랬더니 가만히 듣고만 있던 스님 한 분은 가래 손을 치면서 "가마솥이며 방도 굉장하지만 우리 절 뒷간만은 못하네요. 우리 절 뒷간은 어찌나 크고 깊은지 아침에 가서 뒤를 보면 저녁때나 돼야 밑바닥에 풍~덩 떨어지는데, 그 소리가 얼마나 큰지 천둥소리 같습니다."

주말이면 숲길이나 오름을 오른다. 지난 주에도 어느 숲길 걷기를 마치고 버스를 기다리는 시간에 화장실을 잠깐 들렀는데 너무나도 고급스러운 시설에, 자동 세정시설인 비데까지 설치되어 있어 은근 놀래기도 하여 혼자 피식피식 웃으며 화장실에 대한 이런 저런 생각들을 떠올려 본다.

월요일 아침부터 무슨 화장실 이야기냐 하겠지만 예로부터 인생의 행복을 말할 때 쾌식, 쾌면, 쾌변 등 삼쾌를 이야기 한다. 요즘처럼 슬로우 라이프와 웰빙을 따지는 시대에 잘 먹고 잘 자고 잘 싸는 것은 인간의 삶에 있어 매우 중요한 부분임에 틀림없다.

독일 어느 호텔에서의 일이다. 볼 일을 보고 물을 내리려 하는데 아무리 둘러 봐도 물 내리는 장치가 없다. 조급한 마음에 당황스럽기 그지없다. 잠깐 호흡을 가라앉히며 찬찬히 주변을 다시 살펴보니 하얀 타일 벽이었는데 그 중 하나의 타일에 빠알간 장미꽃이 그려져 있었다. 이건 뭐지? 하면서 살짝 만졌더니 콰르르 소리와 함께 물이 흘러내리는 게 아닌가?

대만 관광지 어느 곳엔 남자 화장실 입구에 봄 춘(春)자가 그려져 있었다. 궁금한 마음에 여자 쪽을 힐긋 쳐다봤더니 春자를 거꾸로 뒤집어 달아 놓아 나를 웃게 하던 기억도 있다.

물론 청결은 기본이고 나라마다 독특한 자기만의 문화를 유머러스하게 도입하고 있음을 본다.

우리 화장실을 보자. 많이 깨끗해지긴 하였지만 아직도 바닥은 젖어있고, 소변기 주변은 지저분하여 가까이 가고 싶지 않았던 경험을 누구나 가지고 있을 것이다. 눈높이엔 이런저런 문구가 인쇄된 스티커들이 어지럽게 붙어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남자들은 움직이는 물체를 보면 그걸 겨냥하여 쏘아대는 습관이 있다한다.

누가 특허를 냈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섭지코지 아쿠아플라넷 화장실 소변기에는 아래쪽에 파리 한 마리가 그려져 있다. 남자들을 한발자국 앞으로 유인하는 탁월한 효과가 입증되었다고 한다.

우스갯소리이긴 하지만 스님들도 몸을 담고 있는 절을 자랑하듯이 보통사람들은 무엇인가를 자랑하고 싶은 욕망이 있나보다. 그런 심리가 '아름다운 화장실 대상 공모'를 있게 했고, 거기에 응하는 단체나 기관들이 앞 다퉈 응모하는 풍경을 만들어냈는지도 모른다.

예로부터 화장실은 문화의 소산이자 그 집 주인의 문화 수준을 엿보는 척도이기도 하다. 그래서 잘 지어야 된다는 것에 동의하지만 건축물의 화려함이나 대리석, 비데 같은 호화시설로 변기 몇 칸짜리 공중화장실을 3억이나 들이며 지었다는 뉴스에는 한숨과 함께 화가 나기도 한다.

화장실은 청결하고, 편리하고 편안함이 생명이다. 화장실의 품격은 시설이 아니라 그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만드는 것이 아닌가? 우리 문화가 담겨져 있는 그런 화장실이면 좋겠다. <김천석 제주문화곳간 바람이 머무는 숲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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