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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를 시작하며
[하루를 시작하며]박제가의 우물론과 착한 소비
입력 : 2013. 02.06. 00:00:00
지난해 말부터 금년 초까지 주요 언론지면을 장식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인사이동이다. 정부부처나 공기업은 물론이고 주요 대기업 그리고 언론방송사·은행·대학 등 하루도 빠짐없이 인사이동을 하는 것 같다. 어떤 날은 신문지상의 반이나 삼분의 일 정도를 차지하는가 하면 지역신문인 경우 한면 전체를 차지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인사이동을 반기는 곳이 있다. 바로 가까이 있는 꽃집과 식당이다. 그러나 막상 꽃집과 식당 주인에게 물어보면 경기가 예전만큼 좋지 않다고 한다. 난화분 배달은 점점 줄어만 가고 직원들의 회식도 간단히 마치고 만다고 한다. 인사이동으로 대목을 기다리던 이들에게는 실망일 수밖에 없다.

조선후기의 유명한 실학자 박제가는 인문학자보다는 경제학자들에게 많은 인기가 있다고 한다. 박제가를 연구한 경제학자들이 제일 주목하는 내용이 '우물론'인데 그는 "무릇 재물은 우물과 같다. 우물물은 일정한 속도로 계속 퍼내야만 맑은 물이 솟아나고, 퍼내지 않으면 말라버리거나 썩어버린다"고 했다. 중국의 선진 문물을 보고 돌아온 후에 쓰여진 책 '북학의'에서 "비단을 입지 않으니 나라 안에 비단 짜는 사람이 없고, 그릇이 비뚤어지든 어떻든 간에 개의치 않으므로 예술의 교묘함을 알지 못하니, 나라에 공장(工場)과 도야(陶冶:질그릇을 굽는 곳과 대장간)가 없어지고, 기예도 없어지는 것이다"라고 했다. 필요한 소비가 이뤄지지 않는 데서 생기는 경제적 문제점을 예리하게 지적했다. 즉 왜곡된 검소가 초래한 경제의 위축과 동시에 소비의 중요성을 역설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절약은 분명 권장돼야 할 미덕이지만 소비가 위축돼 경기침체를 불러올 경우 절약은 오히려 악덕이 되는 것이다. 생산은 소비를 유도하고 또 소비는 투자를, 투자는 생산을 유발하는 새로운 경제질서가 실현된다고 한다.

우물론의 핵심은 바로 생산과 소비의 상호작용이다. 사치와 낭비는 배제돼야겠지만 필요한 소비마저 억제하는 것은 오히려 경제를 더욱 어렵게 만든다. 박제가는 바로 우물론을 통해 경제회복책을 주장했던 것이다. 소비는 개인 입장에서는 지출에 해당되지만 다른 한편에서 보면 수익에 해당하는 것이 된다. 즉 내 입장에서 소비는 기업의 소득을 늘리고 기업의 소득이 증가하면 기업에 종사하는 근로자와 기업의 주주들에게 그 소득이 분배되고, 그 분배된 소득은 다시 경제 현장으로 지출돼 결국 나의 소득으로 귀속됨으로써 전체 경제 규모가 확장된다는 이론이다. 지나친 소비는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킬 수 있으나 건전한 소비는 경제를 원활하게 돌아가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지역경제를 살리려면 시민들이 주인의식을 가지고 건전한 소비활동이 필요한 시점이다.

최근 민생경제를 살리기 위해 행정에서부터 건전한 착한 소비운동이 조금씩 되살아나고 있다. 내 고장 상품 구매하기, 재래시장 찾아가기, 제주사랑상품권 이용하기 등 작은 것부터 실천하는 착한 소비운동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정부차원에서도 침체된 내수 경제와 부동산 경기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다양한 시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아름답고 건전하고 착한 소비는 어떤 것인가? 아마도 버리지 않는 소비, 꼭 알맞은 소비가 아닌가 한다. 우리가 이러한 소비생활을 지켜 나갈 때 가정과 지역경제 그리고 국가경제에 이비지함은 물론 계층간 위화감 해소의 첫 걸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다가올 설을 맞이해 진정한 소비의 미덕이 무엇인지 한번쯤 되새겨 보고, 경제가 어렵다고 하지만 불우한 이웃에게 따뜻한 온정의 손길을 보내는 미덕도 함께 실천하기를 기대해본다.

<김영진 수필가·서귀포시 자치행정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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