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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건강보고서 3H
[생로병사]제왕절개분만 단상
입력 : 2013. 02.08. 00:00:00
로마의 제왕적 정치가 줄리어스 시저는 출생 당시 어머니의 배를 가르고 나왔다고 한다. 그래서 질식 분만이 불가능해 복부 절개술로 출산하는 경우를 Cesarean section delivery(시저식 절개분만, 제왕절개분만)라고 부른다.

의학사를 살펴 보면 시저가 복부 절개술을 통해 출생했다는 고증을 할 수 있는 사료는 발견할 수 없다. 그렇지만 기원전부터 자연적인 질식 분만이 어려운 경우에 어머니의 배를 가르고 아기를 꺼내는 일이 드물지 않게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당시 의술의 수준으로 미뤄 판단해 볼 때, 외과적 복부절개식 분만이 어머니를 살리기 위한 방법은 아니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다시 말해 분만 중인 산모의 생명을 거의 포기하는 선에서 아기의 생명만을 구하려는 마지막 수단이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필자가 의사생활 35년을 하면서 많은 환자들을 만났다. 또한 산부인과 전문의사로서 많은 제왕절개분만을 시술했다. 이 글을 쓰며 그 가운데 항상 기억 속에 머물고 있는 세 분을 다시 한번 떠올려 본다.

첫 번째 분은 중증 소아마비 장애를 지닌 분으로 바깥 분도 역시 중증 소아마비 장애를 지니고 있었다. 그 환자분이 가장 먼저 생각의 표층으로 떠오르는 이유는 그 분이 내가 제일 처음 제왕절개수술을 집도한 분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태어난 아기를 첫 대면하는 두사람의 표정이 환희와 축복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두 번째 분은 30대 초임부로서 중증 자간전증 환자분이었다. 환자는 밤새 진통을 겪으며 분만을 시도했으나 심한 부종, 조절되지 않는 중증 고혈압과 간효소의 급격한 상승으로 인해 새벽에 응급 제왕절개수술을 시행했다. 아기는 별 탈없이 세상에 태어났으나 그 젊은 여성은 아기 얼굴을 보지 못한 채 수술장의 회복실에서 피안의 세계로 떠났다.

세 번째 분은 40대 초반 노령 산모로 임신 중에 발병한 전격성 간염으로 분만실에 입원한 그 밤에 증세가 급격히 악화돼 사망에 임박했던 분이었다. 이제는 환자의 소생은 불가능하고 지금 제왕절개수술을 하면 아기만은 살릴 수 있을 것이라는 말을 어렵사리 했으나 남편과 부모는 어미 죽고 나온 자식을 보는 것도 도저히 할 수가 없다고 제왕절개를 받아 들이지 못하겠노라고 했다. 그렇게 산모와 아기는 이 세상을 떠났다. 그리고 그날 오후 영안실에서 연락이 왔다. 돌아 가신 산모를 매장하려는데 아기를 배 속에 넣은 채 매장할 수가 없으니 산부인과선생님께서 영안실에 오셔서 제왕절개수술을 해 주었으면 한다는 것이었다. 그날 산부인과의사로서는 처음으로 영안실에서 돌아 가신 산모의 복부 절개술을 통해 사망한 태아를 꺼냈다. 꺼낸 태아를 보며 산모 사망선고전에 제왕절개수술을 했더라면 하는 생각을 끝없이 했다.

분만의 과정은 병적인 것이라기 보다는 자연적 혹은 생리적인 것이다. 그러나 그 과정은 실로 변화무쌍하고 태풍전야와 같은 긴장감이 항시 함께 하는 산부인과의사들에게는 가장 보람있지만 또한 가정 어려운 의업의 과제이다.

그 옛날 줄리어스 시저의 어머니는 제왕절개수술후 어떻게 됐을까 다시 한번 궁금해 진다. <손영수 제주대학교병원 산부인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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