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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를 시작하며
[하루를 시작하며]새봄을 맞으며
입력 : 2013. 02.28. 00:00:00
아직 한 번쯤의 꽃샘추위가 남아 있겠지만 유난히 길고 추웠던 겨울이 지나고 봄이 시작된 듯하다. 내 뜨락에 봄이 오고 있음을 맨 처음 알려준 것은 수선화다.

몇 해 전 토산을 다녀오는 길에 사람의 발자취마저 끊어진 영천사 뒷길에서 우연히 만난 꽃이다. 그 해에는 눈이 많아 입춘을 앞두고도 잔설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많은 눈 속에서도 옥색의 잎 가운데 노란 꽃술을 잔처럼 받쳐 든 이른바 금잔옥대(金盞玉臺)의 모습이 나를 유혹해서 몇 포기를 옮겨 돌 틈이며 난간 밑에 아무렇게나 심었더니 이제는 제법 무더기를 이루어 봄의 전령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그러나 서귀포의 따뜻한 기온 때문인지 아니면 토질이 너무 좋은 탓인지 토산에서 보았던 것보다는 잎과 꽃이 크고 무성해, 청초하면서도 강인한 생명력을 느꼈던 예전의 모습보다는 못하다. 그래서 옛 어른들은 박한 토양에서 자란 꽃이 오래가고 향이 깊다고 말했는가 보다.

어쩌면 사람들도 마찬가지일지 모른다. 내가 어린 시절보다는 훨씬 물질적인 삶이 풍족해지고 온갖 편리한 생활도구가 가득한 세상에 살면서도 오히려 행복지수가 낮아지고 정이 각박해지는 모습을 보면서 '곳간에서 인심난다'는 말이 빈말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실제로 선대의 막대한 재산을 두고 다투는 부잣집 자손들의 이야기가 세상 소식의 전면에 등장하고 교육혜택과 병역회피를 목적으로 먼 나라에 원정출산을 가는 부유층을 보면서 가진 자들의 끝없는 탐욕과 특권의식 속에 성장하는 그들의 아이들이 너무 따뜻하고 기름진 토양에서 자란 수선화처럼 기품과 생명력을 잃는다면 오히려 가진 자의 우환이 되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나라도 마찬가지다. 풍요로운 강대국이라는 곳에서 벌어지는 빈부격차와 총기난사 속에서 불안하고 상대적 박탈감을 갖고 사는 사람들보다는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라고 하는 히말라야 오지 사람들이 오히려 행복지수가 높다는 사실은 무엇을 말해 주는가.

새봄과 함께 시작된 새 정부의 슬로건이 '국민이 행복 나라 건설'이라고 한다. 그리고 그 행복은 일자리를 마련해 실업률을 낮추고 어려운 사람들이 복지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라고 한다. 그러나 세계적인 경제 불황과 한정된 예산으로 그 목표를 이루기는 어려울 것이다. 다만 기대하는 것은 정의롭고 공평한 나눔으로 어려움을 이겨나가는 공평무사한 정부가 돼 주는 것이다.

국민들은 결코 현실을 무시하거나 어리석지 않다. 이미 글로벌화된 세상에서 우리 힘으로 어쩔 수 없는 세계적인 불황이나, 상식이 통하지 않는 정권이 벌이는 무모한 핵개발로 인한 불안을 오직 정부 탓으로만 여기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불황속에서도 자기 배만 불리는 세력을 견제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고 어리석은 정권을 다독여 밖으로 끌어내는 인내와 지혜를 동원해야 하는 것이 최고 지도자의 책무이다.

그래서 현명한 아버지는 불난 집에서 놀이에 빠져 나오지 않은 아이들을 끌어내기 위해 소와 양과 사슴이 끄는 수레를 마련했고, 아이들은 불난 집의 위험을 느껴서가 아니라 그 수레를 타려고 불난 집에서 빠져 나왔다는 이야기가 있는 것이다.

<법담 태고종 종무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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