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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대학교병원에서 의사로 일한지 길지도 짧지도 않은 12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돌이켜 보면 당시 열악했던 제주의료원(현재 제주대학교병원)에 대한 감상은 호사였다. 병원에서 의사소통이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환자와 보호자의 제주 사투리를 알아들을 수가 없어 외래 진료할 때는 간호사의 통역을 들으면서 환자와의 의사소통을 했다. 응급실에서도 환자를 대하기 전에 제주어를 통역할 사람을 먼저 찾곤 했었던 경험도 있다. 2010년 3월 '숲속의 병원'이라 일컫는 번듯한 제주대학교병원이 현재 위치에 들어섰다. 그동안 레지던트도 없이 1~2명의 신경외과 전문의와 함께 많은 어려움을 넘어서면서 새로운 삶의 터전에 들어올 수 있었다는 것에 감회가 새로웠다. 병원을 방문한 손님들은 모두 여유 있는 공간과 쾌적함이 어우러진 최신 시설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국내 굴지의 병원에 비해 손색이 없었다. 이렇듯 모든 것들이 어려움 속에서 순탄함으로 이어지고 있지만 갈수록 어렵게 느껴지는 일은 환자와 의사간의 의사소통이다. 신경외과 특성상 죽고 사는 길목에서 환자 혹은 그의 보호자와 수술 상담을 할 때 가끔 느끼는 곤혹감은 거의 절망적이다. 환자 질환의 위중함을 설명하고 수술에서 예기치 못한 혹은 어디에서나 발생할 수 있는 합병증 등을 설명하는 일이 유난히 힘들어진다. 그래도 예전에는 의사의 자존심을 고려하면서 조심스레 물어오던 질문이 이제는 마구 들이대듯 아니면 당당히 물어오곤 한다. "제주에서도 돼요?" 이는 제주에서만 유난스럽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지방에서 진료를 하는 의사 동료들에게도 비일비재한 일이라고 한다. 환자가 중한 질환으로 수술까지 하게 되는 경우는 환자, 보호자 그리고 의사에게 모두 안타까운 일이다. 환자와 보호자는 환자의 질환에 극도로 불안하고 최선의 진료를 통해 최고의 결과를 갈망하게 된다. 의사 역시 자신이 진료하는 환자가 최선의 결과를 안고 일상생활로 되돌아가도록 하는 것이 최고의 보람이자 명예로 삼고 있다. 그런데 간혹 환자와 보호자는 진료의 방관자 혹은 감시자와 같은 태도를 보일 때 의사는 환자의 상황을 설명하기도 힘들고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기 어려울 때가 있다. 개인적으로 좋은 의사란 우선 실력이 있고 품격을 유지하면서 양질의 진료를 제공하는 의사라고 생각한다. 환자를 위해 듣고, 환자를 위해 말하고, 환자와 공감하는 의사의 태도도 중요한 사항이다. 전쟁터와 같은 수술실에 들어가는 의사에게 사기를 불어넣어 줄 수 있는 환자와 보호자가 돼준다면 의사는 목숨 걸고 싸움에 임하는 장수와 같은 자세로 진료에 임할 분위기가 생길 것이다. 어느 사회에서나 좋은 태도와 내실 있는 대화가 장려되고 있다. 환자, 보호자와 진료인 사이에 배려, 존중, 공감, 애정, 관용, 경의, 신뢰를 기본으로 하는 포근한 병원진료가 항상 이뤄지길 바라는 마음이다.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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