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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논단]진짜 올레꾼
입력 : 2013. 03.04. 00:00:00
전국적으로 걷기 열풍이 불고 있다. 이제 걷기는 단순한 웰빙의 차원을 넘어 하나의 문화현상으로 자리매김해 가는 듯하다. 이런 추세에 맞춰 전국 곳곳에 '걷는 길'이 개설되고 있다. 지역마다 '걷는 길'의 명칭도 다양하다. 우리 제주는 올레, 지리산 쪽으로 가면 지리산 들레길, 대관령에는 대관령길, 문경에는 문경새재길이 있다. 남해의 청산도에 가면 슬로우길이 있다. 앞으로도 '걷는 길'은 계속 생겨날 것이다.

'걷는 길'은 상당히 철학적인 데가 있다. 걸으면서 자신을 성찰해본다는 높은 수준의 도덕성을 내포하고 있다. 중세 유럽의 순례자의 길이 그 시초가 아닌가 한다. 스페인의 '산티아고 순례길'이 대표적인 예일 것이다. '산티아고 순례길'이란 예수의 열두 제자 중 한 명인 성야고보 성당까지의 순례길을 말하는데 제주 올레도 여기에서 모티브를 얻었다고 한다.

작년 가을 스위스를 방문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곳에도 걷기 열풍이 불고 있었다. 제주 올레와 비슷한 길이 꾸준히 개설되고 있었는데 그것을 '주경계 길'이라 부르고 있었다. 주와 주 사이 경계를 걷는다는 의미이다. 스위스의 각 주는 우리나라의 영·호남만큼이나 갈등을 겪고 있다고 한다. 갈등의 원인은 우리나라 보다도 훨씬 다양한데 우선 언어권이 확연히 구분된다는 점이다. 독일어권, 프랑스어권, 이태리어권 등. 종교도 주에 따라 확연히 구분되는데 한 지방이 가톨릭이라면 그 옆의 지역은 신교라는 식이다. 최근에는 도농간 빈부의 격차도 갈등의 원인이 되고 있다 한다. 이러한 갈등을 융합할 목적으로 개발한 것이 '주 경계길'이라는 것이다.

제주 올레길 부근의 주민들과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올레길이 처음 생겼을 때는 자신의 지역을 찾아주는 것이 고마워서 친절하게 맞았지만 요즘은 마냥 반길 수만도 없는 것이 현실이란다. 날이 갈수록 피해만 늘어간다는 하소연이었다. 화장실을 빌려줬는데 그것도 한 두 번이지 여간 성가시지 않다는 것. 올레길 옆의 농작물 피해도 심심찮게 일어난다고 했다. 올레꾼 한 사람이 풋고추 하나를 땄다고 하자. 그 사람으로서는 한 개이지만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하루 열명이라면 사정은 다르다는 것이었다. 올레꾼이 버리는 쓰레기는 가뜩이나 일손이 부족한 농촌 마을에 일거리만 더 만들어 주는 결과가 됐다 했다. 그래도 올레꾼들이 찾아줘 지역 경제에 도움을 줄 수 있잖냐고 필자가 조심스럽게 말하자 퉁명스럽게 한 분이 말했다. "올레꾼들이 돈 쓰는 줄 아세요? 김밥 한 줄, 생수 한 병도 다 집에서 준비해 오거나 제주시에서 사오는데요 뭘."

필자는 위의 예가 일반적인 것은 아니라고 믿고 싶다. 그러나 작년에 청산도 슬로우길을 걸을 때 그곳 주민들에게서도 비슷한 이야기를 들은 터라 우리가 새겨들을 부분이 분명히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올레길 걷기를 품격있는 하나의 문화로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올레꾼들이 최소한의 원칙은 지켜줘야 하지 않을까 한다. 그것은 다름 아니라 상생의 원칙이다. 우리가 올레길을 걸으며 심신을 치유할 수 있는 것은 지역주민들이 자연을 청정하게 유지 관리해주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올레꾼들은 혜택을 본만큼 지역주민들에게 보답을 해야 하지 않을까. 자신이 만든 쓰레기는 자신이 다시 가져오도록 하자. 제발 농작물에 함부로 손대지 말기를 바란다. 그리고 편리하다는 이유로 생수, 김밥을 준비해 갈 것이 아니라 현지에서 사고 점심도 현지 식당을 이용해 줬으면 한다. 길을 걷다가 주민들이 농산물을 팔면 그것도 하나씩 사주도록 하자. 이 조그만 실천들이 바로 상생의 첫걸음일 것이다. 이런 따뜻한 마음의 소유자야말로 진짜 올레꾼이 아닐까 한다. <권재효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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