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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칩(驚蟄)에…
입력 : 2013. 03.05. 00:00:00
지난해 겨울은 여느 해 보다 유난히 추웠지 않나 생각된다. 근 30여 년 동안 공동주택 생활을 마감하고 지난 8월 시골의 조그마한 단독주택으로 거처를 옮겨 맞은 첫 겨울은 한마디로 혹독한 신고식 그 자체였다. 마치 따뜻한 지역에서 추운 지역으로 옮겨 온 사람마냥 추위에 적응이 안 됐을 뿐만 아니라 머리에 그렸던 새집에서의 그림 같은 생활은 연속해서 찾아온 3번의 태풍과 이어 시작된 추위에 산산히 깨져 버렸다. 수도가 언다는 것은 육지 추운지방에서나 겪는 일인 줄 알았건만…. 처음 겪는 본인으로서 그 당황스러움과 황망함이란, 아무튼 혹한기를 이겨내는 극기 훈련을 받은 병사의 심정이 이렇지 않았을까?

언론에서도 몇 십년만의 추위니, 눈 폭탄이니 하면서 연일 맹추위를 강조했듯이 지난 겨울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도 기상이변으로 많은 피해가 속출했다. 평소 같으면 눈 구경을 할 수 없는 중동의 레바논에 10cm가 넘는 폭설이 내렸는가 하면 시베리아는 평년 기온보다 30도 낮은 영하 50도까지 떨어져 많은 사람들이 생명을 잃는 등 상당한 피해가 생기기도 했다. 영화에서 나옴직한 이야기가 현실로 나타나는 것은 아닌지 하는 우려가 나올 만큼 혹독한 겨울을 보냈던 것 같다. 그러나 자연의 섭리는 우리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지난 겨울 잎을 다 떨구어 낸 앙상한 가지들도 꽃망울의 속을 꽉 채우며 봄을 맞을 채비로 분주하다. 따스한 기운을 머금은 대지는 쌓인 눈을 녹여내며 허연 수증기를 토해내고 있고 얼음골마다 흐르는 물소리로 봄은 어느새 우리 곁에 와 있음을 알리고 있다. 흙을 뚫고 세상 밖으로 얼굴을 내미는 동·식물들의 미세한 떨림에서 새로운 생명의 기운을 느낀다. 숨 죽였던 자연이 깨어나고 있다.

경칩(驚蟄)이다.

움츠리고 있다고 해서, 눈을 감고 있다고 해서 죽어 있었던 것이 아니다. 이 혹독한 겨울을 이겨내기 위해 잠시 숨죽이고 있었던 것이다. 굳이 어느 시인이 노래한 봄의 예찬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이제 자연은 기지개를 켜며 큰 생명들을 선사하고 있다. 이렇듯 봄은 우리들 생활에도 많은 변화를 주고 있다. 지난 겨울 찬 바람을 막기 위해 빈틈없이 굳게 닫혔던 창문들이 활짝 열린다. 봄의 새 기운을 들여놓기 위해서다. 눅눅했던 이불이며 옷가지들을 밖으로 내다 널며 겨우내 찌들었던 묵은 때들을 털어낸다. 학교의 운동장은 아이들의 재잘거림으로 활기가 넘쳐나고 있고, 초등학교 입학식도 이즈음이다. 새로운 사회로의 첫 진입이다. 모든 것이 새로운 시작이다. 이 계절은 예비 사회인들에게는 설렘과 부푼 마음이 교차하는 희망의 시기이기도 하다.

3월의 시작과 함께 한, 봄은 우리를 깨어 있게 할 뿐만 아니라 자연의 섭리라는 경외로움을 온 몸으로 느끼게 해주고 있기도 하다. 모든 일에는 처음이 중요하다. 옷을 입을 때도 첫 단추를 잘 꿰어야 제대로 입을 수 있는 것처럼 처음을 어떻게 시작하느냐가 계획한 일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그로 인해 우리의 인생도 크게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새로운 정부가 출범했다. 이 계절의 변화와 함께 국가적으로 새로운 기운이 움트고 있다고도 한다. 제발 그렇게 되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

<고창균 (사)제주영상위원회 제작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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