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n라이프
늙으면 죽어야? 고령화, 당신의 문제
프랑스 지성들의 초고령 사회 해법 '노년예찬'
표성준 기자 sjpyo@ihalla.com
입력 : 2013. 03.08. 00:00:00
가족과 사회는 왜 노인을 버리려고 하는가? 초고령 사회, 세대 간 전쟁은 필연인가? 누가 누구를 위해 지불할 것인가? 해결책은 노인 격리와 수명 통제뿐인가? 노인이 원하는 건 권력인가, 평등인가? 세대 전쟁이 예고되는 한국사회에서 과연 나는 원하는 대로 나이 들 수 있을까?

몇 달 전 한 부장판사가 재판 중 증인으로 출석한 60대 여성 피해자에게 "늙으면 죽어야 해요"라는 취지의 말을 했다가 파문이 커지자 대법원장이 대국민 사과를 한 일이 있었다. 고령화는 그 자체로 부정적인 사건은 아니지만 이렇게 자식과 부모, 청년과 노년 사이 세대 간 갈등을 부추긴다. 이 책에서 소개되는 다음과 같은 사례에서 그 갈등의 근원을 찾아볼 수 있다.

"나이라는 숫자는 폭력적입니다. 노년에도 청년기, 중년기 같은 단계가 있어요. 저는 이제 노년 중에서도 노년기에 들어섰는데, 우울하게도 위안거리가 별로 없어요. 옷을 봐도 그래요. 집 근처라서 늘 봉 마르셰 백화점에 다니는데, 파리에서 가장 오래되고 고급 백화점임에도 속옷 코너에 제가 입을 만한 게 하나도 없어요."(브누아트 그루)

"사실 건강한, 부유한, 유명한 노인은 차별받지 않습니다. 차별받는 사람은 가장 약한 사람입니다. 같은 마그레브(과거 프랑스의 식민지였던 북아프리카 지역) 출신이라 해도 파리의 크리용호텔에 묵는 마그레브 국가대사는 차별받지 않아요. 차별받는 건 하층의 이주노동자들이죠."(파스칼 샹베르)

이 책은 우리보다 일찍 초고령 사회로 접어든 프랑스가 '고령화 시대'에 던지는 수많은 질문을 담고 있다. 다소 무겁고 어둡게 흘러갈 수 있는 주제들이지만 스테판 에셀과 브누아트 그루 등 18명의 프랑스 지성은 때론 유머스럽게 때론 냉철하게 문제를 풀어간다. 노년을 둘러싼 복합적인 흐름의 연관성을 제시하면서 다른 한편으론 개인의 목소리를 통해 개인적 차원뿐만 아니라 사회적 차원에서의 해결책을 제시한다.

책이 제목처럼 노년을 그저 찬양하는 것도 아니다. 최근 언론을 장악한 포퓰리즘 정치와 복지의 모호한 경계와 좁은 시야가 아닌 오늘날 90대 노인의 이야기부터 노년에 대한 인류학적·사회학적·정치학적·경제학적·생물학적 발견까지 모두 망라한다. 그리고 마침내 노년을 경제적인 관점으로만 바라보거나 무능한 일부 현상이 가져다주는 문제만으로 바라보지 말고, 바로 나 자신의 문제로 바라보는 공감 능력이 필요하다고 소리친다. 콜레트 메나주 지음, 심영아 옮김. 정은문고.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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