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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광장
시낭송이 흐르는 세상을 꿈꾸며
입력 : 2013. 03.12. 00:00:00
매화 향기가 한라의 허리 어디를 가든지 그윽하던 날 봄맞이 문학행사에서 '먼데서 이기고 돌아온 사람아'(이성부 '봄'중에서), '매화 향기 홀로 아득하니'(이육사 '광야'중에서)를 낭송하는 감동은 봄을 경이롭게 느끼게 하고 고고한 매화 향기에 푹 빠져 들게 하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이토록 한 편의 시는 사람으로부터 자연을, 자연으로부터 사람을 동화되게 하는 힘이 있는 것 같다.

'21세기는 문화혁명의 시대'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땐 낯설게 느껴지기도 했는데 요즈음에 와선 무엇을 하든 문화가 접목돼야 한다는 말을 듣곤 한다. 물질만능주의를 극복하거나 억제해서 사람들 사이에 섬을 만들어주는 게 바로 문화이기 때문일 것이다. 시낭송 장르도 많은 변화가 일어났고 사람들이 바라보는 인식도 바뀌어 가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아날로그 시대의 산물이라고 여겨졌던 낭독, 낭송이 디지털 시대를 맞아 세계적으로 바람을 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각 문학단체에서 시, 수필, 소설 낭독회가 열리고, TV에서도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으며 오디오를 이용한 책 녹음 등 현대인들은 점점 청각의 매력에 빠져들고 있다. 눈으로 글을 읽는 것보다 귀로 들었을 때 무한한 상상력으로 이미지를 상승시켜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시가 개인의 다양한 삶을 무시하고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절대적 표준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시낭송 또한 그렇다. 누가 내게 시를 왜 읽느냐고 묻는다면 대답하기가 막연하지만, 지금 내가 살고 있는 현실을 바라보는 기준이 될 것 같기도 하고 현실을 가만히 들여다보면서 가슴 속 깊이 가지고 있는 꿈을 끌어당기고 현실화하는 힘이 있다고 대답하고 싶다. 시낭송은 단순히 소리를 한껏 돋워 읽는 것이 아니라 마음과 몸으로 다양한 삶을 구현해 보는 일이다. 스마트 시대의 풍요 속에서 정신적으로 빈곤한 삶을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무엇보다도 자아를 되돌아보며 바람직한 사회를 꿈꾸게 만들어 줄 수 있는 울림이 되기에 충분하다.

천혜의 관광지 제주는 자연이 주는 아름다움만으로도 축복의 섬이다. 문화는 반드시 서울에서 지방으로만 전파되는 것은 아니다. 축복의 섬, 한라에서 웅혼하게 퍼져나갈 수도 있다. 아니, 시의 향기가 한라산 자락에 제주의 혼처럼 생명으로 뿌리내려 깃든다면 이것만으로도 좋은 일이다. 봄의 꽃들이 이제 꽃망울을 터뜨리는 것처럼 봄의 흥취에 겨운 새들의 노래와 함께 낭송의 울림이 신비로움과 경이로움을 불러올 것만 같다.

시는 언어의 최고의 조각품이다. 시를 읽을 시간이 없다고 아우성치는 바쁜 현대인들에게, '한 편의 시'로부터 시작된 시낭송이 상처를 감싸주고 위로가 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된 것은 십여 년 동안 시낭송 활동을 하는 동안의 경험이기도 하기에 시낭송 운동이야말로 고급문화운동이 될 것이라는 믿음을 갖게 한다. 육체의 근력만이 아닌 영혼의 근력을 만들어 주는, 삭막하고 우울한 현대인들에게 좋은 치유제가 되는 비타민이 '시낭송'이라면 어떨까?

시낭송의 울림이 메마른 대지에 촉촉한 단비가 되어 한라에서 흐르는 시의 물길이 온 세상으로 흐르기를 꿈꿔본다. <김향심 시인·시낭송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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