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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논단]도로 이름, 제대로 지읍시다
입력 : 2013. 03.18. 00:00:00
대저 모든 사물은 이름을 가지고 있다. 이름은 그 사물만의 고유한 의미와 특성을 나타내는 중요한 요소이다. 요즘 오름엘 오르면 바람꽃, 노루귀 까치무릇 등 예쁜 이름을 가진 들꽃들이 봄을 알리고 있다. 엉겅퀴, 개불알꽃 같은 웃기는 이름도 있지만 오히려 그렇게 지어 준 사람들을 비웃기라도 하듯 그들은 더욱 고운 모습으로 자태를 뽐낸다.

사람에게 이름은 그 운명마저 좌우할 수 있다 해 한때 '이름은 작명가에게 맡겨라'는 말과 함께 유행처럼 이름에 공을 들인 시절이 있다. 영자, 춘자 시대와 영숙, 정숙 숙자매 시절을 살아온 우리 세대는 자기 이름에 대해 한번쯤 불만을 가져 봤을 것이다. 방 귀남, 노 숙자 같이 이름은 좋으나 성과 어울리면서 전혀 의도치 않는 결과에 우습기도 하고, 곤혹스러운 상황을 보고 겪은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이제 이름 짓기에 무척 신경을 쓰고 있다.

도로에도 이름이 있다. 새 주소가 도로명으로 바뀌면서 자연스럽게 도로 이름을 접하게 된다. 참 정겹고 고운 이름이 있는가 하면 때론 어처구니가 없기도 하고, 화가 나는 이름도 있다.

1970년, 서울 마포구에 있는 한 아파트가 무너져 33명이 사망하는 대형 참사가 일어난다. 이름은 와우아파트. 또 1971년에는 충무로에서 22층 호텔이 화재가 발생해 163명이 사망, 7명 실종, 세계 최대의 호텔 화재사건으로 기록되는 불명예를 안는다. 이 호텔의 이름은 대연각.

물론 부실공사와 부주의가 원인이었지만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그 이름이 문제였고 그럴 수밖에 없는 운명적 이름을 가졌다고 이야기한다.

우주선 타고 달나라엘 가는 시대에 이런 이야기는 우스운 소리일 수 있다. 그러나 때때로 불가사의한 것들을 보고, 하루하루를 사건사고로 마주하고 있는 미약한 인간에게 이런 불안스러운 이유를 굳이 제공할 필요야 없지 않을까?

애월과 조천을 잇는다는 애조로를 달리며 문득 떠오른 불편한 생각이 있다. 애조로가 주는 느낌이 어쩐지 썩 좋지 않음은 나만의 생각인가? 곽납로, 애납로 등도 곽지와 납읍, 애월과 납읍을 잇는다는 뜻인 줄은 알겠지만 이것 또한 궁색하다 아니할 수가 없다. 마치 영자, 춘자 시대로 회귀한 기분이다.

도로를 최대의 유산으로 자랑하는 로마는 건설 지휘자의 이름을 따서 지었다고 한다. 책임과 명예를 동시에 짊어지는 일종의 도로 실명제라 할 수 있겠다. 우리나라도 세종로, 퇴계로, 원효로, 율곡로, 충정로, 다산로, 백범로 등 역사의 인물을 차용한 도로명이 있다.

독일의 한 도시는 '테니스 황제' 로저 페더러(스위스)의 이름을 딴 도로를 만든다. 독일 서부에 위치한 할레 시(市)는 경기장 앞길의 이름을 '로저 페더러 알레'로 개명했는데 독일 선수도 아닌 페더러의 이름이 도로 이름에 붙은 이유는 할레 시는 윔블던에 앞서 게리 베버 오픈이라는 테니스 대회를 개최하는데, 페더러가 이 대회에서 과거 5번이나 우승했기 때문이라 한다.

도로에 이름을 붙이는데 너무 구태의연한 틀에 사로잡혀 있는 건 아닌지 묻고 싶다. 언젠가부터 우리 제주의 도시경관이 마치 서울의 구석진 변방을 닮아가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앞서가는 트렌드를 좇아가도 뒤쳐질 판에 행정편의, 비용절감, 예산부족 등을 이유로 서울 변두리 모습을 닮아가는 것이다. 겉모양뿐만 아니라 문화의 행태마저 거꾸로 가고 있음을 본다.

도로에도 스토리텔링이 필요하다. 갖은 이야깃거리를 만들어 관광객을 유인해야 할 시점에 60년대 사고로 함부로 이름을 붙이는 것은 도민에게, 후손에게 무책임한 일이다. 도로이름을 기업에게 임대를 주는 방안은 어떨까? 도민화합 차원에서 역대 도백의 이름을 붙이면 또 어떨까? 다양한 소리를 들을 일이다.

<김천석 제주문화곳간 바람이 머무는 숲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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