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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자연의 공존
[인간과 자연의 共存]4.노루(4)포획사업
포획·이주대책 성공 '글쎄'… 타 영역 노루 유입 방지 필요
고대로 기자 bigroad@ihalla.com
입력 : 2013. 04.01. 00:00:00

▲노루는 청각이 워낙 발달돼 있기 때문에 인간의 접근을 쉽게 허용하지 않는다. 때문에 숲에서 노루를 포획할 경우 이동시키는데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사진=한라일보 DB

6월까지 200마리 생포 후 노루생태관찰원 이주
중성화수술해도 농작물 피해 계속돼 효과 미흡
노루 제거한 뒤 불쾌한 음향·식물 식재 방법도

제주자치도가 이달부터 오는 6월까지 노루에 의한 농작물 피해가 극심한 두 곳을 설정하고, 노루 200마리를 마취총이나 그물로 포획해 제주시 봉개동 노루생태관찰원으로 이주시킬 예정이다.

노루생태관찰원은 제주시 봉개동 거친오름일대 50㏊에 1999년부터 지난해까지 90억9000만원을 들여 조성됐으며, 거친오름 일대 노루 60마리와 상시관찰원 내에 길들인 노루 30마리 등 90여마리가 서식하고 있다.

제주자치도는 이번 시범 사업을 통해 노루 생포사업 효과 분석과 문제점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 평가하고, 가장 효과적인 포획 이주방법 등을 마련해 7월부터 시행해 나갈 예정이다.

▶포획 사업효과 있을까=한라산 중산간 노루 서식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취재기자는 지난 29일 오후 제주시 구좌읍 다랑쉬 오름과 용눈이오름 일대를 돌아 보았다.

3시간 동안 초지를 중심으로 노루를 찾아 헤매고 다녔지만 단 한 마리도 발견하지 못했다. 다만 교래리 정석항공관 인근에 있는 대록산에서 하산하던 중 나무가 우거진 빽빽한 산등성이에서 노루 2마리를 관찰할 수 있었다. 새끼 노루와 어미같아 보였다.

기자가 다가가자 재빠르게 숲속으로 사라졌다. 이처럼 노루는 인간의 접근을 쉽게 허용하지 않는다. 청각이 워낙 발달돼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숲에서 노루를 포획할 경우 이동시키기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됐다.

▲제주동부 중산간 밭농사 지역.

제주특별자치도는 오는 7월 노루를 유해야생동물로 지정해 포획할 수 있도록 하는 야생생물 보호관리 조례 시행을 앞두고 이달부터 오는 6월말까지 한국야생동식물보호관리협회 제주도지부 밀렵감시단 등 전문기관과 합동으로 노루 포획에 나설 예정이다. 200여 마리를 생포해 노루생태관찰원에 이주시키고 내년에 추가로 서귀포시 성산읍 수산2리 궁대악오름 주변 55만㎡를 새로운 노루생태관찰원으로 만들어 500여 마리를 수용할 계획이다. 이곳에 콩, 무 등을 뿌려 자연스럽게 먹이를 먹도록 할 방침이다.

제주자치도는 마취총과 그물총을 이용해 노루를 잡고 노루생태관찰원으로 이주시킬 예정이나 이같은 대책이 성공할 지는 미지수다.

도내 특정지역의 노루를 없애면 다른 영역에 거주하던 노루가 들어오기 때문이다. 노루와 비슷한 길고양이는 이같은 이유 때문에 티엔아르(TNR) 프로그램이 대세가 되고 있다. 고양이를 잡아서 포살하면 다른 영역의 길고양이가 들아와 번식하기 때문에 잡은 뒤(trap), 중성화 수술(neuter)을 시켜, 원 위치에 방사(return)하는 등의 개체 수를 관리하는 기법이다.

▲최근 노루가 난데없이 제주국제공항에까지 나타나 공항 관계자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사진 위). 잇따른 노루의 습격(?)으로 피해를 입어 각종 예방 시설이 설치된 밭(사진 아래).

한라산연구소 오장근 박사는 "노루는 널린 게 먹이이기 때문에 먹이 유인이 쉽지 않고 중성화 수술을 해도 노루들은 해당 영역에서 계속 농작물 피해를 일으킨다는 점에서 효과가 없다"며 "제주도가 추진하고 있는 방법이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다른 지역의 노루들이 새로 진입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을 세워야 한다"고 주문했다. 오 박사는 이어 "노루를 제거한 지역에 노루가 나타났을 때 불쾌한 음향을 내보낸다거나, 노루가 싫어하는 식물을 식재하는 방법이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허경종 제주자치도 환경자산보전과장은 "노루의 종 보존과 제주의 상징성, 그리고 노루에 대한 도민 정서 등을 고려해 이번 시범사업을 통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찾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오는 7월1일부터 3년 동안 한시적으로 노루를 유해야생동물로 지정해 포획할 수 있도록 하는 야생생물 보호관리 조례가 시행됐지만 아무나 함부로 허가 없이 총기 및 올무나 올가미를 이용해 노루를 불법 포획하거나 이를 이용해 만든 음식물을 섭취할 수 없고, 가공품 또한 취득할 수 없다. 야생생물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은 이를 어길 경우 최고 2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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