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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 신화에 나오는 숫자들에는 제주 사람들의 철학이 담겨 있다. 본풀이에는 제주 사람들이 신화 이야기를 전개하는데 자주 사용되는 숫자(數字)들이 있고, 그러한 숫자는 제주문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제주 사람들의 기질과 문화 계통까지도 알 수 있게 한다. 제주도를 만든 창세신화로서 설문대할망 이야기에는 제주 사람들이 생각하는 1, '하나'의 철학이 있다. 하나는 창조의 의미에서 모자람이 없음, 풍요로움을 뜻하기도 하지만 할망이 만든 제주 땅에 할망 홀로 살고 있었다는 제주도 거기에는 완전한 하나가 될 수 없었던 불완전한 하나, '외로운 하나'의 비극성을 내포하고 있다. 세상에 하나 뿐인 여신, 힘이 세고 키가 큰 외로운 할망의 '외로운 하나', 100을 채울 수 없는 하나, 결국 99골짜기로 이뤄진 여신의 나라, 왕도 범도 곰도 못내 나는 아쉬움의 하나를 만들어 내었다. 또 다른 창세신화 '천지왕 본풀이'에는 왁왁한 어둠에서 천지가 둘로 나뉘고 하늘의 남신 천지왕이 땅에 내려와 땅의 여신 총명부인과 배필을 맺어 아들을 낳은 마음 착한 형 대별왕과 마음씨 나쁜 동생 소별왕이 나온다. 두 형제는 꽃가꾸기 싸움과 수수께끼 시합으로 우열을 다투어 이긴 자가 이승을 차지하고 진 자가 저승을 차지하기로 했으나 마음씨 나쁜 동생 소별왕이 꽃바구니를 바꿔서 이승을 차지했기 때문에 세상은 무질서하고 악에 물든 세상이 됐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삼싱할망본풀이에 의하면, 꽃가꾸기 시합에서 이긴 하늘 명진국의 딸은 아이를 15세까지 잘 키워주는 삼싱할망이 됐고, 시합에 진 동해용왕의 따님은 아이를 저승으로 데려간다는 구삼싱할망이 됐다는 아이를 키우는 2수 법칙을 만들어 냈다. 제주 사람의 3수 철학은 삼성신화의 삼분체계로 알려진 삼신인(三神人)이 땅에서 솟아났다는 탐라국 개국신화가 있다. 신화에 의하면, 모흥혈(毛興穴)이라는 품자형 동굴(品字型洞窟)에서 신이 될 세 아이가 태어났다는 삼을나(三乙那)신화에 나타난 3, 삼수철학과 초공본풀이에 등장하는 무조(巫祖) 젯부기 삼형제 삼명두 요령, 신칼, 산판과 악기의 신 너사무너도령 삼형제 북과 징, 설쉐 이야기, 그리고 삼공본풀이라고 부르는 가믄장아기 신화가 있다. 너는 누구 덕에 사느냐? 큰딸이 대답했다. "부모님 덕에 삽니다." 둘째 딸이 대답했다. "부모님 덕에 삽니다." 막내 딸이 대답했다. "부모님 덕이 아니라 내 선그믓 덕에 삽니다." 아버지는 화가 나서 막내 딸을 내쫓았다. 소위 '말녀발복설화'라고 하는 가믄장아기 신화는 단순한 '내 복에 산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적극적인 사유, 긍정과 수긍에 길들여진 순응의 원리에 근거를 둔 화법이 아니라 여성으로서의 적극적인 삶을 살겠다는 생의 의지를 보이기 위해 순응에서 저항으로 역전되는 부정과 변조, 파격의 미학이 담겨 있다. 끝으로 북두칠성을 신으로 믿는 칠성신앙은 땅에 유배 온 별공주를 마을을 지켜주는 본향당신으로 모신 칠일신 신앙이 됐고, 그 기능을 가진 칠일신은 아이를 포태시켜주는 산육신 일뤠할망으로 마을의 본향신이 됐다. 이렇게 만들어진 '별들이 이 세상에 귀양 온 이야기'로부터 이뤄진 칠일신 신앙, 집안의 안칠성, 밧칠성을 모시는 뱀 칠성 신앙까지 별 신앙(七星神仰)과 뱀신앙(七星神仰)은 제주인의 칠(七)의 수(數) 철학을 완성했다. <문무병 민속학자·시인>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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