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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동안 다기(茶器)세트를 선물했습니다. 친구들은 물론이고, 친한 선후배가 혼인식을 할 때도 2인용 다기를 선물했지요. 3인용도 있고, 5인용도 있는데 왜 하필이면 2인용이냐? 값이 싸서라고 오해할 수도 있겠지만 혼인은 여자자연인과 남자자연인의 결합, 즉 부부(夫婦)됨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부부간에 차를 자주 마셔. 매일이 힘들다면 일주일에 두세 번이라도 마시고, 부부싸움을 한 날에는 꼭 마셔야 돼"하면서 다짐을 받곤 했습니다. 차 문화가 익숙하지 않은 시절 - 지금도 별반 다르지는 않지 - 이었던지라 감사하기보다는 '바쁜데 그럴 시간이?'라거나 '마음 상한 상태에서 왜?'라고 묻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누구나, 이렇게 말하면 안 되겠군요. TV드라마나 소설을 보면 정략결혼을 하는 부부도 있으니까. 아무튼 사랑해서 혼인을 하지만 크고 작은 마찰이 생기기 마련이고, 개 중에는 이혼을 하기도 합니다. 이혼 사유야 셀 수도 없이 많겠지만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경제적인 이유와 성격차이일 것입니다. 성격차이는 당연한 일입니다. 같은 배에서 나온 형제들도 제각각인데 서로 다른 환경에서 수십 년 동안 살아온 남자와 여자의 성격이 같을 수는 없지요. 그것을 인정한다면 부부간의 소통을 위해서 애쓰는 게 매우 중요합니다. 그런데 현대생활이라는 게 매우 바쁘게 돌아갑니다. 사랑해서 부부의 인연을 맺지만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기 위한 소통의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지요. 나는 마시는 것이라면 무엇이든지 좋아합니다. 차나 커피는 물론이고, 술도 좋아하지요. 하지만 술이 과하면 실수를 하게 마련이고, 사소한 것이 큰 싸움으로 번지기도 합니다. 커피도 좋지만 각자의 공간으로 커피를 들고 가버리기에 역시 대화가 끊기게 되지요. 이런 연유로 차를 권하는 것입니다. 물을 끓여서 잔과 다기를 덥히고, 물을 식혀서 차를 마시는 동안에 마주앉아서 이야기를 할 수 있으니까요. 마주보기, 눈높이는 아이에게만 한정되는 게 아닙니다. 나와 아내는 혼인 전에 부부의 역할에 대해서 많은 학습을 했고, 또 약속도 했습니다. '나이가 다섯 살이나 차이가 나지만 동등한 존재로서 서로 경어(敬語) 사용하기, 새벽 잠이 많은 아내를 배려해서 초저녁 잠이 많은 내가 아침밥 준비하기, 시가와 처가의 형평성 지키기, 대소사를 막론하고 서로 합의해서 결정하기, 동서양을 막론하고 혼인과 동시에 잃어버리는 여자의 이름을 지켜(불러)주기, 육아는 부모의 몫이고 당신(아내)이 여의치 않다면 내가 그 역할을 감당하겠다' 등등. 그 약속을 지키느라 꽤 오랫동안 남자주부로서의 삶을 살았지요. 다향이가 기저귀를 차고 지내던 무렵, 그러니까 여자주부들과 육아모임을 할 때였습니다. 한 아주머니가 "우리 남편은 꼭 아침밥을 차려달라고 해서 아주 힘들어"라고 말했지요. 그 한마디에 그 집 남편은 '간이 배 밖으로 나왔다느니, 요즘도 그런 간 큰 남편이 있느냐'는 등 다른 주부들로부터 성토의 대상이 되었고, 나는 깜짝 놀랐습니다. 물론 어린아이를 돌보는 것은 매우 힘든 일입니다. 온종일 먹이고, 씻기며 놀아주다보면 파김치가 되고 말지요. 또 수면 중에도 칭얼거리는 아이를 챙기느라 수면시간도 턱없이 부족해지고요. 하지만 남편도 놀러가는 게 아닙니다. 가족을 위해서 무한경쟁의 일터로 나서는 것이지요. 자동차도 기름을 넣어야 굴러가는 법인데 남편을 굶주린 상태로 내보내서야 되겠습니까? 오해는 하지 마시길. 꼭 아내가 남편의 밥을 차려줘야 한다는 말이 아닙니다. 어린 새는 어미가 물어다주는 먹이를 받아먹지만 때가 되면 제 세상으로 날아가기 마련입니다. 그때 내 곁을 지켜줄 사람이 누구인지를 잊지 말라는 것입니다. <오성근 작가·둥구나무 찻집&민박 대표>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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