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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건강보고서 3H
[생로병사]아픈이들이 보내준 편지
입력 : 2013. 04.05. 00:00:00
제주대학교병원에 발령 받은 첫 해인 2009년 12월 대동맥-식도 누공 출혈이라는 매우 드문 질환으로 식도 출혈이 있었던 81세의 해녀가 있었다. 심한 토혈로 심폐정지가 발생하여 심폐소생술을 했었고, 처음 보는 질환이었다. 영상의학과 도움으로 식도에 스텐트를 넣자 환자는 생체 징후가 안정되며 드라마틱하게 회복되었다.

이 환자의 보호자였던 아들이 당시 보냈던 감사의 편지가 생각난다. "먼저 위급 상황에서 제 모친을 훌륭한 의술로서 적절한 조치를 통해 다시 살아날 수 있도록 해주신 은혜에 고개 숙여 경의를 표합니다." 그 해녀는 결국 6개월 뒤에 반복되는 토혈로 이세상을 떠나긴 했지만, 제주도에 온 첫 해에 만났던 중환으로 회복의 기쁨과 이별의 아픔을 맞보게 했던 이였다.

그 이듬해 83세 할머니가 한달간 식사를 잘 못하는 것과 3㎏의 체중 감소로 병원을 찾았다. 진단결과 췌장암이었다. 할머니는 자녀들이 모두 육지에 있어 서울에서 수술을 받았고, 다시 제주도에 내려와 항암 치료를 받으면서 혈액종양내과와 처음 병을 진단했던 나를 정기적으로 방문했다. 그때 그 할머니가 적어준 편지는 다음과 같았다.

"저의 몸이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으나 진실로 感謝합니다. 先生님 建康하시고 많은 환자를 도와 주세요". 이 할머니도 1년이 채 안 되는 기간 동안 항암 치료를 하다가 임종했다. 그렇지만 마지막 임종까지 모든 것을 감사하면서 아름답게 생을 마감했다.

S상결장암에 의한 장 폐색으로 수술 전 대장에 스텐트를 삽입했던 74세의 환자가 지난해 썼던 편지의 일부다. "업친데 덥친격으로 지난 8일에는 대장암 3기라는 청천벽력 같은 진단을 받았습니다. 지난 11일에 장내부를 넓히는 시술을 하기 위해 내시경실에 눕혀졌습니다. 순간 만감이 교차 했습니다. '내가 이 병원에서 살아서 나갈 수 있을 것인가, 죽어서 나갈 것인가'. 순간 저의 오른손을 살포시 잡아주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어르신 아무런 걱정을 마세요. 통증도 전혀 없구요, 안전합니다'. 송현주 의사님이었습니다. 송 교수님은 저 몸을 치료하기 전에 마음을 먼저 치료해 주고 있었습니다."

필자는 많은 환자들을 진료하면서 겪는 어려움이 있을 때, 책상 앞에 붙여 둔 감사 편지를 보면서 많은 격려와 힘을 받는다. 환자로서 병상에서 어려움을 많이 겪고 있는 상황에서도 의료진에게 깊은 감사 편지를 보내 준 이들 대부분 생명이 위급한 중병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담당의사를 전적으로 신뢰할 때 치료하는 의사도 힘을 얻고 환자의 질병 치료에도 많은 도움이 된다.

때때로 치료과정에서 의료진에게 불평과 원망, 심하게는 폭언을 하는 환자와 가족들을 만나게 될 때도 있다. 이런 경우에는 의사-환자관계(rapport)가 깨지고 치료과정에 어려움을 줄 수 있다. 의료진이 항상 최선을 다하더라도 모든 환자들을 100% 만족시킬 수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지만 서로 깊은 신뢰관계에서 믿음을 가진다면 육체의 병뿐만 아니라 마음의 병까지 치유가 되며 더욱 좋은 치료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여겨진다. <송현주 제주대학교병원 소화기내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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