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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벽 다섯 시. 나보다 먼저 일어난 남편의 재촉을 받으며 집을 나선다. 오래 전에 새벽을 여는 사람들 틈에 끼어 거리를 지나 한적한 과수원 길이며 정방폭포, 갯내음 물씬 풍기는 해안 길까지 걷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이태가 지났다. 정말 오랜만에 그리고 새벽에, 이 길을 걷고 있다. 네 차례의 수술과 항암치료를 끝낸 지 일 년이 지난 지금은 마음은 쾌청이지만 아직 걸음걸이가 자연스럽지 않아 불편함을 준다. 그래서 걷기가 지치고 힘겨워서 몇 번을 쉬면서 조심조심 걷고 있다. 걷는 것만이 최고의 재활치료라는 주치의의 말을 새겨들어서인지 집을 나서는 순간부터 기분이 상쾌해져 오늘 같은 내일이 기다려진다. 집 앞 골목을 나서기가 바쁘게 그이와 나는 새벽을 여는 사람들과 만난다. 그 첫 만남은 신문배달 아저씨와 우유배달 아줌마다. 짧은 아침인사를 주고받는 마음에 활기가 넘친다. 그런데 밤 새 술을 마시고 거리를 헤매는 사람을 만났다. 마음은 안타까움으로 그늘이 지고, 뉘 집 귀한 자식들이 밤새 저러고 다닐까 하는 안타까운 마음을 도란거리며 정방폭포 길로 들어선다. 그리고 집을 나설 때 준비한 동전으로 폭포 입구에 있는 자판기 커피를 뽑아 마신다. 20여 년 전부터 당뇨를 앓고 있는 남편은 커피를 마시지 말아야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이곳에선 커피 한잔을 마시곤 한다. 기분이 좋으니 몸속에서도 이해해줄 것 같다면서 말이다. 벌써 십 여 년도 넘는 그때 정방폭포 이곳에선 내 어머니를 닮은 미화원 아줌마를 만나는 기쁨이 있었다. 그 여인은 우리가 만날 때마다 폭포 입구 소나무 밑에 깔린 자갈돌 하나하나를 옮기며 낙엽을 쓸어낸다. 그녀의 그 모습을 보면 농사일에 바쁘면서도 깔끔했던 내 어머니의 모습이 떠올라 그를 만남이 반갑고 소중한 느낌으로 다가왔었다. 아마 오래도록 아름다운 추억으로 내 안에 남아 있을 것이다. 아직은 여명이 오지 않은 시간, 가로등 불빛이 밝은 벤치에 앉아 오늘의 할 일을 서로 이야기하는 부부의 시간이 좋아서 오늘도 우리는 커피 두잔을 뽑았다. 그런데 세잔을 뽑았던 그때가 생각난다. 한 잔은 미화원 그녀를 위한 나눔이었다. 건강이 허락하는 한 계속하고 싶다는 그녀는 안보이면 궁금했었다. '아픈 것일까?' '쉬는 날인가?'하고 말이다. 그러다가 저만치 어둠 속에서 청소를 하고 있는 그녀의 모습이 보일 땐 반가워 "안녕하세요?" 하고 소리쳤다. 그리고 잠시 일손을 멈추게 한다. 따뜻한 커피 한잔을 나누는 시간이 그녀에게 작지만 행복을 느끼는 시간이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이제는 그녀를 만날 수 없다. 내가 걷기를 중단했던 몇 년 사이에 그녀가 일자리를 떠나서다. 어떻게 지내는 지 몹시 궁금하다. 그때 신장 건강이 별로라고 하였는데 아무 일 없었으면 정말 좋겠다. 어느새 다다른 칼호텔 바닷가 잔디밭에서 일출을 본다. 갑자기 온 몸에 힘이 솟는 듯 몸이 가볍다. 해안가 바위에 쉬던 몸을 일으켜 다시 걸었다. 하귤(夏橘)이 잘 익어 탱탱하고 예쁜 모습으로 탐스럽게 달린 가로수 길을 걷고 있다. 샛노란 귤이 누구의 손에 의해 떨어졌는지 상처입고 길에 떨어져 측은한 모습이다. 아깝다. 하귤도 그냥 먹을 수 있는 줄 알았나보다. 갑자기 바람이 찾아들고 온갖 쓰레기가 길 위를 날아다닌다. 이리저리 뛰어 다니며 쓸어 담기를 계속하는 미화원 아저씨를 본다. 우리 부부도 가던 걸음을 멈추고 아저씨와 함께 쓰레기 사냥을 했다. 격려와 감사의 인사가 새벽의 찬 공기를 녹여주었다. 기분이 날아갈듯 좋았다. 오늘도 기쁨, 불안함, 안타까움, 속상함을 넘나들며 걸었다. 새벽이면 만나는 모든 것들에 감사하면서! <조옥순 현대문예 제주작가회장>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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