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n라이프
"아프라는 게 아니고 죽으라고 때려"
제주4·3연구소 '제주4·3구술자료 총서 5~6권' 발간
표성준 기자 sjpyo@ihalla.com
입력 : 2013. 04.12. 00:00:00
"음력 동짓달. 14일 저녁부터 15일 종일 취조를 받았어요. 우리 할망(아내)도 형편없이 맞았어. 그때는 뭐 매도 아니고, 소도 그것처럼 때리진 않지. 그러니 우리 할망 두드리는(때리는) 사람은 뭐라고 하면서 두드리냐면 '씨전정도 못허게 멘들아블켜(아이도 못 낳게 만들어버리겠다)' 허멍 두드렸어요. 아프라고 때리는 게 아니고, 죽으라고 때리는 거야."(진찬민씨 증언)

제주4·3연구소가 제주시 애월읍 지역 거주자 33명의 증언을 수록한 '제주4·3구술자료 총서 5~6권'을 발간했다. '다시 하귀중학원을 기억하며, 5권'은 하귀중학원을 중심으로 4·3의 기억과 삶을 기록하고 있으며, '빌레못굴, 그 끝없는 어둠 속에서, 6권'은 어음리 빌레못굴에서의 생존과 사투를 중심으로 기록하고 있다.

1929년 제주시 애월읍 광령리 태생인 진찬민씨는 4·3 당시 외가가 있는 제주시로 소개했다가 부친과 아내와 함께 연행돼 전기고문을 받았다. 그의 부친은 이승만 대통령의 이름으로 감사장까지 받았지만 경찰에 끌려가 고문 끝에 허위자백을 해 목포형무소에 수감됐다. 이후 김천형무소로 이송된 부친은 한국전쟁이 발발하면서 행방불명됐다.

4·3 구술자료 발간작업은 지난 2005년에서 2008년까지 5년간 연구소가 수행한 '제주4·3 1000인 증언채록 사업' 과정에서 진행된 1028명 증언 채록의 결과물을 엮어내는 작업으로 시작됐다. 그 첫걸음으로 2010년과 2011년에 각각 두 권씩 발간됐으며, 해마다 이어지고 있다.

4·3연구소는 총서를 발간하면서 많은 증언자들이 성심껏 당시를 기억해주고, 묻어두었던 아픈 상처를 더듬느라 힘들어 했던 모습을 잊을 수가 없었다. 책을 엮는 사이에도 증언을 해줬던 분들 중에 돌아가시는 분이 계셔서 이 사업의 시급성을 절감할 수밖에 없었다.

김창후 4·3연구소장은 책을 펴내며 "오래된 기억이지만 4·3의 기억만큼은 지울 수 없어 흑백 필름을 돌리듯 그 시대로 다시 돌아가 아픈 사연을 더듬어주신 이 땅의 어르신들께 다시 한 번 깊이 머리를 숙인다"고 말했다.

4·3연구소는 2013년에는 한림읍, 다음해에는 한경면·대정읍·안덕면·중문면·서귀포·남원읍·표선면·성산읍, 그후에는 최근 몇 년 채록되고 있는 9연대·2연대 군인들과 경찰·우익 단체원들의 구술을 엮어갈 계획이다. 4·3의 대중화와 4·3 연구의 확대, 피해 실태 규명을 위함이다. 한울. 양장본과 학생판이 있으며 양장본 각권은 2만4000원, 학생판 각권은 1만6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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