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제주해안 640리를 가다
[제주해양리포트 5부:제주바당 조간대를 가다(43)]
(1)프롤로그/풍요로운 제주 원시바다 생태복원 가능성에 도전한다
고대로 기자 bigroad@ihalla.com
입력 : 2013. 04.22. 00:00:00

▲제주시 한림읍 조간대 앞으로 해무가 내려 앉은 비양도가 마치 바닷속에서 막 솟구쳐 오르듯이 신비한 자태를 드러내고 있다. 강경민기자

하천정비·해안도로 영향 공동조사 참여
해조장 복원 위한 다양한 사업성과 조명

조간대 보존 법·제도 개선 본격 추진키로

지난 1980년대 초등학교 시절 친구들과 함께 바다속에 들어가보면 검은 현무암 사이에 우거진 감태와 미역숲 사이에서 뭔가 불쑥 뛰어 나올 것 같은 두려움이 엄습했었다.

여름방학이 되면 아버지가 이끄는 자전거 뒤에 올라타고 바다로 향했다. 지렁이 미끼를 단 대나무 낚시대를 바다에 드리우면 어랭이(어랭놀래기)가 쉼 없이 올라왔다. 바다에서 갓 잡은 어랭이로 만든 어머니표 어랭이 물회는 여름철 별미였다. 썰물이 돼 바닷물이 빠져나가 낚시가 안되면 밀물때 잠겨있다가 모습을 드러낸 조간대(간조때 노출되고 만조 때 잠기는 연안의 일부 지역)에서 톳과 청각, 미역, 군부등을 채취했다.

여름철 마을사람들은 밭일을 하다가도 썰물때 바다에서 보말과 톳, 청각, 군부, 미역 등 해산물을 채취해 가난하지만 소박한 밥상에 풍성함을 더했다. 해녀들은 거친 숨비소리(해녀들이 물질을 마치고 물 밖으로 올라와 가쁘게 내쉬는 숨소리 )를 내며 자연산 전복과 소라, 성게 등을 채취해 생계를 이어갔다. 제주바다에 대한 나의 유년시절의 기억이다.

이처럼 늘 풍요로움을 주던 제주바다가 언제부터인가 변하기 시작했다. 어릴적 풍성한 해조류 때문에 두려움의 대상이었던 바다속은 무절석회조류가 수중암반을 덮는 갯녹음 현상이 나타나면서 미역과 청각 등 해조류는 사라지고 있고 그 바다속에는 이전에 볼수 없었던 아열대종인 거품돌산호, 분홍멍게가 확산되고 있다.

이같은 원인은 기후변화에 따른 수온상승과 하천정비와 도로개설 등 육상개발에 따른 각종 오염원의 바다유입 증가에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에 따라 본보는 지난 2011년 6월부터 12월까지 실시한 마을어장 수중탐사(수심 5~20m)와 지난해 9개월 동안 진행한 조간대 탐사에 이어 올해에는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도해양수산연구원과 공동으로 조간대 해양생태계 파괴 원인규명과 해양생태계 오염 저감방안 마련, 수산자원 보호ㆍ 증식 방안 연구에 들어간다.

▶조간대 복원 방안 연구= 제주특별자치도와 해양수산연구원은 올해 부터 오는 2015년까지 3년에 걸쳐 연구비 3억원을 투입해 하천정비와 해안도로 개설 등이 조간대 해양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 해결책을 마련하고 마을어장 내 자연생산력 증가를 위한 종합연구를 국가연구과제로 추진한다.

육상개발과 지구온난화가 해양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모니터링하고 해조장의 쇠퇴원인 규명과 함께 회복시키기 위한 연구도 진행한다. 도해양수산연구원은 현재 해조장 복원을 위해 우뭇가사리류와 모자반류를 이용한 연구를 계획을 수립, 시험하고 있고 톳 수정란을 생산해 마을어장 갯닦기후 수정란을 뿌리는 계획도 수립했다.

아울러 연안마을어장 환경변화에 대응하는 수산자원조성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파래로 몸살을 앓고 있는 애월 조간대(맨위). 하천개발로 생태계가 파괴되는 신엄 조간대(가운데). 차귀도 조하대에 서식하는 강담돔.

또 제주자치도해양수산연구원은 제주 전지역의 연안어장을 대상으로 생태계 변화를 파악하기 위한 심층조사에 들어간다. 도내 연안어장을 7개 권역으로 나눠 올해부터 2017년까지 5년간 해양생물의 분포와 변화, 수산자원과 어장 생산력 변동, 아열대화 진행 정도 등을 조사한다. 7개 권역은 성산 표선 등 동부, 대정 안덕 등 서부, 서귀포시 동 지역 등 남부, 제주시 동 지역 등 북부, 추자도권, 문섬 범섬 등 서귀포 도서권, 마라도 우도 비양도 등 기타 도서권이다. 전문다이버와 조사단을 구성해 4계절 계속 조사활동을 벌여 권역별 어장 특성을 분석한다. 이를 토대로 연안어장 생태계 변화를 예측해 대안을 마련하고 수산종묘 방류사업 기초자료로도 활용할 방침이다.

제주자치도해양수산연구원은 지난해까지는 예산 부족 등으로 100개 어촌계 127개 마을어장 가운데 해마다 8개 어장을 선정, 생태계 조사를 벌여왔다.

연구원이 그동안 조사한 결과 제주시 한림읍 금릉, 귀덕, 조천읍 신촌, 서귀포시 남원읍 위미 등 상당수 마을어장은 자루바다표고, 녹색말미잘, 연산호, 갈색대마디말 등 아열대 생물이 점령해 생태계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감태 군락 등이 형성돼 어장 환경이 양호한 곳은 제주시 애월읍 고내, 서귀포시 안덕면 사계 등 일부에 지나지 않았다.

이생기 해양수산연구원장은 "몇 년 전부터 서귀포 문섬 일대 등 일부 연안에 분포하던 연산호 군락이 거의 모든 어장으로 서식지를 넓히는 등 아열대화가 눈에 띄게 진행돼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며 "올해는 제주바다를 살리기 위한 본격적인 사업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원장은 이어 "매년 집중호우시 제주연안이 흙탕물로 벨트화가 되고 있다"며 "현재 고성천과 천미천을 통해 바다로 유입되는 우수가 바다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고 있는데 이런 부분을 조사하고 연구해서 해양개발에 따라 육상구조물을 어떻게 할 것인지 대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본보는 조간대와 마을어장 복원을 위한 이러한 사업들을 집중 조명해 조간대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도민들에게 알려주고 구체적이고 현실성 있는 조간대의 보존방향을 제시할 예정이다.

▶조간대 보존 전문가 의견= 조간대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특정지역 조간대를 절대보전지역으로 지정해서 해양생태계 복원을 관찰할 필요가 있고 관련법 등을 통해 공유수면매립과 해안도로 등의 무분별 개발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고 전문가들을 지적하고 있다.

강순석 제주지질연구소장은 "그동안 조간대를 이용만 했지 후손에 물려주려는 노력과 보존하고 활용하려는 연구는 부족했다"며 "조간대에 대한 연구와 무분별 개발로 조간대를 지킬 수 있는 법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제주자연사박물관 김완병 박사는 "조간대는 인간의 경제적 활동에 따라 위협을 줄 수 있는 곳이라며 연안관리법에 명시된 제도적 장치들을 이용하거나 관련 법률 조례들을 적극 활용,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한라일보 인터넷 홈페이지(http://www.ihalla.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

문의 메일 : webmaster@ihall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