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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사람들
[따뜻한사람들-나눔이 미래다](15)재능기부 한글선생님 현근실씨
학교밖 아이들 위한 생각에 더 큰 꿈
오은지 기자 ejoh@ihalla.com
입력 : 2013. 05.02. 00:00:00

▲현근실(맨 오른쪽)씨는 올해로 7년째 제주영락종합사회복지관에서 운영하고 있는 영락학당에서 어르신들에게 한글을 가르치고 있다.

17년전 제주등하학교 교사로 재능기부 시작
최근 영락학당서 어르신 한글교육도 자원봉사
봉사로 바쁜 자신 이해해주는 가족에 고마움

2층 건물안 복도로 들어서니 어르신들의 낭랑한 글 읽는 소리가 울려퍼지고 있었다. 한 강의실 문을 빼꼼히 열어보니 한글선생님의 선창에 돋보기 안경을 쓴 50~70대 '할머니 학생'들의 제창이 이어지고 있었다. 화이트보드에 쓰여진 한글을 받아쓰기 공책에 한 자 한 자 공들여 옮겨쓰던 어르신들의 모습은 꽤나 진지했다.

이렇게 '늦깍이 학생'들의 만학열을 한껏 올리고 있던 한글선생님은 현근실(46·탐라도서 직원)씨. 이번 '따뜻한 사람들'코너의 주인공이다.

현씨와의 인터뷰를 위해 지난 29일 기자가 찾아간 곳은 제주영락종합사회복지관. 현씨는 복지관에서 운영되고 있는 '영락학당'에서 올해로 7년째 어르신들에게 한글을 가르치고 있다. 매주 월·수·금 2시간씩 이뤄지는 강의는 무보수. 현씨가 자원봉사로 재능기부를 하고 있는 것이다.

현씨의 재능기부 자원봉사는 17년전인 1996년 제주등하학교에서부터 시작된다.

현씨는 "대학 시절부터 '야학'에 뜻이 있었지만 당시 상황이 여의치 않아 마음에만 지니고 있다가 1996년도에 우연찮게 등하학교 교사를 구한다는 신문광고를 보고 바로 자원하게 됐다"고 말했다. 등하학교는 현직 교사를 비롯 직장·일반인들의 재능기부로 학생·일반인들의 검정고시 합격을 돕고 있는 야간 평생교육시설이다. 현씨는 매주 화요일 오후 7시10분부터 등하학교에서 윤리과목을 가르치며 학교밖 청소년들의 고등검정고시 준비를 돕고 있다. 현재는 등하학교 교감도 맡고 있어 수시로 학교를 찾는다. 직장 근무시간과 주말을 제외하면 항상 봉사현장에서 살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보니 가족과 지내는 시간은 줄어들고 자연스레 아내의 잔소리는 늘어났다. 사춘기에 접어들고 있는 두 아이에게 아빠와의 시간이 필요하지만 바쁜 일정(봉사활동) 탓 시간 내기 빠듯한 남편이 야속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뚝뚝한 성격에 현씨는 "미안하다"는 한마디 아내에게 건네본 적이 없다.

현씨는 "당연히 미안한 마음은 갖고 있죠. 아내입장에서는 제가 아이들과 가족에게 시간을 덜 쓰고 있다고 생각할거예요. 하지만 그래도 알아서 봐주는 아내라 그냥 고맙다"며 마음속 품어왔던 이야기를 처음 꺼냈다.

현씨는 지금 학교밖 아이들을 위한 작은 대안학교 설립을 꿈꾸고 있다.

오로지 야학에 대한 희망과 학교밖 청소년들의 교육·복지 향상 추구를 목적으로 평생교육지도사 자격증을 얻기 위해 다시 학교(방송통신대학교 교육과)를 다니고 사이버 학점인정제도를 통해 사회복지사 자격을 취득한 그의 열정이라면 결코 불가능한 꿈은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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