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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전을 하면서든 버스를 타고 가면서든 커다란 노란색 직사각형 표지판에 '감시중'이라고 쓰여 있는 낱말을 누구나 한 번쯤은 마주쳐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최근에 '감시중' 아래 쓰여 있는 영어 표현이 'police enforce-ment'에서 'photo enforcement'로 바뀌었다. 맞게 바뀐 것이다. 자동차가 정해진 속도를 넘고 달리지 못하게 카메라로 관찰하고 있음을 알리는 것이기 때문에 경찰을 뜻하는 police를 쓰는 건 아무래도 아니다. '감시중'이라는 한국어 표현도 적절한 지도 의문이다. 영어를 모국어로 쓰는 친구들에게 확인해봤더니 'photo radar'나 'speed limit enforcement zone'도 쓸 수 있다고 한다. 'police en-forcement'라는 영어 표현을 처음 봤을 때 '경찰병력 강화' 정도쯤으로 이해하면 될까라며 혼자 웃었던 적이 있다. 제주도만 그런 가해서 다른 지역에 갈 때도 주의 깊게 본 적이 있다. 마찬가지였다. 국제어, 세계어로 통용되는 영어는 원래 잉글랜드 지역에서만 사용하는 말이었다. 그래서 잉글리쉬(English)라고 부른다. 잉글랜드는 우리가 영국이라고 부르는 나라를 구성하는 4개의 지역 가운데 하나이다. 언어와 종교가 다른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웨일즈, 북아일랜드를 잉글랜드가 하나의 나라로 합쳐 만든 국가가 영국이다. 영국 국기 유니온 잭은 잉글랜드 깃발과 스코틀랜드 깃발이 합쳐진 것이다. 스코틀랜드에서는 원래 스코트쉬(Scottish) 말을 썼고 웨일즈에서는 웰시(Welsh) 말을, 북아일랜드에서는 아이리쉬(Irish) 말을 썼다. 영어와 아주 다르게 들린다. 지금도 이 지역의 시골로 가면 원래 썼던 말을 쓰는 나이 많으신 분들이 있다. 이 지역의 표지판은 원래 썼던 말과 영어로 돼 있다. 이러한 역사적 사실은 이 지역 사람들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기초가 되며 영국이라는 국가에서 사회통합을 실행하는 방식을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 잉글랜드 지역에서만 쓰던 잉글리쉬가 전 세계로 확산된 데는 다음과 같은 역사적 과정이 있었다. 영국은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미국이라는 새로운 국가를 만들었고 아시아와 아프리카, 카리브 해의 여러 곳을 식민지로 만들었다. 그리고 이 나라의 국민들은 영어를 썼다. 인간의 진보를 알려주던 여러 기술적 혁신들은 영어로 사고한 사람들에게서 나왔다. 20세기에는 1, 2차 세계대전 등 여러 나라를 포함한 사건이 많았기 때문에 같이 모여야 할 일도 많았고 이 때 공통의 대화언어(lingua franca 라고 부름)로 영어를 썼다(1919년에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나온 베르사유 조약 평화협정 문서가 프랑스어뿐만 아니라 영어로 쓰였다. 이것은 영어가 국제외교에서 프랑스어를 제치고 lin-gua franca가 되는 한 시발점이 됐다고 한다). 의미가 통하지 않는 영어표현을 제주도의 공공영역에서 종종 마주치게 된다. 한국어 표지판에 영어를 굳이 함께 쓰는 것은 한국어는 모르나 영어를 쓰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서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로마 알파벳으로만 쓰여 있다고 해서 의미가 다 통하는 것은 아니다. 알맞게 사용하지 않으면 한국 사람들만 알아먹는 콩글리쉬가 하나 더 늘거나 아무런 의미도 갖지 않는 로마 알파벳이 공공영역을 점유하는 일이 당연시될 수도 있다. 특히 제주도는 국제자유도시 프로젝트 등 국제화 사업을 많이 하고 있다. 공공영역에 걸게 되는 모든 영어 표현은 특별위원회를 둬 반드시 검토를 거치게 해야 하는 이유는 충분하다. 정확하게 쓰는 것이 영어로 대표되는 서양에 대한 신비주의를 벗겨내는 데도 필요하다고 본다. <장신옥 제주대학교 세계 환경과 섬 연구소 연구교수>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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