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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기내에서 한 대기업 임원이 승무원에게 폭언과 폭행을 행사했다 하여 목적한 나라에 입국하지 못하고 한국으로 귀국조치 당한 사건이 있었다. 해당 기업은 회사 이미지를 실추시킨 책임을 물어 그를 임원에서 해임하였고 자의인지 타의인지는 모르지만 그 또한 회사에 사표를 내었다고 한다. 당연한 조치와 결말이었다고 생각한다. 비행기를 타고 내릴 때에도 나름대로 지켜야 할 에티켓이 있을 것이다. 어렵게 생각할 필요 없이 상대방에게 피해를 주는 행위만 하지 않는다면 일단은 무난하지 않을까 싶다. 대개의 사람들은 그렇게 하고 있다. 적어도 주변 사람들이 눈살 찌푸리게 할 행동은 하지 않는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비행중에는 잘 자제하던 사람들도 일단 목적지에 도착한 순간 일제히 좌석에서 우르르 일어선다는 것이다. 누구랄 것도 없이 모두 그렇게 하니까 다른 사람에게 결례가 되는 것은 아니겠지만 필자가 보기에 별로 아름다운 모습은 아니다. 우르르 일어서는 것은 다른 사람보다 빨리 내려야겠다는 잠재의식이 군중심리로 표출된 것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그렇게 일어선다고 해서 남보다 빨리 내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통로가 좁기 때문에 어차피 차례대로 내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느긋이 앉아 있다가 앞사람이 일어선 뒤 자기 차례에 일어선다면 한결 여유 있게 보이지 않을까. 이른바 선진국이라는 서양 나라의 사람들은 어떻게 반응하는지 솔직히 잘 모르겠다. 그 나라에서 비행기를 타본 경험이 별로 많지 않아 일반화하기가 무척 조심스럽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열에 아홉 사람은 우르르 한꺼번에 일어선다. 간간히 섞여있던 파란 눈의 외국인들이 신기한 듯 빤히 쳐다보는 것을 여러 차례 보았다. 독일에서 몇 달간 체류했다는 친구와 식사를 한 적이 있다. 그의 무용담을 들으며 필자는 배꼽을 잡고 웃었다. 어느 날 밤 한적한 도로에서였다고 한다. 횡단보도를 건너야 하는데 빨간 신호등이 켜졌다고 한다. 지나가는 차량이 없어 충분히 건너갈 수 있다고 생각한 그가 옆에 서있던 두 사람의 독일인을 살펴보았는데 이들은 꿈적도 않고 그대로 서 있더라는 것이다. 파란불이 켜질 때까지의 5분 정도가 10분처럼 길게 느껴졌다고 한다. 참지 못한 그가 드디어 한국인의 무기인 '빨리빨리'를 빼들었다고 한다. 무단횡단. 그 친구의 용감무쌍한 행동에 또 융통성 없어 뵈는 두 독일인을 생각하며 필자는 유쾌하게 웃었다. 예전 같았으면 그 친구의 그런 무모한 행동은 후진국 사람의 전형적인 행동이라고 지탄받았을 것이다. 하지만 요즘 우리나라 사람들은 그런 일쯤으로는 주눅 들지 않는다고 한다. 좋게 말하면 배짱이 생긴 것이고 좀 나쁘게 말하면 뻔뻔해졌다고 할까. 조급하고 다혈질적인 성격이 우리 민족의 특성이라고 하든가. 이게 예전에는 우리 민족의 커다란 단점이었는데 최근에는 그런 특성이 오히려 우리 민족의 장점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빨리빨리'에 대해 긍정적인 가치를 매기는 사람이 그 만큼 많아진 것이다. '빨리빨리' 덕분에 최단시간에 산업화를 이루지 않았는가. 최단시간에 경부고속도로를 건설하지 않았는가. 최단시간에 민주화를 이루지 않았는가. 너무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했는지는 모르지만 좋은 쪽으로 해석하니 그것도 그럴듯해 보인다. 물론 어두운 쪽으로도 얼마든지 해석이 가능하다. '빨리빨리' 좋아하다가 삼풍백화점이 무너지지 않았는가. '빨리빨리' 좋아하다가 행주대교가 무너지지 않았는가. 어떤 일이든지 양면이 존재할 것이다. 그런데 비행기에서 내릴 때는 옛날의 선비처럼 체통을 지키며 천천히 내려오는 게 훨씬 아름다워 보일 것 같다. 여유 있는 모습은 보는 사람을 편안하게 하고 왠지 격이 다르게 보이기도 한다. <권재효 지속가능환경교육센터 사무처장>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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