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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문제로 끓는 제주사회, 그리고 개구리
입력 : 2013. 06.04. 00:00:00
공권력에 의한 인권침해 논란에 휩싸인 서귀포 강정 해군기지 문제에 대해 국제연합 인권옹호자 특별보고관의 실태파악 조사가 실시된다고 한다. 지난달 29일 우리나라를 방문한 마가렛 세카기야(Margaret Sekaggya) 유엔 인권옹호자 특별보고관은 3일부터 제주해군기지 건설 현장을 비롯해 철탑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는 울산 현대자동차 농성장, 밀양 송전탑 건설 현장 등을 방문해 인권옹호자 실태를 조사할 예정이라고 한다. 국제사회도 제주 강정해군기지 문제에 대해 주목하기 시작한 것이다. 아침뉴스에서 소식을 접한 필자는 멍해졌다.

필자는 지난달 17일 강정마을을 찾았다. 이날은 공교롭게 강정마을이 반대대책위원회를 꾸려 투쟁에 나선지 만 6년이 되는 날이었다. 강정에서 하룻밤을 보내며 주민들, 평화활동가들과 많은 대화를 나눴다. 물론 찬성주민들도 만났다.

하지만 찬성측 주민들과는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없었다. 용기를 내어 해군기지 찬성측임을 뜻하는, 태극기 달린 가게를 찾아다니며 얘기를 하려 했지만 별다른 말을 들을 순 없었다. 그들은 누구에게도 털어놓고 싶지 않다고 했다. 마을을 찾는 타지인들에 대한 불신도 가득했다.

강정마을 한 주민은 폭력으로 주민을 제압하는 경찰공권력보다 도민들과 지역구 국회의원이 가장 야속하다고 했다. 그는 "반대홍보전을 나가 사람들에게 홍보물을 나눠주면 '해군기지가 뭐냐'고 반문한다"면서 "도민들이 지역문제에 대해 너무 모르고 있다"고 말했다.

지역구 국회의원인 김재윤 민주당 국회의원도 질타했다. 지난 지방선거 당시에는 '해군기지 문제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약속해놓고선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멀리 보이는 바다를 보면서 한숨을 내쉬며 말꼬리를 흐렸다. "도민들, 제주도 대학생들이 조금만 더 나서준다면 조금은 상황이 좋아질 텐데…."

강정마을 해군기지 논란이 도민들에게 익숙해진 탓인걸까. 얼마 전 한 지역 언론이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도민들이 꼽은 제주지역 최대현안은 강정 해군기지 건설문제라고 응답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하지만 제주지역 유력 일간지들은 크게 보도하지 않고 있다.

대학사회도 조용하다. 스펙열풍, 취업문제로 인해 지역사회에 관심을 갖는 것은 이상한 일이 돼버렸다. 필자 주변에 강정 문제에 관심을 갖는 이들은 드물다. 물론 학생회도 별다른 행동이 없다. 요즘은 '탈정치가 미덕'인 사회가 돼버렸기 때문일까.

우근민 제주도지사는 지난달 도청출입기자들과 오찬간담회에서 "제주도가 해군기지 때문에 스타일이 많이 구겨졌다"며 "강정마을 주민은 제주포럼에 참석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는 당시 '우근민 망언'으로 포털 실시간 검색어 순위권에 들면서 뜨거워졌다. 하지만 며칠 지나지 않았지만 오늘날 이 언행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끓는 개구리 법칙'이 떠오른다. 개구리 한 마리를 차가운 물에 넣은 후 천천히 가열하면 물이 뜨거워지는 것을 감지 못하고 익어 죽게 된다는 미국 코넬대학교의 실험결과이다. 혹시 우리는 점점 뜨거워지는데도 서귀포 어촌마을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에 둔감해질 만큼 '익어가는' 것은 아닐까.

<김명지 제주대학교 정치외교학과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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