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n라이프
'리얼리티'의 정수, 문제작 들여다보기
좋은 작품과 함께하는 '소설문학' 여름호
표성준 기자 sjpyo@ihalla.com
입력 : 2013. 06.21. 00:00:00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서인지 소설책이 잇따라 출간되고 있다. 사극과 현대극, 멜로물과 추리물에 이르기까지 그 종류도 다양해 책 읽는 휴가로 삼기에 부족함이 없다.

소설 전문 계간지 '소설문학'이 창간호에 이어 2호인 2013 여름호가 나왔다. 이번호는 기획특집으로 르포문학의 대가 윤정모 작가가 7년여 만에 발표한 신작 단편 '흔적'을 소개하고, 부희령 작가와 함께한 대담을 게재했다.

단편 '흔적'은 무용을 전공한 딸이 어느 날 갑자기 실종됐다가 10년 만에 허름한 옷차림으로 돌아온 지 3년 만에 병을 앓다가 죽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 딸을 화장하고 유골을 뿌리러 가면서 지난 10여 년간의 딸의 행적을 더듬어가는 어머니의 행적을 그리고 있다.

"작품 속에서 일어난 사건들은 거의 실화에요. 소설 속에 나오듯 허름한 옷차림으로 앞니도 하나 빠진 상태로 전봇대 뒤에 숨어 있었대요"라는 작가의 말처럼 리얼리티문학의 대모답게 작가의 지인이 겪은 일을 소설화했다. 작가가 끊임없이 추구해온 주제인 모계가정과 여성문제, 가정의 파괴 등을 다루면서 지난해와 올해 영화계에서 화제가 됐던 유괴와 납치 사건까지 다뤄 문제의식을 한층 더 심화한 문제작이라 할 수 있다.

이와 함께 화제 작가 11인의 신작을 소개한다. 이상문 고문과 윤후명, 이승우 등 여러 추천자문위원들이 박진규의 '외투', 이순임의 '털', 오성용의 '박의 표정', 임수현의 '구름의 출처'를 추천했다. 또 편집위원들이 투고한 작품을 회람해 엄현주의 '꿈의 사막', 박형숙의 '풀스토리', 김휘의 '괴담 라디오', 고선의 '파란 대문', 문호성의 '가쓰오 우동', 황보윤의 '점' 등을 선정해 실었다.

특히 원로작가 유순하씨가 '바보 아재'를 투고해 이목을 끈다. 주인공과 나이가 비슷한 문중의 바보 아재의 죽음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이 소설은 핵가족을 넘어 일인가정이 늘어나는 요즘 대가족제도 속에서 겪을 법한 여러 에피소드들이 인생의 깊이와 죽음을 둘러싼 의미들을 따뜻하고 정겹게 그려내고 있다.

이들 작가들은 신춘문예와 각종 문학상 등을 통해 등단했다. 1984년생부터 1943년생까지 연령도 다양하고, 등단연도도 1968년부터 2009년까지여서 한국 현대소설의 흐름도 살펴볼 수 있다. 지난 봄호를 통해 창간한 '소설문학'의 반응은 예상보다 뜨거웠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호에 실린 12편도 모두 주목할 만하다. 북인. 1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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