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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계춘 칼럼
제주문화의 정체성과 세계화 - 2
입력 : 2013. 06.25. 00:00:00
지난주 본란은 제주언론인클럽이 14일 주최한 정책세미나 '제주문화의 정체성과 세계화'를 다뤘다. 그리고 송상일 선생의 주장을 빌려 "정체성(正體性)은 '해석된 것'이지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이날 제주대학교 허남춘 교수(국어국문학과)도 '제주문화의 세계화를 위한 담론'을 주제로 발제(發題)에 나섰다. 허 교수는 "가장 제주적인 것을 아직 세계 시장에 상재해 보지도 못한 상황에서 제주문화의 세계화는 섣부르다는 느낌이 든다"고 전제했다. 그렇다고 제주문화의 정체성을 잘 찾아내고 포장하여 세계에 내놓는 것이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라는 주장을 폈다.

허 교수는 일례로 '제주 신화(神話)'를 꼽았다. 기록된 것으로 그리스·로마 신화가 세계 최고라면, 입에서 입으로 전승되어온 구비(口碑)신화로는 제주가 '세계의 중심'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다는 것. 그런데도 신화를 살려내자는 구호만 있고 구체적인 방안은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다.

예컨대 제주에는 천지(天地)가 만들어지는 창세(創世)신화가 있는데 이를 '천지왕본풀이'라 한다. 그 내용은 이렇다. 천지왕이 지상의 총맹부인과 결합하여 대별왕과 소별왕을 낳는데 아버지는 금세 떠나버리고 아이들은 성장하여 아버지를 찾아 나선다. 박씨를 심어 그 넝쿨이 하늘에 닿자 그 줄기를 타고 하늘로 올라간다는 줄거리다. 우리가 어렸을 적 읽었던 '재크와 콩나무'의 이야기와 매우 흡사하다. 하지만 우리는 '재크~'는 알고 있으나 정작 우리의 '천지왕본풀이'를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이게 제주의 현실이다.

허 교수는 "그리스·로마 신화는 책 속에만 있다. 그러나 제주 신화는 '심방(무당)'들에 의해 아직도 현장에서 살아 숨쉬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를 무속적(巫俗的) 의미로만 비하할 게 아니라 '제주사람들의 우주관(宇宙觀)이 담긴 신화'로 재해석해 세계에 널리 알려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외에도 마을 신앙과 전통예술의 접목, 이야기와 음식을 활용한 축제 등을 세계화 방안의 주재료로 들었다.

허남춘 교수는 제주문화 세계화를 위한 전제 조건도 제시했다. 우선 문화 창조 인력 양성이다. 지난 2007년 '칠머리당굿'이 세계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됐음에도 불구하고 그 유산을 전승해 온 심방들을 중히 여긴 적이 있었는지, 제주의 전통을 잘 지켜 온 사람들에게 관심을 둔 적이 있던가? 라고 그는 반문한다. 창조적 문화 역량을 갖추기 위해선 연구자 양성이 필수적이라는 주장이다.

두번째는 문화주체에 대한 탐구다. '제주문화사'란 책 한 권 없는 실정에서 제주문화의 정체성을 찾는 것은 요원하다고 비판했다. 그리고 세번째로 정체성 수립 전략을 들었다. 이를 위해선 전통문화에 집착하지 말고 변화를 주목해야 하며, 제주문화와 관련 거대이론(담론)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피력했다.

이번 세미나를 주최한 제주언론인클럽 이문교 회장은 개회사에서 "제주에서도 문화를 통한 세계와의 대화를 시작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문화비평가 대니얼 에퉁가-망겔의 "문화는 어머니요 제도는 자식이다"를 인용했다. 또 문명충돌론으로 유명한 새뮤얼 헌팅턴도 "문화 혁명 없이는 지방이나 국가의 발전도 없다"고 단언한 바 있다. 어머니는 모든 탄생의 근거이고 성장의 발판이다. 우리가 문화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재삼 숙고(熟考)하게 만드는 말이 아닐 수 없다.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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