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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웃자 제주교육
[함께웃자 제주교육](6)'예체능 교실' 확대로 인성교육 강화(1)
예체능 활동 통해 학교폭력 줄이고 인성교육 강화
김명선 기자 nonamewind@ihalla.com
입력 : 2013. 07.04. 00:00:00

▲2010년 방과후 학교 강좌로 1인 1악기 연주활동을 시작했던 사계초는 지난해 교육부로부터 학생 오케스트라 운영학교로 지정되면서 '사계바다소리 오케스트라'를 창단했다. 오케스트라 창단 이후 이 학교에서는 단 한 차례의 학교폭력이 발생하지 않는 등 예능교육이 학생들 인성교육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교육부의 '집중이수제'로 학교 예체능 한때 고사
사계초·성산고, 음악교육 통해 학생들 인성 강화
엘 시스테마, '기다려' 주는 교육의 중요성 제시

최근 학교폭력이 사회문제로 부각되면서 정부는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연일 다양한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학교폭력 신고전화 신설, 경찰력 투입, 스쿨폴리스 확대, 교사책임 강화, 복수담임제 등 하루가 멀다하고 학교폭력 사안이 발생할 때마다 관련 대책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처방들은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하는데 요원한 상황이다. 이석문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의원실과 본지는 예체능 교육의 확대가 우리 아이들의 인성교육을 얼마나 강화시켜 주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우선 예능 교육 활성화를 통해 인성·학력 성장의 두마리 토끼를 다 잡고 있는 일선 현장을 살펴본다.

▶'집중이수제'로 예체능 교육 고사

2009년 개정 교육과정에서 '집중이수제'라는 제도가 도입됐다. 이는 음악, 미술, 체육과목 등은 1개 학년에 전 학년 과정을 집중 배치하고 수업시간을 20%에 한해 늘리거나 줄이는 것이 가능하도록 한 제도다.

이 제도는 외견상 학생들의 학습 부담을 덜어주려는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못했고, 결국에는 일선 학교에서 예체능 교육 소외현상만 심화시키는 요인이 됐다. 대학입시에 성적이 반영되지 않는 예체능 과목들이 홀대를 받을 것이라는 전망은 제도 시행 전에 예측됐었다.

일선 학교에서는 예체능 교과목을 한 학기에 몰아서 끝내는 경우가 일반화되었고, 심지어 입시부담이 적은 1학년에 모든 수업을 끝내는 경우도 있었다.

감수성이 예민한 청소년들을 오로지 경쟁으로만 내몰았던 것이다. 탈출구를 잃어버린 우리 아이들이 정신적으로 방황하고 일탈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처럼 보였다. 이렇듯 아이들이 죽음으로 내몰리자 이번에는 교육부가 갑자기 체육 수업을 늘리라고 일선 학교를 닦달하고 나서는 촌극을 빚고 있는 상황이다.

▶방향 제시한 사계초·성산고

지난 1월24일 문예회관 대극장에서 웅장한 오케스트라의 연주소리가 울려퍼지자 객석을 가득 메운 청중들은 감동을 받기 시작했다. 바이올린, 첼로, 콘트라베이스, 비올라, 플루트, 클라리넷 등의 악기를 다루는 사계초등학교(교장 고난향) 학생들이 오케스트라단을 설립한 지 7개월만에 만들어내는 합주소리가 청중 모두를 감동케 했던 것이다.

2010년 방과후 학교 강좌로 1인 1악기 연주활동을 시작했던 사계초는 다음해인 2011년 제주자치도교육청의 음악교육 활성화를 위한 '1학생 1악기 아름다운 예술여행' 사업에 선정돼 악기 구입비 등의 예산으로 1억3400만원을 지원받게 되면서 전교생이 참여하는 오케스트라단 창단에 박차를 가했다. 지난해에는 교육부로부터 학생 오케스트라 운영학교로 지정되면서 지난해 6월5일 '사계바다소리 오케스트라'를 창단했다.

3~6학년 학생들이 정단원으로 활동하고 있고, 유치원 및 1~2학년은 예비단원으로 정단원이 되기 위해서 꾸준히 연습하고 있다. 또 학부모와 교사도 플루트와 클라리넷 특별단원으로 참여해 연주회에 참가하고 있다.

고난향 사계초 교장은 "합주 연습과 단체활동을 통해 공동체 의식과 소속감, 그리고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태도가 신장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며 "2006년부터 2년간 이 학교의 교감으로 근무를 했었다. 당시 아이들간에 싸움이 잦아 큰 부상을 당하는 경우도 있었는데 오케스트라단이 창단된 이후에는 단 한차례도 학교폭력이 발생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설희진(6학년) 사계소리 오케스트라 악장은 "여럿이 파트로 나눠 합주를 하면 각 파트들의 소리가 어우러지면서 멋진 음악이 만들어지는 것 같다"며 "그래서 합주 시간이 기다려 진다. 예전에는 좌석에 앉아 다른 음악가들이 연주하는 소리만 들었는데 이제는 우리가 큰 무대에서 청중들을 위해 연주를 하고 있는 만큼 열심히 실력을 갈고 닦아야 한다는 생각인 든다"고 말했다.

한편 성산고등학교(교장 박형진) 교악대는 도내 음악계에서는 실력있는 학교 교악대로 정평이 나 있다. 학교생활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했던 학생들이 교악대 활동을 통해 변화된 모습을 보여줬다. 이는 단순히 학교 음악교육에서 벗어나 학생들이 가진 음악적인 재능을 다양한 연주회를 통해 실력을 키워나가는 한편 요양원 등을 방문해 재능을 나누는 봉사활동까지 이어지면서 학생들의 인성교육이 강화됐다. 이런 성산고 교악대 학생들의 변화된 모습은 모범 사례로 전국에 소개되고 있다. 이는 오케스트라와 교악대를 맡고 있는 교사들의 헌신적인 노력이 있어서 가능했다.

이석문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의원은 "베네수엘라의 '엘 시스테마'는 무상 음악교육의 성공 가능성을 보여주는 가장 생생한 사례 중 하나"라며 "엘 시스테마는 진정으로 아이들이 음악을 즐길 수 있도록 '기다려' 주고, 음악으로 줄 세우기가 아닌, 음악을 통해 스스로 길을 발견하고 행복을 찾을 수 있도록 묵묵히 기다리고 지켜본다. '경쟁' '성과' '지식의 무한습득'을 강요하는 한국적 교육의 현실 앞에 '엘 시스테마'는 많은 성찰의 울림을 전해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명선기자 nonamewind@ihalla.com

[전문가 의견/현예경 사계초등학교 교사]"오케스트라, 하나의 사회이자 학교"

아이들은 오케스트라 활동을 통해 음악적 감수성 뿐만 아니라 몰입의 경험을 통해 자아존중감도 함께 높아진다. 오케스트라 안에서 한 사람, 한 사람의 소리가 중요한 것처럼 세상의 한 부분으로서 내 존재도 중요하고, 쓸모 있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배워가는 것이다.

'오케스트라는 예술 교과를 배우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 그것이 하나의 사회이자, 학교가 된다. 함께 노래하고, 함께 연주하는 것은 친밀한 공존을 뜻한다.' 엘 시스테마로 유명한 베네수엘라의 안토니오 아브레우 박사님의 말이다. 단순히 악기를 배우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연주하고 음악을 만들어간다는 것은 아이들에게 큰 감동과 변화를 이끌어내게 한다.

또한 여러 사람들 앞에서 연주를 하는 경험은 아이들에게 새로운 꿈을 꾸게 하고, 자신의 가능성을 시험해 보는 기회가 되고 있는 것 같다. 자신들만의 소리로 큰 공연장을 가득 채우는 경험을 해본 우리 아이들에게 음악은 평생의 정신적 자산이 되어 줄 것이다.

요즘은 학교에서 짜투리 시간이 생길 때마다 아이들에게 오케스트라 연주 동영상을 찾아 보여주게 된다. 주로 아이들은 우리가 연주하는 곡이나 다음에 연주하게 될 곡들을 들려달라고 주문을 한다. 우리 교실에서 연주 동영상을 보고 있으면 복도를 지나가던 아이들도 멈춰 서서 경청을 하고, 멜로디를 따라 흥얼거리기도 한다.

음악이 개인의 삶의 변화 뿐만 아니라 사회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것은 여러 사례들로 충분히 알려져 있지만 그런 순간을 우리 아이들을 통해 눈앞에서 목격할 때마다 전율과 같은 감동을 받게 된다.

사실 이렇게 오케스트라를 운영하고 있지만 아이들 모두가 음악가로 자라기를 기대하는 것은 아니다. 그보다는 우리 아이들이 음악과 함께 하면서 서로 다른 사람들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고, 자신의 삶을 즐길 수 있는 여유와 정신적인 풍요로움을 통해 행복한 삶을 살 수 있게 되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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