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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계춘 칼럼
'제주愛' 빠진 사람들
입력 : 2013. 07.09. 00:00:00
한라일보 5일자 1면은 제주에 둥지를 튼 영국인 짐 선더스(30)씨를 소개하고 있다. 그가 제주와 인연을 맺은 것은 지난 2007년. 할아버지가 한국전쟁(6·25)에 참전(參戰)했었다는 이야기 말고는 아무런 정보 없이 무작정 제주를 찾았다. 처음 접한 제주의 푸른 바다와 돌담, 오름 등은 육지부와는 전혀 다른 독특한 풍경들이었다. 2년동안 영어강사로 생활하며 그는 화산섬 제주의 매력(魅力)에 푹 빠졌다.

몇몇 외국인 친구들과 '제주 라이프(Jeiu Life)'란 영문소식지를 2007년 9월부터 발행하기 시작한 것도 제주사랑의 발로였다. 제주국제자유도시 운운하지만 외국인에게 내놓을 변변한 소식지 하나 없던 시절이었다. 그는 제주의 속살을 찾아다니며 직접 글을 쓰고 사진을 찍어 매달 10쪽 분량의 '제주 라이프'를 자비(自費)로 펴냈다. 자신과 마찬가지로 제주에 대한 정보에 목말라 하는 외국인들의 궁금증을 풀어주기 위해서였다.

이같은 작업은 그가 대학원 공부를 위해 캐나다로 떠나는 2008년 12월까지 계속된다. 그리고 그 열정은 2009년 제주에서 열린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서 마침내 빛을 발했다. 제주시가 '제주 라이프'를 120여쪽의 단행본으로 엮어 내·외신 기자들에게 제공한 것이 큰 호평을 받았기 때문이다.

짐 선더스씨의 제주사랑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그는 학업을 끝내고 2010년 다시 제주에 돌아와 '반갑수다' '감쑤과'란 사투리까지 연발하며 아예 제주사람으로 정착(定着)했다. 성산포 출신의 아리따운 부인이 그의 곁을 지키고 있기에 한결 수월했는지도 모른다.

본보가 '제주愛 빠지다'란 타이틀로 매주 토요일 소개하는 기획물엔 각양 각색의 인물이 등장한다. 외지(外地)에 살다가 이제 어엿한 제주사람으로 정착한 이들이 주인공이다. 그 중에는 양초공예가(임봉환씨)가 있는가 하면 문화공동체 '서귀포사람들'을 이끄는 안광희 대표도 있다. '서귀포사람들'은 제주에 정착한 귀농(歸農)·귀촌(歸村) 인사들로 지난해 구성된 공동체. 안 대표는 해녀의 삶을 그리는 다큐영화 제작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이외에 제주에 둥지를 튼 사람들은 숱하다. 대학시절 친구와 '제주서 살자'는 약속을 지켜 봉사의 삶을 살아가는 의사 선생님, 서울에서의 안정된 생활을 뒤로 한 채 '책읽는 마을-제주'를 꿈꾸는 네 친구, 인간과 자연의 조화로운 삶을 갈구하는 화가 남편과 작가 아내도 있다. 또 아내의 고향에서 발레의 씨앗을 키우는 브라질 출신의 세계적인 무용가 자이메씨도 이제 제주사람이 됐다.

이들의 공통점은 제주사람보다 제주를 더 사랑한다는 점이다. 기존의 사람들이 대부분 의식주 해결 차원에서 제주를 찾았다면, 이들은 기회의 땅 제주에서 새로운 도전을 꿈꾸며 살아가고 있다. 특히 '문화전파 매개자(媒介者)'로서 이들의 역할은 매우 지대하다. 최근 들어 제주인의 삶과 문화지형도에 큰 변화가 일고 있는 것도 이들에게 힘입은 바가 크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제주愛' 빠진 사람들은 우리의 새롭고 소중한 보배들이다. 학자들은 미래의 키워드로 '융합(融合)과 통섭(通涉)'을 꼽고 있다. 제주의 미래 역시 '제주적인 것'과 '새로운 몸짓들'의 조화에 달려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들이 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제주사회가 잘 보듬어 나가는 것도 미래에 대한 투자라 할 것이다. <논설실장 kckim21@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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