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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를 시작하며
[하루를 시작하며]표류하는 곶자왈 보전정책
입력 : 2013. 07.10. 00:00:00
여름이 되면 제주에는 또 다른 바다가 섬 위에 펼쳐진다. 짙은 녹음이 시야 가득 들어찬 숲의 바다, 곶자왈이다. 곶자왈 숲은 다양한 생명들이 어우러져 살아가는 바다 속 풍경과도 흡사하다. 곶자왈에는 자연의 생명들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제주사람들의 역사의 흔적이 시간이 멈춘 듯 고스란히 남아있다. 구비되는 민요와 설화, 각종 문헌에도 제주사람들이 곶자왈과 맺어온 문화가 새벽이슬처럼 선명하다.

근래에 와서는 학계와 전문가들에 의해 곶자왈의 학술적·생태적 가치가 재조명되기 시작했다. 환경단체에서는 곶자왈 보전운동의 하나로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환경교육과 생태기행을 진행했다. 곶자왈 지역의 대규모 개발사업을 반대하는 직접행동도 시민들과 함께 펼쳤다.

곶자왈에 대한 제주도정의 관리정책이 변하기 시작한 것도 이 즈음에서였다. 공유지 곶자왈을 골프장 개발사업 부지로 헐값에 매각해 오던 행정이었다. 환경단체는 물론이고 도민사회의 반발이 거세지자 활용중심에서 보전관리로 곶자왈 정책을 전환하기 시작한 것이다. 곶자왈 한 평 사기 운동에서 곶자왈 공유화재단 설립으로 이어지는 사업도 이 시기였다.

그러나 제주도정의 곶자왈 관리정책에는 핵심이 빠져있었다. "곶자왈은 개발 가능한 땅"이라는 멍에를 벗기지 못했다는 점이다. 정확이 표현하자면 못한 것이 아니라 의도적으로 안한 것이 맞다. 사유지 곶자왈 토지주들의 민원이 우려된다는 것이 제주도정의 설명이다. 공유지 곶자왈의 활용 폭이 좁아지는 것도 한 가지 이유로 보인다.

결국 곶자왈 공유화사업 7년을 맞고 있는 지금 초라하기 그지없는 실적을 보이는 것은 이미 예견된 것이었다. 개발이 가능한 땅인 곶자왈을 소유한 토지주들이 자진해서 매각할리는 만무했다. 언젠가는 자신이 소유한 곶자왈도 개발부지로 팔거나 직접 개발할 수 있겠다는 기대심리가 크기 때문이다. 더욱이 제주도정이 곶자왈을 개발 가능한 곳으로 인정하고 있는 상황에서 곶자왈 보전을 위한 공유화 사업이 성공할 것이라는 기대는 허망한 꿈이다.

우근민 제주도지사의 선거공약 중에 눈에 띄는 환경공약은 바로 '곶자왈 등급 상향조정'이다. 앞서 지적한 곶자왈 정책의 제도미흡과 도정의 낮은 보전의지를 바꾸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임기 1년을 남겨둔 지금 우근민 지사의 공약은 허송세월이다. 오히려 임기 초기 곶자왈 지역에 대규모 채석장 개발을 허가해 주고 말았다.

지난해 제주에서 열린 세계자연보전총회(WCC)에서 제주형 의제 중에 하나가 곶자왈 보전 및 활용을 위한 지원이었다. 제주도는 이의 후속사업으로 곶자왈 관리계획 수립과 데이터베이스 구축, 공유화재단 특수법인화 추진 등을 계획하고 있다. 계획의 필요성은 이해하지만 자칫 기존 사업의 재탕에 그치거나 용역결과로 끝나 버리지 않을까 우려된다. 근본적인 보전관리의 방향을 상실한 채 진행되는 사업이기에 그러하다.

따라서 실질적인 곶자왈 보전을 위해선 제주도가 분명한 의지를 보여야 한다. 우선 우근민 지사 공약이 이행되어 곶자왈을 개발위협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또한 제주도가 소유·관리하는 곶자왈은 매각하거나 향후 개발사업에 활용하지 않겠다는 최소한의 선언이라도 해야 옳다. 곶자왈의 보전가치를 제대로 알고 있다면 이 이상의 정책이 쏟아져야 한다.

곶자왈은 지질학적 특성의 희소성을 넘어 생명의 순환을 돕고 유지하며, 제주사람들의 삶의 지혜를 엿볼 수 있는 작은 우주와 같은 곳이다. 이곳을 무분별하게 개발하는 것은 생명을 다스리는 신의 영역을 침범하는 것과 다름이 아니다.

<이영웅 제주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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