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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평화봉사단 아시아를 품다](하)
동티모르 사람들, 붉은 커피열매 속에서 희망을 찾다
김명선 기자 nonamewind@ihalla.com
입력 : 2013. 07.18. 00:00:00

▲제주평화봉사단은 최근 동티모르의 로뚜뚜 마을에서 봉사활동을 펼치고 야생커피 수확현장도 체험했다. ①제주평화봉사단이 동티모르 로뚜뚜 마을에서 아이들과 밀가루 사탕먹기를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②동티모르 사람들이 꿈꿀 수 있도록 힘이 돼주는 야생커피를 수확해 말리고 있다. ③제주평화봉사단원이 로뚜뚜 아이들에게 태권도 시범을 보여주고 있다. ④커피를 수확하고 있는 로뚜뚜 여인. 김명선기자

YMCA에서 야생커피 사들여 국내 판매
올해 구매가 내리지 않아 공정무역 실현
제주봉사단, 커피 생산지 로뚜뚜서 봉사

동티모르 하면 떠오르는 연관 단어가 커피다. 그러나 동티모르에서 힘들게 생산되는 커피 대부분이 미국 등에 적을 둔 다국적기업에서 헐값에 구매해 간다. 동티모르에는 석유와 천연가스 등의 자원이 있지만 정부가 이를 주도적으로 개발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지 않다. 오랜 식민지 생활로 인해 사회적 기반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동티모르에서는 커피가 국민을 먹여살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주평화봉사단의 봉사활동을 통해 동티모르 커피산업현장과 교육현장을 살펴본다.

▶자연이 준 최고의 선물 커피=동티모르에서 해발 500m부터 커피나무가 보이기 시작했다. 제주평화봉사단이 봉사활동을 펼친 로뚜뚜 마을에는 커피나무에서 녹색 열매가 붉게 익어가고 있었다. 해발 500m부터 1000m에서 자라는 커피를 '노부스타', 해발 1000m 이상에서 자라는 커피를 '아라비카'종이라 한다. 아라비카 종이 고급커피로 분류된다.

동티모르 커피는 포루투칼 식민지시대에 심은 것이고, 비료 농약을 쓰지 않고 야생 그대로 재배하는 것으로 품질까지 우수해 전 세계 커피 애호가로부터 사랑받고 있다.

커피나무는 그늘이 있어야 생육이 가능하다. 그래서 줄기는 참나무 같은데 길고 부드러운 솔잎같은 잎을 매단 나무와 키 큰 자귀나무가 있으면 그 아래에는 어김없이 커피나무가 있다. 쉐이드 트리라고 부르는 이 나무는 커피나무에 그늘을 만들어준다고 해 붙여진 이름이다.

▲동티모르에서 두 번째로 높은 2370m의 카브라키산. 이 산 아래에 위치한 로뚜뚜 마을에서 주민들이 커피를 재배하면서 꿈을 키워가고 있다.

▶공정무역 현장 로뚜뚜마을=교육·문화·환경팀 등 3개팀으로 조직된 제주평화봉사단은 커피 가공공장에서 봉사활동을 펼쳤다. 로뚜뚜 마을 인근에는 현재 한국YMCA와 거래를 하는 5개의 생산자 협동조합이 있다. 이 곳에서 생산되는 커피를 YMCA가 사들여 국내에서 '피스커피'란 이름을 달고 판매하고 있다.

마을 주민들이 커피열매를 수확하면 5개의 협동조합이 구매하고, 현지 가공공장에서 여러차례의 수작업을 통해 생두를 생산하는데 이렇게 생산된 커피 생두를 YMCA가 국내로 들여와 한국인의 입맛에 맞게 로스팅한 후 판매하고 있는 것이다.

현지인들과 함께 협동조합을 이끌고 있는 YMCA의 양동화 간사는 "동티모르 전역에서 생산되는 커피의 70%를 다국적 기업인 스타벅스 등이 구매해 간다. 올해 국제 커피가격이 하락하면서 다국적기업은 구매가격을 내렸지만, YMCA는 가격을 내리지 않았다"며 "이는 현지인들에게 안정적인 커피 구매시장을 제공하기 위해서인데, 이들도 한국의 고마움을 알고 질좋은 커피를 공급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기 때문에 서로간에 유대관계가 더 깊어진다"고 강조했다.

박주희 제주자치도의회 의원은 "커피 생두 가격은 수익과 직결되는만큼 보다 많은 양을 생산하고픈 것이 생산자의 마음일 것이다. 이들과 함께 일하는동안 품질관리에 엄청난 노력을 기울이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배움의 열의 대단해요!"=로뚜뚜 마을에는 초등학교와 중학교가 있다. 1972년에 문을 연 초등학교에는 현재 226명의 아이들이 재학하고 있다. 중학교는 올해 첫 졸업생을 배출한다.

로뚜뚜 마을이 워낙 오지에 위치해 있다 보니 교육당국에서 현지 학교를 방문한 적이 한 차례도 없단다. 교사들도 정규 교원교육을 받은 대학졸업자가 아니고, 고등학교만 졸업하면 교사될 수 있다. 그만큼 교육환경이 열악하고, 교사의 학습지도 수준도 한국과 비교하면 현저히 낮다.

교육·문화·환경팀은 각각 초등학교의 1~2학년, 3~4학년, 5~6학년 학생들을 맡아 태권도, 천연염색, 패이스 페인팅, 교실 환경정화 등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했는데, 현지 교사들도 제주평화봉사단원들과 함께 학습지도방법을 터득하는 시간을 가졌다.

봉사활동 마지막 날은 학교에서 명랑운동회가 열렸는데 비가 오는 바람에 아쉽게도 밀가루사탕 먹기만 진행됐다. 전교생과 교사, 봉사단원들이 참여한 이 게임 하나만으로도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멈추지 않았다. 또 봉사단이 준비한 율동과 아리랑 공연, 학생들이 준비한 공연이 서로의 마음을 감동시켰다.

김동식 제주평화봉사단 교육팀장은 "해맑은 아이들의 눈빛 하나하나가 잊혀지지 않는다. 학생들과 교사들의 배움에 대한 열의가 대단했다"며 "지속적인 교류를 통해 한국의 우수한 교육 프로그램을 전수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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