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여름이다. 학생들에게는 방학이 직장인에겐 휴가가 있다. 이 기간 무엇을 할 것인지 계획을 세운 이도 있겠지만 아직도 고민 중이라면 과감히 여행을 떠나라 권하고 싶다. 여행지는 어디든 상관없다. 집을 떠나 익숙함에서 벗어나는 것이 중요하다. 익숙함은 편안함을 주지만 현실에 안주하게 하고 고정관념을 고착시킨다. 그래서 가끔은 그 틀을 벗어날 필요가 있는데 가장 좋은 방법이 여행이다. 불편을 자처하는 배낭여행이라면 더 좋다. 혼자서 혹은 가족과 길을 걷다보면 그동안 미처 보지 못했던 것들이 보일 것이다. 또한 여행은 걸으면서 하는 독서라 했다. 교과서에서 알려주는 단순한 지식을 넘어 몸으로 체화하며 생각하게 한다. 그렇기에 여행지에 역사유적이 없다고 실망할 필요가 없다. 집을 떠나 온 것 자체가 배움의 시작이다. 그래서인지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은 대체로 생각이 유연하다. 다양한 경험이 다른 생각들을 받아들이게 한 것이다. 하지만 설렘으로 여행을 떠날 때와는 달리 그 과정이 늘 즐거운 것은 아니다. 예상치 못한 불상사라도 나면 왜 내가 사서 고생을 할까 후회하게 된다. 그리고 함께 떠난 가족 혹은 친구와 다투는 일도 생기게 된다. 하지만 이를 극복해 낼 때의 성취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이 기쁘다. 더욱이 모진 고생 후라면 서로간의 가식조차 사라져 티격태격했던 과정이 거름이 되어 끈끈한 유대감으로 변하곤 한다. 그리고 때론 그 유대감은 같이 떠나지 않고도 생긴다. 인도를 여행할 때였다. 더운 날씨와 입에 안 맞는 음식, 불편한 주변 환경 등으로 시간이 갈수록 집의 안락함이 떠올려질 즈음 대학생들은 부모와 통화하며 눈물을 뚝뚝 흘린다. 언제 그리 집과 가족의 존재를 그리며 고마워했던 적이 있던가? 그런데 참 신기하게도 집을 나오면 평소 가족 간에 잘 하지 않던 '사랑한다. 보고 싶다'는 말이 잘도 나온다. 그뿐인가? 해외로 나가면 저절로 애국자가 되곤 한다. 끊임없이 받는 질문 "where are you from?"그런데 예전에는 한국을 모르는 이들이 많았다. 혹은 'Korean War(한국전쟁)'로 기억되는 동양의 분단된 나라일 뿐이다. 그들의 반응에 울컥해 진다. 어쩌다 태극기라도 보면 코끝이 찡하다. 통일이 그저 되뇌는 노래가사가 아니라 우리가 이뤄야 하는 현실임이 느껴진다. 더구나 유레일패스 하나로 기차를 타고 국경을 넘나드는 유럽은 물론이고 대륙 내 나라들 간의 국경을 통과하며 걸어서 지날 때가 있다. 다리 하나를 사이에 두고 혹은 울타리 하나를 경계로 이동이 자유로운 국경의 모습은 낯설지만 부럽다. 그렇기에 더욱 통일을 꿈꾸게 된다. 우리도 배나 비행기를 이용하지 않고 대륙을 넘나들 수 있기를 말이다. 부산 혹은 서울에서 기차를 타고 함경도를 거쳐 국경을 넘어 러시아에 간 후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대륙을 가로질러 유럽에 다다르는 꿈, 이는 배낭여행자들의 마지막 로망과도 같은 것이다. 그런데 현실은 아직 멀다. 여전히 시즌이 시작되면 공항은 들고나는 사람들로 북적일 것이다. 요즘 사람들에게서 통일이나 국가는 뒷전이다. 소위 스펙이란 걸 쌓기 위해 학생들 상당수가 해외로 어학연수를 떠나고 인터넷에는 연예인들의 공항패션이 검색어 순위에 올라오곤 할 뿐이다. 대륙과 호흡하던 과거는 사라지고 분단된 나라 안에서 고립된 사고를 하고 있다. 멀리 고구려의 기상까지 이야기 할 필요도 없다. 불과 칠팔십년 전 조국의 독립투사들은 장춘, 하얼빈, 러시아 고원 등을 누비고 다녔다. 넓은 사고와 멀리 내다보는 혜안을 여행이 주는 경험을 통해 얻기 바란다. <조미영 여행작가>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 이 기사는 한라일보 인터넷 홈페이지(http://www.ihalla.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 문의 메일 : webmaster@ihall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