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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날씨가 무덥습니다. 각종 사건사고 부정 비리에 가뭄으로 타들어가는 농심, 문자로 날아드는 애석한 부음들…, 세상 돌아가는 소식들은 날씨보다 더 덥습니다. 한줄기 소나기로 귀라도 씻어 내렸으면 합니다. 이럴 땐 정중동의 피서법으로 독서 삼매경도 안성맞춤일 듯합니다. '밭이 한참 갈이/ 괭이로 파고/ 호미론 풀을 매지요. 새소리는 공으로 듣고/ 강냉이가 익걸랑/ 함께 와 자셔도 좋소.' 김상용의 시를 읊조리면 불현듯 잠자던 향수가 되살아납니다. 이 시의 백미는 마지막 구절입니다. '왜 사냐 건, 웃지요.' 왜 사느냐고 물으면 그냥 웃기만 합니다. 그 웃음의 함축을 생각하며 나 또한 웃습니다. 왜 사는가? 진정 '삶'이란 무엇일까? 산다는 건 먹고 살고 목숨을 부지하는 일? 옳은 말입니다. 그런데 고작 그것만으론 너무 서운하고 시시하지 않나요? 예전에 김수환 추기경이 '삶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삶은 계란'이라고 유머 버전으로 웃음을 선사한 적이 있었습니다. 아무렴, 지구만큼이나 무거운 질문을 이렇게 가벼운 웃음으로 풀어낼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정말 사는 것이 문제인 세상입니다. 요즘 먹고 살기가 힘들다고 돈타령들입니다. 돈은 생명줄이니 얼마나 소중합니까? 하루 벌어 살아가는 사람들에겐 돈은 신앙과 같습니다. 그러나 상류층이든 중산층이든 먹고 사는데 지장이 없고 어느 정도의 문화를 향유할 수만 있다면 유유자적할 법도 한데 무작정 더 많은 돈을 추구합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돈을 벌어 어디에 어떻게 쓰겠다는 구체적인 목표도 없이 돈만 많으면 행복할 거라는 관념적 사고가 문제이지 싶습니다. 어느 자수성가한 분의 기부에 박수를 보내면서도 돈 앞에 자유롭지 못하고 비굴해질 때가 있으니 누굴 탓하겠습니까? 아무튼 돈이 만사형통인 사회, 정치는 물론 교육, 문화, 스포츠까지도 돈 따라 움직이는 물질중심사회가 문제입니다. 요즘 천문학적인 비자금이나 부패비리, 그런 돈이 얼마나 삶의 품격을 높여주고 진정한 행복을 가져다주는지 자못 궁금합니다. 누군가 돈은 지구상에 머무는 동안 주차비라 했습니다. 돈 돈 하다가 머리가 돌아버릴 돈세상이 두렵습니다. 요즘은 인문학과 행복론이 대세입니다. 삶의 의미나 행불행에 대해 수많은 담론들이 꼬리를 물고 이어집니다. 행복의 모습들은 사람숫자만큼이나 다양할 것입니다. 어떤 이는 물질을 중시하고 또 다른 이는 정신적 가치나 자아실현을 강조합니다. 행복을 위한 인문학의 담론은 정신적, 문화적 삶의 지향입니다. 단순히 목숨을 부지하는데 그치지 않고 살아가는 의미의 통찰입니다. 영화 스티브 맥퀸 주연의 '빠삐용'은 실존 인물입니다. 살인죄 누명으로 종신형을 받고 악명 높은 기아니 감옥에 수감된 그는 무려 여덟 번이나 탈옥을 감행하면서 누명을 벗으려 애씁니다. 재수감된 감옥, 극한의 상황에서 비몽사몽 환각에 빠집니다. 막막한 인생길을 가는 그에게 배심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서 판결이 내려집니다. '인생을 낭비한 죄로 너를 기소한다'는 재판장의 준엄한 심판에 말없이 돌아서는 빠삐용, 장면이 오래오래 인상적입니다. '인생을 낭비한 죄!' 진정 우리가 어떤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를 돌아보게 합니다. 여기서 낭비란 자신의 삶을 의미 없이 흘려보내버린 자신을 스스로 단죄하는 강렬한 메시지라 생각됩니다. 인생을 낭비하지 않는다는 것은 진정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 바로 자신의 능력을 맘껏 발휘하여 삶의 보람을 가꾸는 일일 것입니다. 죽을 때 가장 후회하는 것은 '해보고 싶은 일을 못해본 것'이라고 합니다. 이 세상 축복으로 태어나 하고픈 일에 도전하며 인생무대에서 주인공으로 살아갈 일입니다. <이경주 서귀포시민의 책읽기위원회 위원장>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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