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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를 시작하며
[하루를 시작하며]여름은 가고 있지만 문제는 남는다
입력 : 2013. 08.28. 00:00:00
어릴적 필자의 여름은 등물, 부채, 구미호, 미숫가루 그리고 진한 여름꽃 향기와 그 주변에 있는 벌과 나비, 모기와 잠자리 그리고 매미소리들로 기억된다. 가끔씩 친구들과의 물놀이, 그네타기, 동네 운동회는 쨍쨍 내리쬐는 뜨거운 여름과 당당히 맞서는 동네 밖 풍경이었다.

지금은 에어컨, 배달음식, 잦은 샤워, 무서운 영화 등 실내에서 더위를 피하는 아이들이 많아졌다. 가족 중심의 여름휴가와 여름학원에서의 경쟁학습으로 여름을 즐기는 여유를 경험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훨씬 많아졌다. 그래서 벌, 나비, 모기, 잠자리떼를 찾아보기 힘들고 매미소리 대신 사람들 싸우는 소리가 더욱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제주의 타는 여름은 물 부족으로 결과하면서 제주시 동-서부 중산간 마을의 제한 급수와 서귀포시 일부지역의 예고 없는 단수사태로까지 이어져 도민들이 고충을 겪기도 했다. 향후 기후 변화가 더 심해지면 제주는 올해보다 몇 배 더 큰 가뭄과도 만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있어 생존의 절대필수요소인 물부족이 미래 불안을 한층 더 높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우리나라는 오랜 농업국가이며 특히 여름은 1년 농사의 결정적 계절이기 때문에 여름의 물부족은 곧 식량확보에 직결된다. 즉 여름의 농사는 지난 가을이나 봄에 파종한 작물을 수확하고, 가을 작물을 파종하거나 이식하는 등 가장 바쁜 농번기에 해당되며 올해처럼 오랜 가뭄이 지속된다면 농사를 포함한 제주의 1차 산업의 위기는 제주지역 생존에 중차대한 문제를 발생시키고 관광객 증가에 따른 문제에도 차질을 빚을 게 당연하다. 그만큼 물 문제는 제주 전반에 큰 영향을 주는 총체적인 문제임이 분명하다.

또한 물은 먹거리 생산과 더불어 에너지 생산에도 큰 역할을 하는 중요한 자원이다. 에너지를 생산하는 장치 등을 직접 움직이게 하거나, 이 기계를 움직이는 과정에서도 물은 절대 필요해 물의 위력은 인간의 생명과 생활 전체를 담보하는 원천임을 다시 한 번 느낀다.

최근 비가 와서 두달여간의 가뭄 해갈에 많은 도움이 됐다고 한다. 고마운 비 덕분에 당장의 물부족 문제는 긴급하게 해결된 것처럼 보이지만 제주가뭄의 근본적 해결에 대한 고민은 여전히 남는다. 이미 제주는 무분별한 난개발로 인해 물을 만들고 저장하는 중산간 일대가 파괴됐고 이곳 골프장들의 농약 과용으로 인한 수질 오염으로 제주물의 안전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따라서 소중한 물을 온존히 관리하고 안전하게 지킬 수 있는 대안의 원칙과 그 중심은 무분별한 중산간 개발 중단과 엄격한 보존관리가 절대적이다. 이미 많은 개발행위로 인해 주변 오름군의 경관훼손과 생태축의 단절이 이루어지고 있고 그 안에서 제주도민을 위한 생명수인 물이 오염되며 사라지고 있기 때문에 '선보전 후개발'을 지속현실화하는 제주도정의 입장은 어떤 지도자가 자리하더라도 지켜져야 할 원칙과 가치중심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두달간의 혹독하고 맹렬한 여름기운이 지금은 비와 함께 줄어 들어 다행이다. 자연은 늘 그렇게 아낌없이 사람들에게 법칙대로의 베풀기와 배려로 감싸준다. 다만 사람은 그렇게 베풀어준 자연의 배려 깊음과 지속가능한 자연의 바람을 무시한 채, 개발과 독점기술을 앞세운 자본의 논리와 행위로 자연을 차별하고 있다. 이러한 차별로 인해, 다음엔 또 어떤 재난이 일어날까.

맹위를 떨친 여름은 지나가고 있지만 아직 여름 중이다. 여름은 가더라도 물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홍리리 제주여성인권연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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