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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를 시작하며
[하루를 시작하며]정작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입력 : 2013. 09.04. 00:00:00
올 여름 유난했던 가뭄은 제주에 큰 생채기를 남겨 놓았다. 무엇보다 물 만큼은 모자람 없다고 믿었던 이 섬에 가뭄의 불안함을 남기고 동네마다 단수로 인한 경제적인 타격과 고약해진 물 인심 때문에 크고 작은 분쟁도 잇따랐다고 한다. 더구나 가뭄으로 인해 각종 농산물의 파종시기를 놓쳐서 올가을과 겨울에 이어지는 제주의 곡식과 채소의 작황이 안 좋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고 한다.

그런 가운데 지난 9월 2일 제주의 농민단체들은 한목소리로 한중 FTA를 반대하는 공동집회를 열고 기자회견을 가졌다. 2012년 5월 한중 통상장관회의에서 논의를 시작한 이래 7차 협상까지 이어지고 있는데 이대로 FTA 체결이 현실화된다면 우리 농어민들은 벼랑끝으로 몰리게 되기 때문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감귤 피해액은 10년간 1조6000억원으로 추정되고 양식광어와 갈치, 조기 등 수산업분야에서도 매해 893억원 이상의 피해가 예상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미 중국농산물은 한국 시장에서 70% 이상을 장악하고 있는데 관세장벽마저 파괴된다면 제주처럼 1차 산업의 의존도가 높은 지역은 그 피해가 불을 보듯 뻔한 상황이다.

이렇게 절박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한중 FTA는 국민의 주목을 끌지 못하고 있다. 전두환 전대통령 비자금 수사, 국정원 선거개입 사건, 통진당 국가내란음모 사건 등 굵직한 사건들이 이슈로 떠오르면서 한중 FTA는 소리 소문 없이 묻히고 있고 통상부서에선 피해당사자들의 의견을 제대로 수렴하지 않은 채 입맛대로 추진하고 있다.

정부에선 농어민들 스스로 자구책을 마련하면 금전적인 지원을 하겠다고 약속하고 있지만 중국과의 농어업 규모가 다른 상황에서 이를 타개할 근본적인 해결책은 온 국민이 나서도 찾기 힘든 상황임을 감안하면 정부의 약속은 허울 좋은 사탕발림에 불과하다. 증량위주의 농업에서 품질위주의 농업으로 바뀌어야 살 수 있다고 떠들고 있지만 농어민들이 그것을 몰라서 못하는 것이 아니지 않은가? 한두해에 가능한 일이 아니고 전문적인 학습을 겸해야 하는데 당장의 곤궁함 때문에 그것을 강요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는 것을 온 국민이 다 알고 있는데도 바꾸라고 지적질만 하고 있다. 탁상머리에서 머리로만 짜낸 계획이 아니고, 재벌기업의 부설 연구소에서 가져다 바치는 계획서가 아닌 현장에서 국민의 목소리를 제대로 청취하고 그들의 절박함을 담아 이를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진정성이 보이는 장기계획서를 제시할 수는 없는가?

그에 앞서 우리들은 우리들 스스로의 미래에 대해 얼마나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 자성도 해야 한다. 당장의 사회적 이슈에만 눈이 멀어서 흥분하지 말고 눈앞의 우리의 현실에 얼마나 관심을 가지고 있는가 생각해 볼 일이다. 정치권의 국가 권력자들이 나라를 들먹이는 것도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그것은 솔직히 우리네 서민들이 볼 때는 배부른 돼지들의 유희에 지나지 않는다. 당장 우리 고장의 우리 가족들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는 것이 더 심각한 일이 아닌가? 지금 우리는 중앙정가에 쏟는 관심의 일부라도 우리 스스로에게 돌려야 한다.

내일 모레가 추석인데 예년에 비해 팍팍해진 추석 물가를 느끼면서 과거 10여년 전 부터 명절 물가가 어땠는지 기억해 보라. 여기저기 FTA를 체결하면 살림살이 더 나아질 거라는 정부의 말이 현실이 됐는가. 해를 더할수록 더더욱 먹고 살기 힘들어지는 것이 느껴지지 않는가 생각해 볼 일이다. 한중 FTA가 현실이 된다면 앞으로 10년 뒤의 추석은 어떻게 변해 있을까. 우리는 지금 대단히 큰 위기 앞에 서있다.

<양용진 요리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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