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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절의 변화는 어쩔 수 없나 보다. 도대체 식을 줄 몰랐던 대지의 뜨거운 열기는 9월로 접어들며 사그라들기 시작했다. 올해는 유난히도 무덥다고들 한다. 여름에 치료를 받으면서 고생하시던 아버님 한 분이 문득 떠오른다. 3년전 이었던 것 같다. 70대 후반의 아버님은 고혈압, 당뇨, 만성 신부전으로 내과에서 입원 생활을 하고 계셨고, 거동이 불편하여 누워 지내시다가 엉덩이 근처에 농양이 있어 정형외과에 의뢰되셨던 분이다. 이전에는 발목 근처에 염증 및 피부 결손이 있어 수술로 잘 치료되어 좋은 관계를 형성했던 경험이 있는 분이었다. 농양이 있고, 열이 동반되고 있어 전신 상태가 좋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진료를 위해 병실에 갔을 때 환하게 웃으시며 반겨주셨다. 아마도 이전의 치료가 잘 되어 잘해주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때부터 오랜(?) 인연이 시작됐다. 농양을 제거한 후 증상 및 전신 상태가 좋아지다가 계속 누워 계셔서 상처 부위가 눌리다 보니 살이 짓무르면서 수술 부위에 다시 상처가 발생하였고, 농이 흐르기 시작했다. 농이 많아지면 수술실에서 상처 소독을 통해 치료하고, 농의 양이 줄어들면 병실에서 소독하면서 치료하기 시작했다. 가벼운 상처 소독이 아니라 살을 에는 통증이 동반되는 소독이었을 텐데 아버님은 싫은 내색 한번 하지 않으셨던 것 같다. 상처 소독을 위해 또는 회진을 돌기 위해 병실에 갈 때면 항상 환하게 웃으시면서 반겨주시는 아버님의 얼굴을 잊을 수가 없다. 병실에서 아버님의 자리는 창가 쪽이셨는데 눈부신 햇살과 환한 미소가 어우러져 더욱 온화한 미소로 다가왔던 것 같다. 시간이 지나면서 상처가 악화되진 않았지만 기존의 질병이 조금씩 악화되어 아버님의 얼굴은 병색이 짙어지게 되었고, 상태가 더욱 악화되어 기력이 쇠약해지면서부터는 얼굴로는 웃음으로 말씀을 하시지만 표현을 잘 못하셨다. 그것이 내가 기억하고 있는 아버님의 마지막 모습이다. 연휴가 지나고 병원에 출근했을 때 아버님의 이름은 없었고 내과 교수님을 통해 돌아가셨다는 얘기를 듣고 한동안 먼 하늘만 바라보았던 기억이 난다. 환자를 진료하고 치료하다보면 항상 좋은 결과만 있는 것은 아니다. 예상치 못한 합병증이 발생되기도 한다. 돌이켜보면 결과론적으로 치료 후 좋은 결과를 얻어 퇴원하는 분들도 있지만 아버님의 경우처럼 좋지 않은 결과를 얻는 경우도 있는 것 같다. 진료의 과정 속에 마음을 담아 환자를 지속적으로 치료한다면 좀 더 나은 결과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아버님, 좋은 세상에서 잘 지내고 계시죠? 아버님의 환한 미소를 가슴에 담고 환자 진료할 때 소중히 쓰겠습니다. 편히 쉬세요. <서규범 제주대학교병원 정형외과>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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