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월요논단
[월요논단]안사인의 굿과 예술, 다시 부는 영등바람
입력 : 2013. 09.23. 00:00:00
우린 그를 잊을 수 없다. 우린 굿판에서 생전에 꺼떡꺼떡 탈처럼 세운 얼굴 흔들며, 어떤 때는 무섭게, 또 어떤 때는 나비처럼 가볍게 춤을 추던 신들린 얼굴을 잊을 수 없다. 우리는 생전에 그를 '사연이 삼촌'이라 불렀다. 이 시대의 '심방 중의 심방'이란 의미에서의 큰심방, 안사인 옹이다. 이 정도 말하면 그 정도는 돼야 굿 잘하는 심방, 영급 좋고, 수덕 좋은 심방이라 할 만하다고 제주사람이면 누구든 열광할 것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그는 1990년에 세상을 떠났고, 2013년 9월 28일에야 뒤늦게 그의 업적을 기리는 추모제를 준비하고 있다 한다. 늦었지만 다행한 일이다. 안사인 선생이 있었으므로 제주 건입동 칠머리당의 영등굿은 유네스코가 선정한 무형문화유산으로 등록돼 세계의 문화지도를 다시 그리게 됐으니 그것만으로도 '사연이 삼촌'은 이 시대의 장인이며 훌륭한 예술가이다.

이왕에 추모제를 시작으로 '사연이 삼촌'의 업적을 재평가한다니, 감춰진 그의 무서운 내공과 끼를 발휘하던 진면목을 찾아 밝혀내시라. 다시 부는 영등바람이여, 싱그럽게 불어와, 신들이 인간처를 찾을 때, 낮에는 '내난 가위(연기 나는 집)', 밤에는 '불싼 가위(불켜진 집)'을 찾아오듯, 제주 지역의 내로라 하는 한 심방의 일생을 건 굿과 예술을 다시 재평가하는 아름다운 추모제가 되어 진짜 큰심방 안사인 옹의 영등굿, 큰굿에 쏟은 열정이 정당하게 재평가 될 수 있게 하자.

큰심방 안사인은 심방으로서 굿 잘하고 수덕 좋은 심방일 뿐만 아니라 다른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신령한 끼가 철철 넘치는 심방이었다. 큰심방 안사인은 제주의 큰굿으로 전통예술의 한 경지를 이룬 분이다. 그러므로 큰심방 안사인은 생전에 '딴따라 심방'이라 불렸는데 혹자는 그의 굿을 폄하하려는 수단으로도 사용됐지만, 그의 몸글로 써내려가는 굿판에서의 굿춤은 굿을 모르는 사람까지 신 지피게 하는 신바람을 지니고 있었다. 터질 때만 기다리는 핵폭탄 같은 끼와 재주가 탁월했기 때문에 '사연이 삼촌'은 끼 없는 무미한 심방들에게는 너무나 연극적이라는 둥 딴따라 심방으로 폄하되기도 했지만, 그는 정말 예술적 끼를 갖춘 제주를 대표하는 큰심방이었다.

나는 70년대 대학생 때부터 안사인 선생을 쫓아다녔고, 80년에 큰심방 '사연이삼춘'의 놀이굿 <세경놀이> <영감놀이> <전상놀이> 지도를 받아, 마당굿으로 재창조해 창작마당굿 <땅풀이>를 만들었고, 1980년 8월 제남신문사 2층 공개홀에서 공연했다. 그때 그는 열정을 다해 가르치는 연출가이며, 예술교사였다. 때문에 우리는 수눌음 소극장에서 안사인, 양창보 심방을 비롯한 딴따라적 심방들 소위 안사인 유(類)라 할 수 있는 강신숙, 오방근, 이용순, 문순실 심방들을 만나 <전상놀이>를 복원하기도 했다. 영등굿 보존회는 김윤수, 진부옥, 이중춘, 이정자, 한생소, 강순안, 이승순, 정태진, 김연희 구송의 열두본풀이 신화집을 내기도 했다. 이제 큰심방 안사인 추모사업회가 할 일은 안사인 유의 칠머리당 영등굿 보존회를 중심으로 그의 제자들, 김윤수 회장을 정점으로 당대의 안씨 대선생을 위한 '두이레 열나흘 굿', '차례 차례 재차례굿'을 해 큰심방 안사인을 추념하는 큰굿자료집을 만들고, 큰심방 안사인 옹에게 헌정하는 것으로 추모회의 마지막 일을 끝냈으면 한다. 그리해 큰굿의 큰별을 영원히 반짝이게 하자.

<문무병 민속학자^시인>
이 기사는 한라일보 인터넷 홈페이지(http://www.ihalla.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

문의 메일 : webmaster@ihall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