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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사람들
[따뜻한사람들-나눔이 미래다](34)병원 자원봉사 김규남씨
"남에게 주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
최태경 기자 tkchoi@ihalla.com
입력 : 2013. 10.10. 00:00:00

▲김규남씨는 뇌종양 수술로 자신의 몸도 불편한 상태지만 제주대학교병원에서 수년째 안내봉사활동을 통해 자신의 몸과 마음을 치유하게 됐다고 말했다.

제주대병원서 혼자 온 환자들 대상 안내봉사
자신도 몸 힘들지만 봉사로 몸·마음까지 치유

"70~80대로 보이는 할머니 한 분이 병원에서 어쩔 줄 몰라 하시기에 접수도 도와드리고 진료받는데까지 안내도 해드리고 했죠. 그랬더니 진료 다 끝낸 할머니께서 오시더니 제 바지주머니에 만원을 슬쩍 넣어주시는 거예요. 너무 고맙다고 하시면서. 극구 사양했는데도 할머니께서 막무가내인 거예요. 그래서 제가 그랬죠. 이 돈 받으면 저 앞으로 봉사 못한다고."

수년째 제주대학교병원에서 환자들을 상대로 안내봉사를 하고 있는 김규남(54)씨의 이야기다. 병원이 커서 인지 나이가 많은 환자들이 혼자 병원을 찾게 되면 접수에서 진료, 수납까지 하나하나가 고역이다. 몸도 아픈데 말이다. 그래서 김씨 같은 안내봉사자들은 이 환자들에게는 꼭 필요한 존재다.

김씨는 병원 진료가 시작되는 오전 9시부터 오후 접수 마감때까지 병원을 누비며 환자들을 도와주고 있다. 김씨는 병원에서 안내봉사를 하게된 것이 자신의 운명이라고 여기고 있다.

"2004년초에 갑자기 쓰러져 예전 제주대병원 자리에 있을 때 응급실로 실려갔죠. 뇌종양이었어요. 다행히 수술이 잘됐지만 그때 이후로 잘 걷지 못하고 편마비 증상이 왔죠. 1년 10개월 정도 병원생활을 하고 퇴원을 하게 됐는데 장애인이 됐다는 생각에 집에만 틀어박혀 있었죠. 집안에선 거의 폐인같이 살고…."

이런 그를 일으켜 세워준 것은 종교였다. 그리고 남을 위한 봉사였다. "뇌종양으로 제주대병원에서 투병생활을 하다 원목(병원 목사)의 추천으로 기독교를 접하게 됐어요. 이렇게는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 교회를 찾아갔죠. 그리곤 한달간만 안내봉사를 해보겠다고 했죠. 그때 신자분들이 제주대병원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어 저도 하겠다고 한 거죠. 그때가 2009년쯤이었어요." 봉사활동을 시작한 이후로 어느 정도 건강을 찾았다고 자신한 김씨. 직장생활을 하겠다는 성급한 마음에 작년 4월 봉사활동을 관뒀다. 하지만 다시 몸이 아파왔다. 병원에서는 수술부위가 악화됐으니 요양을 더 필요하다고 했다. 좌절감에 빠지기도 잠시 그는 다시 병원에서 안내봉사를 시작했다. 살기 위한 몸부림이었다. 그리고 현재 그는 남을 돕고 도움을 받은 이들의 고마움을 느끼며 자신의 몸과 마음이 치유되고 있음을 느낀다.

"지금 몸이 정상은 아니죠. 왼쪽이 편마비라 왼손으로 물건을 쥘 수도 없거든요. 하지만 봉사를 하면서 제 몸과 마음이 건강해진다는 것을 느껴요. 내 몸은 힘들지만, 환자분들이 큰 도움을 받았다고 고마움을 표시할 때면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에 감동하기도 하고, 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주는 것이 얼마나 인생에서 소중한지 절실하게 깨닫기도 하거든요."

조금 부족할지 모르지만 남을 돕는데 아무런 불편함이 없다는 김규남씨. 올해로 5년째 제주대병원에서 안내봉사를 하고 있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제주대병원에서 밝고 건강한 얼굴로 환자들을 돕는 그를 만날 수 있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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