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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경희 제주대학교병원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2년차 때 신생아중환자실 당직을 서고 있었다. 산부인과에서 응급분만 연락을 받고 급히 분만실에 갔더니 아이는 미숙아였지만 아주 건강하게 울고 움직이고 있었다. 그런데 아이한테서 이상한 냄새가 났다. 보통 양수에 젖어 특별한 냄새가 나지 않는게 정상인데 이 여자 아이는 몸에 얼룩덜룩 이상한 분비물이 묻어 있고 하수구 냄새가 배어 있었다. 임신나이 30~32주였던 이 아이는 체중은 1.5㎏이 되지 않았지만 미숙아들이 대부분 앓게 되는 신생아호흡곤란증후군도 없이 아주 건강하게 태어났다. 눈도 크고 머리는 금발이고 잘 닦고 보니 백옥 같은 피부를 가진 예쁜 혼혈아였다. 엄마는 미혼모였고 러시아에 나갔다가 임신이 되었는데 낙태를 여러번 시도하였다고 하며 '라미나리아'라는 자궁경부 확장물을 사용하고 나서 분만이 진행돼 응급실에 오게 됐다. 이 확장물을 사용하고 나서 자궁안에 감염이 되었는지 아이 몸에는 시궁창 냄새 나는 분비물이 덮여 있었던 것 같다. 다행히 별다른 합병증이 없이 분유도 잘 먹고 체중도 잘 늘게 되었다. 안타깝게도 엄마는 아이를 낳자 마자 하루도 되지 않아 병원을 나갔고, 아이는 엄마를 기다리다가 병원에서 퇴원 후 어느 아동복지 센터로 갔다고 들었다. 1년 뒤 전공의 3년차 때 응급실 당직을 서고 있었다. 어여쁜 혼혈 여자아이가 열이 나서 응급실에 왔다. 차트를 보니 출생할 때 봤던 아이였다. 반갑기도 했지만 아동복지 센터에서 입양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라는 얘기를 듣고 언짢았던 기억이 난다. 예쁘게 사랑스럽게 컸는데 이 모습을 보면 엄마가 얼마나 좋아할까란 생각을 잠시 했었다. 내가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살다보니 불현듯 이 아이가 생각났다. 아이를 낳을 때 내 아이가 별로 좋지 않았던 기억이 난다. 난 당시 고통스럽고 힘들고 잠도 자지 못 하는 순간이라 몹시 지치고 괴로웠지만 아이와 시간을 지내다 보니 점차 아이는 사랑스럽고 예쁘고 아이 재롱에 행복한 순간이 많아졌다. 아이에 대한 모정은 본능이 아니라 아이와 피부를 맞대고 우유를 먹이고 기저귀를 갈면서 생긴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다. 요즈음 입양특례법이 시행된 뒤부터 어느 교회의 베이비 박스를 통해 버려지는 아이가 많아졌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미혼모가 아이를 가질 때부터 심리 상담을 통해 불안해하는 엄마를 이해하고 안정시키면서 아이를 낳는 것이 불행이 아님을 다독여주고, 출산 후 아이와 잠시 지낼 수 있는 공간과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지원을 통해 입양을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으면 어떨까란 생각을 하게 된다. 아이와 조금이라도 시간을 지내고 모정을 느끼면 엄마가 아이를 포기하려는 생각을 접을 수 있지 않을까. 물론 미혼모는 혼자서 아이를 키우려면 정말 힘들 것이다. 미혼모에 대한 재정적 지원이 더 나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한경희 제주대학교병원 소아청소년과>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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