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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해안 640리를 가다
[제주해양리포트 6부:제주바당 올레길을 가다](11)서귀포시 서건도
공기방울이 '뽀글~ 뽀글~' 수중동굴이 살아 숨쉰다
최태경 기자 tkchoi@ihalla.com
입력 : 2013. 10.28. 00:00:00

▲서귀포시 강정동에 있는 서건도 포인트는 복잡한 지형과 연산호, 해조류가 군락을 이뤄 거센 조류를 막아주고 대형어류의 공격을 쉽게 피할 수 있기 때문에 어류들에게 최적의 산란장 역할을 한다. 특히 수중동굴 안에 있을 때 다이버들이 내뿜었던 공기방울이 천천히 동굴 천장의 틈을 뚫고 수면으로 올라가는 광경은 마치 동굴이 살아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사진=김진수·조성익 자문위원

연산호와 해조류가 군락을 이루면서
최적의 어류 산란장… 고급어종 서식

가을이 깊어가고 있다. 예년 같으면 제주의 가을바다는 잔잔하고 세력을 확장하는 쿠로시오 난류의 영향을 받아 깨끗한 시야를 보였을 것이다.

하지만 최근 잇따라 발생한 태풍의 영향으로 너울성 파도가 제주 남쪽연안으로 몰아쳐 제주바다의 수중시야도 흐리고 다이버들의 접근을 힘들게 하고 있다.

탐사팀은 최근 행정구역상으로는 서귀포시 강정동에 속한 '서건도', 일명 '썩은섬'이라 불리는 포인트를 찾았다.

서건도의 해양환경은 본섬에서 흘러나오는 담수와 해수가 만나는 곳으로 넓은 조간대가 자리잡고 있어 다양한 해양생물이 서식하고 있다. 감태와 모자반 등 다양한 해조류와 연산호, 그리고 다양한 종류의 갑각류, 어류들을 관찰할 수 있다. 특히 수중동굴도 탐험할 수 있어 수중촬영을 즐기는 다이버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서건도 포인트는 보통 수중동굴이 있는 곳에서 1차 다이빙을 하고, 범섬쪽으로 조금 이동해 2차 다이빙을 하게 된다.

▶1차 다이빙=탐사 당일 일본쪽으로 방향을 튼 태풍의 영향인지 너울성 파도가 제법 있다. 서건도 앞 해상에 도착한 탐사팀은 잠수준비를 마치고 심하게 흔들리는 배에서 서둘러 입수했다.

바닥 수심 15m, 해저암반에는 모래와 뻘이 뒤섞여 있어 아무것도 자라지 않는다. 이 포인트의 상징인 수중동굴입구에 도착한 탐사팀은 먼저 서건도 방향으로 향했다. 예전에 수중동굴 앞에서 해마를 봤다는 소문이 있어 확인하기 위해서다. 소문대로 낙엽이 쌓인 곳을 찾았지만 아무리 뒤져봐도 해마를 만날 수는 없었다.

수중동굴 입구에서 탐사팀은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수면을 향해 수직으로 뻗은 암반에는 연산호 종류인 맨드라미 산호가 빈틈없이 서식하고 있다. 연산호 군락지를 촬영한 뒤 탐사팀은 동굴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이 곳은 동굴이라기 보다는 엄연한 의미로 보면 터널이 맞다고 해야 할 것이다. 한 쪽 입구에서 보면 반대쪽 출구가 보이기 때문이다. 동굴의 길이는 약 10m 정도, 안쪽 벽에서 연산호는 볼 수 없었다. 대신 새우, 게 등 갑각류와 라이언피시 그리고 동굴 입구를 지키고 있는 세줄얼개무늬 등이 우리를 반겼다.

동굴을 빠져나온 탐사팀은 신기한 장면도 목격했다. 동굴안에 있을 때 다이버들이 내뿜은 공기방울이 천천히 동굴천장의 틈을 뚫고 수면으로 올라가는 광경이었다. 마치 자그마한 수 천개의 비누 방울이 하늘로 올라가는 장면을 연상케 했다.

서건도 포인트처럼 수중동굴 등 복잡한 지형과 연산호와 해조류가 군락을 이룬 곳은 어류들에게 최적의 산란장 역할을 한다. 거센 조류를 막아주고 대형어류의 공격을 쉽게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날도 금방 알에서 나온 것처럼 보이는 작은 자리돔들이 탐사팀이 다가가자 황급히 바위틈이나 연산호 사이로 숨어드는 모습들이 관찰되기도 했다. 또 낮은 수심에는 벵에돔 치어들이 암반에 자라는 이끼를 먹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2차 다이빙=1차 다이빙 포인트에서 범섬 쪽으로 100m 이동한 뒤 2차 다이빙이 이뤄졌다. 이 곳은 지형이 독특하다. 서귀포 대포마을 지삿개처럼 수중 암반들이 작은 규모의 주상절리로 이뤄졌다. 수중시야만 좋았다면 쭉쭉 뻗은 주상절리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을 수 있었지만 아쉬움이 남았다. 그렇다고 수중환경이 나쁘다는 말은 아니다. 주상절리 곳곳에 맨드라미 산호들이 서식하고 있으며 조류의 소통이 원활해서인지 심심치 않게 대형어류들도 볼 수 있다. 탐사팀을 태우고 온 선장은 선상낚시를 즐기는 낚시객들이 돌돔이나 다금바리 등 고급어종을 잡기 위해 자주 찾는 곳이라고 귀띔을 해줬다. 이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탐사팀이 무섭지도 않은 듯 돌돔과 벵에돔, 참돔 등 대형 어류들이 다이버 앞을 유유히 지나가는 모습을 쉽게 포착할 수 있었다.

군데군데 자리잡은 주상절리 근처를 둘러보던 탐사팀은 수중시야가 어두운데다 조류가 점점 빨라져 탐사일정을 마무리하고 상승했다.

한편 서건도 앞 해상에서 안전한 다이빙을 하기 위해서는 일명 '다이빙용 소시지(safety balloon)'와 수중에서 낚싯줄에 걸릴 수도 있으므로 다이빙 전용 가위 등을 휴대하는 게 좋다.

/고대로·최태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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