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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로 쓰는 제주사'(이영권, 휴머니스트, 2005)는 확실히 문제적인 책이다. 출판된지 꽤나 시간이 흘러서 지금의 문제를 다루기에는 다소 아쉬운 점이 있긴 하지만(해군기지와 관련해서) '역사를 바라보는 관점'이라는 케케묵은 문제의 핵심에 제대로 접근하고 있다는 점에서 2013년의 현재에도 격렬한 힘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흔히들 역사를 '굳건한 상태의 어떤 것'으로 생각한다. 거대한 궁궐과 사찰 같은, 오랫동안 그 모습을 고고히 지켜 온 유적의 형상으로 역사란 개념을 떠올린다. 그러나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국사교과서 편찬논란에서도 볼 수 있듯, 역사는 현실이라는 렌즈를 통해 굴절되기 마련이다. 현실도 어떤 개인이 그 현실에 처해 있느냐에 따라 그 굴절의 각도가 달라진다. 그렇기 때문에 역사 속의 한 사건을 제대로 조명해 보려면 한 가지 관점만을 고집할 게 아니라 다양한 관점들을 두루두루 살펴봐야 한다. 이 책은 중앙(서울 혹은 정부)의 관점에서만 기술됐던 역사를 제주의 관점으로 바라봄으로써 기존의 역사를 뒤집는다. 늘 소수의 입장이었던 제주인들에게는 톡톡한 쾌감을 주는 책이다. 물론, 이 책이 제주인 전체의 관점을 담고 있다는 말은 아니다. 어디까지나 저자의 관점일 뿐이다. 그러나 정설이라고 믿었던(강요당했던) 중앙의 관점 뒤집기, 그 뒤집기의 움직임 자체가 이 책의 매력이다. 이런 뒤집기가 활성화돼야만 유동적인 사회가 될 수 있다. 유동적인 사회는 곧, 민주적인 사회다. 누구나 자신의 독창적인 관점을 펼칠 수 있고, 다른 사람의 관점을 존중할 줄 아는 사회, 그럼으로써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고 기존의 폐단을 수정하며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사회가 민주적인 사회이며 지적인 사회다. 특히나 흥미로웠던 점은 저자가 애향심에 가득찬 여타 다른 지방사학자들과는 다른 관점을 지녔다는 점이었다. 일부 지방사학자들은 지나친 애향심 때문에 작은 발견에도 호들갑을 떨며 제주의 역사를 부풀려 왔다. 이러한 '오버'는 세계사의 맥락 속에서 제주만을 고립시키는 문제를 낳곤 했는데, 이 책은 세계사의 맥락도 충분히 고려해 제주의 역사를 기술한다. 다만, 근현대사에 이르러 진보운동에 대해 기술할 때 느껴지는 저자의 강렬한 파토스는 읽는 독자로 하여금 부담스럽게 만드는 게 사실이었다. 그러나 어떤 책을 읽든 가장 명심해야 할 점은 모든 관점은 정치적이라는 것이다. 관점은 개인이 자신의 입장에서 세계를 해석해 나온 결과물이다. 이러한 이해가 밑바탕에 깔려 있어야만 중심이 흔들리지 않는 객관적인 독서를 할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국사교과서 편찬논란 때문에 나라가 시끄러운 것은 유감이다. 어차피 다음에 진보세력이 정권을 잡으면 국사교과서는 다시 바뀔 것이다. 지난 보수정권부터 국사 교과서는 수난을 당하지 않았는가. 역사, 특히 국사 교과서 속의 역사(국가의 뼈대를 이루는)는 권력층의 관점에서 기술된다. 중요한 것은 '역사는 현실에 종속된다'라는 명제를 이해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이해 없이 역사에 대해 말한다면 소모적인 논쟁만 계속될 뿐이다. 오히려 바뀌지 않는 국사교과서를 만드려는 자들의 속셈이 의심스럽다. 완성된 역사야말로 그 역사의 종말을 의미한다. 그런 자들이 현재의 시스템을 박제화하고 자신의 기득권을 대대손손 물려주려는 이들임에 분명하다. <양은석 서울예대 문예창작과>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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