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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톤 슈낙의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을 처음 접한 것은 1970년대 중반 필자의 고등학교 시절 국어교과서였다. 독일의 표현주의 작가로 서정과 낭만으로 가득찬 그의 글은 당시 감수성이 예민했던 우리들에게 진한 감동을 줬었다. 그 글은 이렇게 시작된다. "울음 우는 아이들은 우리를 슬프게 한다. 정원의 한편 구석에서 발견된 소조(小鳥)의 시체 위에 초추(初秋)의 양광(陽光)이 떨어져 있을 때, 대체로 가을은 우리를 슬프게 한다. 그래서 가을날 비는 처량히 내리고 사랑하는 이의 인적은 끊어져 거의 일주간이나 혼자 있게 될 때. 아무도 살지 않는 옛 궁성(宮城), 벽에서는 흙덩이가 떨어지고 한 창비(窓扉·창문)의 삭은 나무 위에 "아이쎄여, 나는 너를 사랑한다……"라는 거의 판독하기 어려운 문자를 볼 때. 몇 해고 몇 해고 지난 후에 문득 돌아가신 아버지의 편지가 발견될 때. 그 곳에 씌었으되 "나의 사랑하는 아들이여, 너의 소행이 내게 얼마나 많은 불안의 밤을 가져오게 했는가……" 대체 나의 소행이란 무엇이었던가. 하나의 연애사건, 혹은 하나의 허언(虛言) 혹은 하나의 치희(稚戱·치기), 이제는 벌써 그 많은 죄상을 기억 속에서 찾을 수가 없다. 그러나 아버지는 그 때문에 애를 태우신 것이다." 이 글이 다시금 회자(膾炙)된 것은 박영선 국회 법사위원장에 의해서였다. 그는 지난 21일 서울고검 및 서울중앙지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오늘 국감은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이란 수필에 나오는 많은 것들을 느끼게 한다"고 토로했었다. 그러나 정작 우리 국민들을 가장 슬프게 하는 것은 정치가 아니라 정쟁(政爭)만을 벌이는 정치권이다. 이날 국감장에서도 여·야는 정파적(政派的) 이익만을 앞세워 팽팽하게 맞섰다. '국정원 댓글'과 관련 새누리당은 윤석열 국정원사건 수사팀장을 '항명(抗命)'으로 몰아세웠고 민주당은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을 향해 '외압(外壓)'이란 굴레를 씌웠다. 그 와중에 절차적 타당성이나 실체적 진실 등은 다 파묻혔다. 이 뿐만이 아니다. '북방한계선(NLL) 의혹' 역시 여·야가 제 잣대만 들이댄 채 갑론을박으로 허송세월을 보내고 있다. 최근 들어선 '대선 불복론'과 '헌법 불복론'이 맞붙고 있으며, 심지어 국사교과서까지 정쟁의 대상으로 변질됐다. 걸핏하면 내세우던 민생(民生)은 간 곳도 없이 그야말로 '자신이 하면 로맨스요,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막장 드라마식 행태가 정치권을 지배하고 있는 것이다. 정치(政治)의 사전적 의미는 사회 구성원들의 다양한 이해관계를 조정하거나 통제하고 국가의 정책과 목적을 실현시키는 일이다. 여·야 모두 이 뜻을 모르지는 않겠지만 실천에 이르러서는 '초딩 수준'에도 못미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안톤 슈낙의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은 이렇게 계속된다. "동물원에 갇힌 범의 불안 초조가 또한 우리를 슬프게 한다. 철책가를 그는 언제 보아도 왔다 갔다 한다. 그의 빛나는 눈, 무서운 분노, 괴로운 울부짖음, 그 앞발의 한없는 절망, 그의 미친 듯한 순환(循環), 이것이 우리를 말할 수 없이 슬프게 한다." 우리 국민들이 처한 상황이 동물원에 갇힌 범의 모습과 별반 다를 바 없다. 그 분노와 울부짖음, 절망 등이 정치권에는 정녕 들리지 않는가. 벌겋게 물든 '단풍 소나무'가 제주의 가을을 재촉하고 있다.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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