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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계춘 칼럼
편가르기, 그리고 다름과 틀림
입력 : 2013. 11.05. 00:00:00
사람들에게 '+'가 그려진 카드를 보여주면 각자가 처한 입장에서 다양한 반응을 보인다고 한다. 수학자는 덧셈이라 하고 산부인과 의사는 배꼽이라 말한다는 것. 또 목사님은 십자가, 교통경찰은 사거리, 간호사는 적십자, 약사는 녹십자라 한다는 것이다.

다소 우스갯소리가 포함된 이같은 반응은 모두가 다 자기 입장에서 바라보기 때문이다. 이는 다른 사람이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를' 뿐임을 뜻한다. 그래서 사람은 비판의 대상이라기 보다는 늘 이해의 대상으로 봐야 한다는 견해가 설득력을 갖는 이유다.

최근 제주사회가 새로운 4·3단체 출현으로 술렁이고 있다. 이름하여 '제주4·3정립연구·유족회'가 그 주인공이다. 이들은 지난달 30일 제주시 파라다이스 회관에서 발기인 회의를 열고 이동해·오균택·홍석표씨를 공동대표로 선출했다. 그리고 오는 7일 하니관광호텔에서 창립기념식을 열어 공식 출범한다고 밝혔다.

이날 발기인 회의에서 공동대표단은 4·3정책을 좌편향(左偏向)으로 규정짓고, 기존 4·3유족회를 '일부 정당의 정파성(政派性)에 매몰된 산하단체'로 비판하고 나섰다 한다. 이들은 또 제주4·3평화공원과 4·3정부보고서의 문제점을 시정하겠다고 밝히면서, 이를 바로잡기 위해 새로운 4·3유족회가 나타나는 것은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고 스스로 정당성을 부여했다.

이 단체는 1990년대 들어 소멸된 4·3반공유족회 회원들과 제주4·3민중항쟁론에 반대하는 유족 등을 규합한 것으로 알려졌다. "4·3평화공원에 폭도들이 희생자로 둔갑해서 올라가고, 정부의 진상조사보고서도 너무 한쪽에 치우친 만큼 왜곡(歪曲)된 제주4·3을 바로잡아 나가겠다"는 게 이들이 내세우는 주장이다.

잘못된 역사가 있으면 바로잡고 고쳐나가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그 출발점이 당신네는 그르고 우리는 옳다는 전제(前提)가 깔려서는 안된다. 첫 출발부터 상대방에 대해 '정파성에 매몰된 산하단체' 등의 날선 각만 세워서는 본래의 뜻이나 취지 등 정당성을 부여받기 어렵다. 이념대립을 넘어 추념일 지정 등으로 화해(和解)와 상생(相生)의 길로 접어든 '4·3의 완전한 해결'에도 결코 도움이 안될 것임은 불문가지다. 도민사회 일각에서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우리 사회의 '편가르기'는 그야말로 망국적(亡國的)이다. 정치권은 물론 곳곳에서 편가르기가 난무한다. 보수세력은 진보세력을 설득하기는커녕 니들이 양보하라고 외친다. 진보세력 또한 보수세력을 구습에 젖은 낡은 사고 집단이라고 폄하하기 일쑤다. NLL 문제나 국정원 댓글사건을 비롯해 사사건건 자신들만의 '진영(陣營) 논리'에 갇힌 채 상대방 타박에 여념이 없다. 심지어 연예인 말 한마디에도 '개념'이니 '무개념' 등의 정치적 해석을 달아 편가르기를 한다. 지금 우리 사회의 총체적 혼돈(混沌)도 여기에 기인하는 바 크다.

우파니 좌파니, 진보니 보수니 하는 그런 이분법(二分法)은 이제 접어야 한다. 현재 우리에게 요구되는 것은 올바른 가치 정립과 진실을 바탕으로 한 정의감의 회복이다. 정치권이 이 일을 선도해야 하는데 오히려 더욱 부추기는데만 혈안이 되어 있으니 실로 참담할 따름이다.

우리가 편가르기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무작정 '옳다, 그르다'를 따지기에 앞서 먼저 서로의 다름부터 인정해줘야 한다. 제주의 4·3문제 재논의도 마찬가지다.<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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