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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광장]소원(所願)
입력 : 2013. 11.12. 00:00:00
대한독립. 백범 선생의 영원한 소원이었다. 백범선생이 지금 생존해 계신다면 뭐라고 소원을 말할까? 추측해 보건데 아마 "완전한 평화통일이오"라고 하지 않을까? 요즘은 좀처럼 들리지 않지만 소학교 시절 참 많이도 불렀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 꿈에도 소원은 통일." 소원(所願)이라는 게 말 그대로 간절히 바라고 원하는 일인데 가난하고 어렵던 그 시절 노랫말처럼 아이들에게 그게 진정 소원이었을까? 세월은 참으로 많이도 변했다. 글로벌이니 스마트한 시대니 일컫는다. 손바닥만 한 스마트폰 하나만 있으면 못할 게 없는 세상이다. 지금을 사는 사람들에게 소원이 뭐냐고 물으면 뭐라고 답할까? 아마 통일은 분명 아닐 게다.

지난 10월 중순 주말. 단풍이 절정에 이르는 11월이 되면 넘치는 인파로 몸살을 앓을까봐 미리 편안한 마음으로 설 이른 단풍바람이라도 쐴 겸 고창 선운사를 찾았었다. 그러지 않아도 직장 탓에 전북생활을 한 지 3개월이 지나고 있는데 한번은 가보려고 했지만 바쁘다는 핑계로 짬을 내지 못했다. 완연한 단풍이 들기엔 이른 시기임에도 많은 사람들로 붐볐다. 구름 속에서 참선한다는 뜻에 걸맞게 울창한 숲으로 싸여 있는 선운사의 가을 풍경은 고즈넉하면서도 고풍스러웠고 아름다웠다. 선운사 대웅전 지장보살좌상 앞이건 경내 6층 석탑 앞이건 많은 사람들이 합장하고 배를 올리며 기도를 드리는 모습이 보인다. 그들은 무슨 소원을 빌까? 선운산 중턱 웅장한 암벽 마애불좌상 앞에서도 많은 남녀노소들이 무릎을 꿇고 배를 올리고 있다. 그들 또한 무슨 소원을 빌까? 건강하기, 장수하여 오래살기, 명예얻기, 부자되기, 자녀취업, 승진.

소원하면 또 하나 떠오르는 것이 '정화수(井華水)'다. 이른 새벽 첫 이슬을 머금은 신성한 우물 한 수를 떠서 동쪽 장독대 위에 올려놓고 큰 일을 하기 위해 집을 떠난 남편 또는 자식이 성공하여 무사히 돌아오길 간절히 기원을 드렸던 아내 혹은 어머니들의 혼이 담긴 '정화수'. 이렇듯 소원은 간절히 바라면서도 결코 쉽게 이룰 수는 없는 이상향 같은 것이지만 우린 그걸 쫓으며 살아가는 게 인생인 양 살아간다.

경북 경산시에선 매년 10월 팔공산 '갓바위 소원성취 축제'가 열린다. 기도처로 이름난 팔공산 갓바위 주변의 빼어난 자연경관과 어울려 한 가지 소원을 염원하면 성취된다는 테마 축제로 올해 13회째를 맞았다. 갓바위는 팔공산에 있는 관봉석조여래좌상을 말한다. 일명 '갓바위 부처'로 경북에선 널리 알려져 있다. 그곳에서 정성을 다해 빌면 한 가지 소원을 이루게 된다는 전설을 스토리텔링화 했다. 인간의 나약한 사회적 심성을 이용한 콘셉트다. 사실 그곳을 찾아 간절히 소원을 빈다고 해서 반드시 이루어지지는 않을 거라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많은 이들이 그곳을 찾아 소원을 간절히 빈다. 어쩌면 결코 이루어지지 않는 게 소원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줄 알면서도 우린 그 소원이 이루어지리라 믿으며 산다. 그게 살아가는 이유처럼.

시인 천상병은 '귀천(歸天)'에서 마지막에 이렇게 말한다. "나 하늘로 돌아가는 날/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다고 말하리라" 아름답게 살아가는 것. 각자의 몫이겠지만 진정 우리가 간절히 바라는 소원은 이게 아닐까. <정윤창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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