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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건강보고서 3H
[생로병사]환자의 믿음과 희망
입력 : 2013. 11.29. 00:00:00

최성욱 제주대학교병원 정형외과

많은 드라마와 영화의 소재 혹은 등장인물로 '의사'가 내세워지며, 그 직에 대한 화려함이 과대 포장되고 비현실적인 부분이 많이 부각돼왔다. 허나, 현실은 많은 어려움이 상존하는 3D 직종에 가깝다고 말할 수 있다. 특히 매일같이 신경을 곤두세우고 환자의 신체에 칼을 대야하는 외과의라면 더욱 그렇다.

외과의사의 직은 자격뿐만 아니라 그 책임을 함께 지고 있기에 그 치료에 있어 큰 고민과 스트레스를 수반하게 된다. 환자 상태의 중증도에 따라 스트레스의 양은 더욱 증가된다.

누구를 막론하고 최고의 의료기관에서 치료 받기를 원한다. 제주의 지리적 이유로 인하여 우리병원은 많은 도민들에게 최후의 최고의 안전핀이 되기도 한다. 그 특수함이 만들어 내는 완치에 대한 환자의 열망은 우리 병원에 맡긴 일종의 막대한 예치금 같은 것이다. 단단한 은행에 대한 믿음처럼 모든 환자는 자신의 건강(예치금)이 사라질 것이라고 인정하지 않는다. 이렇듯 의사의 직은 뿌듯하고 보람찬 일이지만 이를 충족시키지 못했을 때 다가오는 부담과 스트레스는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사고나 질병으로 고통을 겪는 환자들의 많은 질문 중 글로 표현하기 힘든 감정이 일게 만드는 질문은 "언제쯤 다시 일을 할 수 있을까요?" 이다.

그 질문에 담겨있는 보통 사람들이 겪어야 하는 생활의 기쁨, 슬픔, 가족에 대한 책임 등은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한번은 노부인이 가족들과 나의 진료실을 찾았다. 수년 전 그녀는 수술을 받아야 할 정도로 심각한 무릎 질환이 있었고 수술적 치료를 권유하였지만, 고령이고 지병이던 심장이 좋지 않았고 또한 자식들에게 신세 지기를 꺼렸던 그녀는 수술을 거부했다. 몇 년이 지나 더욱 심해진 무릎 통증을 호소하며 휠체어를 타고 내 앞에 다시 나타난 것이다.

"이젠 죽어도 여한이 없어요, 통증없이 걷고, 잠을 편하게 자보는 게 소원입니다. 수술해주세요"

많은 검사들이 필요했다. 위험을 완전히 피할 순 없었지만 철저히 준비해야 했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다른과 선생님들과 상의 하에 수술 준비를 시작했다. 만반의 준비를 하고 수술방에 들어섰다.

어깨는 무거웠지만 평소대로 침착하게 수술을 진행하였고, 아무 문제없이 종료됐다. 대기실에서 발만 동동 구르던 가족들에게 밝은 표정으로 결과를 설명하고, 수술 후 마취가 완전히 풀리지 않은 환자에게 웃으면서 결과를 설명할 수 있었다.

하지만 탈의실로 들어온 나는 가슴을 쓸어내리고 식은땀을 닦아야 했다. 수술이 '양날의 검'이었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기에….

나는 오늘도 환자들이 맡긴 믿음과 희망을 온전히 돌려줄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하며 하루를 마친다. <최성욱 제주대학교병원 정형외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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