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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계춘 칼럼
한·중·일 각축장으로 변한 '이어도'
입력 : 2013. 12.10. 00:00:00
제주 출신 오멸 감독은 4·3을 다룬 독립영화 '지슬'로 지난해 국제적인 선댄스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을 거머쥐는 등 빅히트를 쳤다. 어떤 평론가는 지슬의 한 성공 요인으로 영화의 대미(大尾)를 장식한 엔딩곡 '이어도사나'를 꼽기도 했다.

제주 민요인 '이어도사나'는 이렇게 펼쳐진다.

"제주바당에 배를 띄왕 노를 젓엉 혼저 나가게/보름아보름아 불지 말어라 좀수허레 가는 배 떠나 감쩌/물질허레 바당에 들언 테왁 호나에 목싐을 멧경/설룬애기 두웡 바당에 드난 살고저살고저 허멍 셍복을 따곡/어~ ~어허어~ ~어~어허어~ ~"

"이승질 저승질 갓닥 오랏닥 숨 그차지는 숨비소리/좀녀 눈물이 바당물 되언 우리 어멍도 바당물 먹언/나도 낳곡 성도 나신가/이어도사나~이어도사나~이어도사나~이어도사나/아방에 아방에 아방덜 어멍에 어멍에 어멍덜/이어도 가젠 살고나 지고 제주 사름덜 살앙 죽엉 가고저 허는게 이어도 우다/이어도사나~이어도사나~이어도사나~이어도사나"

전설과 상상 속의 섬 '이어도'는 숱한 작가들의 감수성을 자극했다. 1974년에 발표된 이청준의 소설 '이어도'도 그래서 나왔다.

"긴긴 세월동안 섬은 늘 거기 있어왔다. 그러나 섬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섬을 본 사람은 모두가 섬으로 가 버렸기 때문이었다. 아무도 다시 섬을 떠나 돌아온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청준은 고통 받는 인간을 구원하는 이상향(理想鄕)으로서의 섬(이어도)을 그렸다.

고은 시인도 빼놓을 수 없다. '이어도'란 시에서 고은은 "아무도 이어도에 간 일이 없다. 그러나 누구인가 갔다 한다. 가서는 영영 돌아오지 않았다 한다. 이어도 어디 있나"라고 읊었다.

수중 암초인 이어도는 우리나라 최남단인 마라도 남서쪽 149㎞, 중국의 퉁다오(童島) 동북쪽 247㎞, 일본 나가사키현 도리시마(鳥島) 서쪽 276㎞ 떨어진 해상에 위치해 있다. 지난 1984년 제주대학교에서 이곳을 탐사한 뒤 '파랑도(波浪島)'라 명명했다. 국제법상 영토는 아니지만 우리 정부가 2003년 해양과학기지를 세워 실효 지배하고 있다. 거리상으로 우리나라와 가장 가깝기도 하지만 상상이나 문학 등으로 이어도를 가슴에 담아두고 있는 것도 한국인 뿐이다.

최근 들어 '이어도'가 한·중·일 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관심사로 떠올랐다. '방공식별구역'을 둘러싼 논란 때문이다. 방공식별구역(防空識別區域·ADIZ)은 자국 영공의 방위를 위해 영공 외곽 공해(公海) 상공에 설정되는 공중구역을 말한다.

발단은 중국이 지난달 23일 이어도 등을 포함하는 방공식별구역을 선포하면서 비롯됐다. 이 과정에서 중국은 사전 통보조차 하지 않아 주변국들의 불만을 샀다. 이에 앞서 일본은 1969년 이어도를 가장 먼저 자국의 방공식별구역에 포함시켰었다. 우리 정부가 급기야 8일 새 방공식별구역(KADIZ)을 이어도까지 대폭 확대한 것도 주권(主權) 수호와 국익(國益) 보호 차원의 대응조치라 할 수 있다.

이로써 이어도 상공은 한·중·일 3국의 방공식별구역이 모두 겹치는 구역이 됐다. 문제는 순간적 실수나 판단 착오가 자칫 큰 충돌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것. 이어도가 동북아 지역의 긴장과 갈등을 불러 일으키는 새 불씨가 된 것이다.

이제 현실 속의 이어도만 존재할 뿐, 제주인들의 마음 속 고향인 '이어도'는 점차 사라져 가고 있다.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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