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지난 10일 고려대학교에 붙여진 '안녕들 하십니까'라는 대자보가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고려대 경영학과에 재학 중인 주현우씨가 붙인 것으로 알려진 이 대자보에는 '철도 민영화'를 반대하는 노동자들의 직위해제, 음독자살을 한 밀양시민 등과 관련한 사회적 현안이 담겼다. 그는 "남의 일이라 외면해도 문제없으신지, 정치적 무관심이란 자기 합리화 뒤로 물러나 계신 건 아닌지 여쭐 뿐이라며 안녕하지 못하다면 소리쳐 외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묻고 싶다. 모두들 안녕들 하십니까?"라는 목소리를 내었다. 그 목소리를 듣는 순간, 강한 울림이 마음을 흔들었다. 바로 내가 그런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깨어있는 척, 의식 있는 척. 늘 이래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를 하고 어떨 땐 잘 모르는 이야기도 아는 척, 상대방의 반응을 먼저 살피기도 했었다. '안녕들 하십니까'의 물음에 이제야 목소리를 내어 본다. "모두 안녕들 하십니까? 저는 안녕했었습니다. 그저 곧 닥칠 나의 미래와 당장의 생활비 걱정이 이 나라의 문제보다 100배, 1000배 더 심각했습니다. 국정원이 대선에 개입했다는 소식을 들어도 안녕했습니다. 화가 나지만 이미 되돌릴 수 없는 이상,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교학서 교과서가 최종 승인이 되어 내년부터 정식으로 교과서로 사용된다는 소식을 들어도 안녕했습니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라는 말이 생각났지만 바로 뉴스창을 끄고 친구와 메신저를 주고받았습니다. 정부가 민간인을 사찰했다는 소리를 듣고도 안녕했습니다. 나는 불법사찰을 당할 일이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철도 민영화 소식을 들어도 안녕했습니다. 내가 사는 제주도엔 철도가 없기 때문입니다. 목소리를 듣고 나니 너무나 부끄러워졌습니다. 사실들을 기사로 접하면서도 나는 이 기사를 읽고 있으니 무지한 대학생들과는 다른, 정치에 관심 있는 대학생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 나라의 현실을 몰랐다는 것보다 알았음에도 모른 척 방관했다는 것이 너무나 창피했습니다. 의료 민영화의 다른 이름인 의료 법인 자회사 설립 허용, 법에 명시된 파업권을 무시한 7929명의 직위해제. 세상엔 안녕치 못한 일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사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크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안녕하고 살았기에 이제라도 안녕한 척했던 스스로를 돌아보며 큰 목소리로 대답하겠습니다. 이제 더 이상 안녕하지 못합니다." 대한민국 헌법 1조,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며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주권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이 시대의 국민은 위 헌법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주권과 권력이 묵살되고 있다. 하지만 신념은 총알도 뚫을 수 없다. 국민들의 목소리는 서서히 더 커지고 있다. 안녕하지 못해 더욱 춥게 느껴지는 겨울, 안녕하냐는 질문에 하루 빨리 답할 수 있는 따뜻한 봄이 오기를 고대해본다. <강유나 제주대학교 언론홍보학과>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 이 기사는 한라일보 인터넷 홈페이지(http://www.ihalla.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 문의 메일 : webmaster@ihall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