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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 한 해도 어김없이 건축과 관련한 크고 작은 일들이 발생했고 몇몇은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작년 '제주시청 구청사' 철거 이후 올 봄 '더 갤러리 카사델아구아'의 철거와 제주 구도심내의 옛 수산물검역소 건물의 철거 논란 그리고 제주성 공신정 터에 제주지방기상청 신청사 신축 논란 등이 대표적인 예이다. 열거한 사례들을 살펴보면 이들의 공통분모가 무엇인지 보인다. 철거와 개발, 복원과 재생이라는 화두 속에서 제주 건축은 상처 입고 피폐해지고 있다. 제주는 세종시처럼 거창한 도시계획에 의해 개발된 신도시가 아니라 오랜 시간의 켜를 갖고 있는 역사문화도시이다. 하지만 오랜 시간 동안 간직했던 소중한 건축유산들이 반세기 동안의 산업근대화 시기를 거치면서 오래된 것은 낡은 것으로 치부돼 철거되거나 새로운 개발에 의해 무수히 망가지고 훼손돼졌다. 산업근대화가 남긴 폐해 중 하나인 개발논리에 의한 건축방식은 제주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가 병들어 있는 현상이다. 몇 년 전까지도 서울은 '디자인 수도' 달성이라는 미명 아래 오랜 시간의 켜를 간직한 보물을 제대로 지키지 못하면서 다른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데 혈안이 되는 우를 범하고 있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지난 8월 서울시에서 '서울건축선언'이라는 거창한 선언서를 발표했다는 것이다. 이는 개발논리에 집착해 무분별하게 건축물을 짓던 방식에서 벗어나 공동체 관점에서 시대가 지나도 훼손되지 않을 지속가능한 건축물을 짓자는 취지를 기본으로 하고 있다. 이제 서울의 건축문화가 바람직한 방향으로 변모해 나갈지 지켜볼 여지가 생긴 것이다. 그럼 우리 제주는 어떠한가. 우리에게는 서울시 같은 거창한 건축선언서가 없기 때문에 '철거와 개발 그리고 복원과 재생' 사이에서 가야할 길을 못 찾고 갈팡질팡하며 혼란스러워하는 것인가. 필자는 결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에게는 서울건축선언서 이상의 내용을 담고 있는 선언서들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 예로는 제주도정에서 지난 몇 년간 저명한 전문가들과 함께 수립한 제주경관관리계획 및 지침이다.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제주다운 서사적 풍경(敍事的 風景)을 구축하는 것이 제주경관의 미래상이라고 명시돼 있다. 또한 필자도 지난 1년여 시간 동안 참여했던 제주건축기본계획 내용에는 건축·도시공간의 품격 향상, 친환경 건축·도시 조성, 창조적 건축문화 창달이라는 제주건축의 목표가 명확하게 기술돼 있다. 이는 제주건축의 미래를 위한 종합적인 정책계획으로 건축선언서와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처럼 제주건축의 미래는 시간과 땅에 대한 존중여부에 따라 좌우될 것이며 땅은 시간에 의해 지문(地紋)이라 불리우는 역사적 사실이 충실히 새겨져 나갈 때 그 가치가 더욱 빛을 발할 것이다. 작금의 제주건축과 관련된 갈등과 혼란은 거창한 제주건축선언서의 부재보다는 우리 스스로가 제주건축에 대한 가치 공유와 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다음 세대에게 물려줘야 하는 것은 우수한 자연환경과 함께 선대에게 물려받은 지문까지도 함께 전해줘야 하는 의무가 있는 것이다. 개발 논리에 치우쳐서 시간이 단절된 땅을 후세에게 넘겨준다면 이는 파편화된 시간과 공간을 후세에 넘기는 과오를 범하게 되는 것이다. 다가오는 갑오년 새해는 시간과 땅의 가치를 공유하고 한 목소리로 소통해 후세에게 품격을 지닌 제주건축을 물려줄 수 있도록 진일보하는 한 해가 되길 바란다. <박정근 제주대학교 건축학부 교수>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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