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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를 시작하며
[하루를 시작하며]나는 돈다. 나의 일상을…
입력 : 2013. 12.26. 00:00:00
달이 지구를 돌 듯, 지구가 태양을 돌 듯, 다람쥐가 쳇바퀴 돌 듯 우리는 늘 일상을 돈다. 일어나고, 세수하고, 밥 먹고, 일하고, 싸우고, 화해하고, 잠자고…그리고 다시 일어난다. 그리고 그 일상에 투덜거리며 일탈을 꿈꾼다.

'개자원화보'라는 책이 있다. 1667년, 1701년 2차례에 걸쳐 출간된 목판본 화보인 이 책은 왕개(王槪) 형제가 누구나 쉽게 익힐 수 있도록 중국 역대 문인화가들의 화풍과 화법을 그림으로 설명한 것으로 남종화 보급에 큰 역할을 했다.

이 책에 나오는 산수화를 보면 편안하면서도 약간의 이질감을 느끼게 된다. 편안함은 동양화가 주는 안온함이고, 이질감은 왠지 경치가 우리와 다르다는 느낌에서 오는 감정이다. 필자 역시 이 책의 그림을 볼 때마다 '당시 사람들이 생각했던 이상적인 세계를 그린 것 같네'라는 생각을 했다. 괴석을 그린 것을 보고는 '이렇게 생긴 돌이 어디 있겠어? 특이하게 보이고 싶어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꼭 같네'하고 웃어 넘겼다. 이런 생각은 지난 겨울 중국 항주의 서호지역을 여행하고 완전히 깨졌다. 화보에 나온 산과 물이 실경으로 그대로 펼쳐졌고, 그 괴팍하게 생겨먹은 돌들은 사대부들의 정원에서 떡 하니 자리하고 있었다. 그렇다. 화보의 그림들은 모두 자신들이 주위에서 보던 것들을 그대로 그린 것이었다.

조선시대 화가들 대부분은 이런 중국화보를 보면서 그림을 익혔다. 그런데 조선시대 화가들은 중국 그림을 따라 그리지는 않았다. 조선시대 사람들은 자신들 눈에 보이는 것, 자신들의 일상, 자신들의 사상을 그림에 담아내었다. 그리고 후대 사람들은 이를 진경산수화라고 이름을 붙였다. 만약 조선시대 화원들이 중국 그림을 그대로 따라했다면, 단언컨대 이는 모방이나 표절로 치부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이런 실수를 하지 않았다. 그들은 삶에서 느낀 바를 자신들의 그릇에 맞게 오롯이 담아내었다. 되짚어보면 조선시대 문화의 저력은 '온고지신'으로 대표되는 정신(멘탈)인데, 이는 바로 평범하게 돌고 도는 일상에서 시작되는 것이었다.

일상이 없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일상을 어떻게 조직화하고 만들어졌는가의 차이는 분명히 존재한다. 그리고 어쩌면 이것이 같은 인간을 다르게 만드는 한 요소가 된다. 칸트는 2시가 되면 지팡이를 딱딱거리면서 지나갔고, 두보는 수염을 꼬며 자신의 시를 고치고 또 고쳤다. 퇴계는 일상의 평범한 일들이 결국 절대의 의미(理)가 구현되는 곳이라고도 하였다. 즉 지루한 일상은 아이러니하게도 화려한 결과를 만들어가는 한 과정었던 셈이다.

가정이나 사회라고 이와 다르겠는가? 우리나라만큼 결과에 충실한 사회도 없어 보인다. 학생들은 시험성적에, 직장인은 영업실적에, 가게들은 매상에, 공무원은 실적에 목을 맨다. 대부분 정직한 일상의 결과에서 나왔으리라 믿지만, 내심 이를 벗어난 결과를 기대하는 것 역시 인지상정이다.

한 해가 저물어 간다. 이제 한번쯤 뒤돌아봐야 할 때이다. 우리 사회의 일상과 그 결과는 과연 만족할 만한 수준일까? 아니, 적어도 정직하다고 할 수 있을까? 물어보고 또 물어보자. 그리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자. 2013년이여, 안녕.

<김새미오 제주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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