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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해 초 필자가 다니는 사무실에 나오던 젊은 친구가 사직서를 제출했다. 1년을 다녔지만 여러 면에서 한계를 느낀 모양이다. 그가 느낀 한계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기에 붙잡을 수 없었다. 아무쪼록 그가 넓은 세상으로 나가 마음껏 역량을 발휘할 수 있게 되기를 마음속으로 빈다. 그가 그만둔 뒤 후임 직원을 뽑기 위해 인터넷에 채용 공고를 올리자 몇 사람의 지원자가 있었다. 제출 서류를 검토하다가 한 젊은이의 서류에서 나도 몰래 낭패감에 사로잡혔다. 대학을 졸업하고 몇 년째 취업문을 두드리고 있다는 자기 소개서에 너무도 간절함이 녹아 있었다. 하지만 업무 속성상 그는 우리가 원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아무것도 해줄 수 없다는 기성세대로서의 미안함에 마음이 아팠다. 사실 이런 미안함과 안쓰러움은 두어 달 전까지만 해도 우리집에서는 일상으로 겪던 일이었다. 아들이 취업을 못해 몇 년째 방황하고 있었다. 졸업자보다는 졸업예정자가 취업에 유리하다고 해서 졸업을 연기하기도 했다. 이른바 졸업유예 제도이다. 아마 상당수의 학생이 이 제도를 어쩔 수 없이 이용하고 있을 것이다. 대학원에 다니는 학생들 중에도 진짜 공부를 하고 싶어서 적을 두는 경우도 있겠지만 취업이 안 되니 일종의 도피수단으로 적을 두는 경우도 꽤 있다고 한다. 학력 인플레가 심화되는 경우가 아닐까 한다. 우리집 아이에게 농삼아 슬쩍 물어 본 적이 있다. 올핸 원서를 몇군데 내었니? 한 오십군데 쯤요. 그 중 열 곳에는 일차 합격했는데 작년보다는 훨 성적이 좋아요, 헤헤헤. 그다지 기죽어 보이지는 않기에 다행이다 싶어 친구들과 술이라도 먹으라며 약간의 용돈을 쥐어주었다. 웃는 모습을 보여주어서 고맙기야 하지만 얼마나 속이 타들어 갔을까. 우울증에 걸려 자살을 하는 젊은이도 있다지 않은가. 작년 후반기에 아들에게도 드디어 진로가 정해졌다. 은퇴한 모 실업인이 주관하고 있는 인재양성 프로그램에 들어갔는데 베트남에서 11개월간 교육을 받은 후 동남아에 진출해 있는 우리나라 기업에서 일을 하게 된다고 한다. 필자는 국내에서 방황하는 것보다는 해외에 나가 인생을 개척해 보는 것이 국가적으로도 훨씬 바람직하다고 격려를 해주고 있다. 주위를 둘러보면 취업을 못해 놀고 있는 젊은이들이 너무도 많다. 무기력감에 빠져 있는 그들을 보면 나도 모르게 화가 난다. 특히 정치인들에게 화가 난다. 어떻게 하든 젊은이들에게 희망을 만들어 주어야 하지 않는가 말이다.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짜내도 모자랄 판에 허구한날 싸움질만 하고 있으니 이건 도저히 구제불능이다 싶다. 생각 같아서는 모두 물갈이가 되었으면 하는 생각도 든다. 청년 실업 해소 방안의 하나로 '일자리 나누기'에 대한 논의가 진행된 적이 있었다. 현재 직업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자신의 근로량을 조금씩 줄여 미취업자들에게 나누어 주자는 아이디어로 알고 있다. 유럽 어느 나라에서 시행하여 성공을 거두었다고 한다. 이런 아이디어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국민적 대타협이 필요할 것이다. 자신의 근로량을 줄인다는 것은 자신의 수입이 그만큼 감소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수입이 준다는데 찬성할 사람이 있을까. 아니, 수입이 약간 줄더라도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게 된다면 대타협에 찬성할 사람이 이외로 많을지도 모른다. 이런 정책들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국민의 역량을 결집할 필요가 있다. 이런 일이야말로 진정 선량들이 할 일이 아닐까? 청마의 해, 이 땅의 젊은이들이 제발 좀 무기력감에서 벗어나기를 기대해 본다. <권재효 시인>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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